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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기 속 탄소 무역장벽 현실화
탄소중립 향한 국가 차원 대응방안 모색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사회의 핵심 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변화의 흐름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 무역장벽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국제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적 흐름을 읽고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진행 김광균 기자   사진박충렬

대담자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세진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법제팀장
토론 제시어

#1 국내외 기후변화 관련 입법 및 제도화 현황

#2 글로벌 환경규범 확대, 국내 영향은?

#3 대응방안 및 시사점

#1 국내외 기후변화 관련 입법 및 제도화 현황
정서용 교수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 이후부터다. 이후 교토의정서를 거쳐 현재 기후변화 이슈를 견인하고 있는 파리협정에 이르렀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난해 비로소 시행되기 시작했다. 기존 교토의정서가 규제 중심의 어젠다 세팅에 의미를 뒀다면 파리협정은 구체적인 이행에 초점을 맞췄다. 파리협정 체제하에서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과 투자 등이 활성화되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결과로 이어지게 돼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통상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자국의 산업을 진흥시키고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다 보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커다란 통상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유럽 그린딜(Europe Green Deal)’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25일부터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산업 부흥보다는 규제 측면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은혜 팀장

기후변화를 둘러싼 입법 움직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면 유럽의 그린딜과 미국의 그린뉴딜,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의 파리협정 복귀를 꼽을 수 있다. 2019년 말 유럽의 그린딜 발표 이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동참을 선언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20년 말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또한 2021년은 파리협정이 실제로 시행되면서 신기후체제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파리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는 단순히 저탄소 사회를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비전이 국제사회에서 당위성을 갖도록 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가별 감축목표 설정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관련 입법 및 제도화에 적극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미국의 인프라투자법 및 일자리법(IIJ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의식을 담는 동시에 탄소중립 선언 이후 자국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공격적인 법·제도 도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부터 탄소중립기본법을 시행 중이다. 이전의 녹색성장기본법과 달리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설정하고 2030년 감축목표를 명시하는 등 파리협정에서의 이슈들을 법령 안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자국의 산업을 진흥시키고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다 보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커다란 통상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Climate Change)
온실가스 방출 제한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동의한 협약이다.
1992년 6월 리우회의에서 채택돼 1994년 3월 21일 발효됐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에 가입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1995년부터 매년 1회 당사국 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를 개최한다.
#2 글로벌 환경규범 확대, 국내 영향은?
정서용 교수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겠다고 나서는 국가 리더는 없다. 기후변화 대응은 거부할 수 없는 중요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특별 예외 규정을 통해 보호받는 개도국을 제외하면 한국이나 중국처럼 미국, 유럽과 경쟁하거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가들이 탄소중립과 관련한 통상 장벽의 영향권 내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각국이 어떠한 스탠스와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아직까지는 대체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CBAM이나 IRA 등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언론에 의해 다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은 결국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방적인 행태인데 국제적으로 통상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대에서 과거처럼 강대국이 힘으로 굴복시키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자간 규범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제 막 파리협정이 시행된 상황에서 일반적인 규범이 확립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인식하고 우리나라도 룰 메이커로서, 협상력을 가진 하나의 플레이어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강대국의 통상 압력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우리의 힘만으로 어렵다면 이해관계가 맞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대응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협력의 계기도 만들어갈 수 있다. 또한 무역에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환경과 무역에 대한 논의의 구체화를 통해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도입, 미국의 인프라투 자법 및 일자리법(IIJA)인플레 이션감축법(IRA)등은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의식을 담는 동시에 탄소중립 선언 이후 자국의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공격적인 법· 제도 도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장은혜 팀장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서 EU와 미국이 중심이 돼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갖는 당위성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정책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시기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누출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무력화 문제는 무역협정에서 환경규범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상 규범과의 충돌이나 국가 간 통상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꾸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실제 국가 간 심각한 충돌이나 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상 규범에서 충돌이나 분쟁이 실현되려면 탄소누출 문제에 대한 반박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한 각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반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통상 측면의 환경규범 확대로 인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
2020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후,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정.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실천하자는 협약이다.
#3 대응방안 및 시사점
정서용 교수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국제통상 환경에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당 부처 내에서 기후변화와 통상 간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부처와 협력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어젠다화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며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범부처 차원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정부가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면 기후변화와 에너지 이슈 중심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외교 이슈와 관련한 법안 발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해 통상 측면의 문제는 산업부가 다루겠지만 EU와 기후변화 협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 관련 부처와의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

장은혜 팀장

환경규범 강화에 대해 통상규범과의 충돌 가능성을 분석해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분쟁화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의제가 갖는 당위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EU나 미국 등이 환경규범 강화로 통상 압력을 가할 때 ‘차별화된 책임’을 들고 협상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보다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환경규제를 분석해 통상 차원의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환경규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내에서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적용받고 있는 환경규제가 상당하지만 국제사회 환경규범과의 관계에서 정확한 비교군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현재 행해지고 있는 국내 환경규제와 국제 기준과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향후 법·제도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통상 간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부처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전략을수립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어젠다화할 필요가 있다.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한 개념이다. 환경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동의 책임을 가져야 하나,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주요 선진국들이 더큰 책임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차별화된 책임’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