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후보국 간 유치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민관 합심으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부산은 2014년 제1회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9회를 맞은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일찌감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당위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그동안 국제 콘퍼런스의 역할과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진행 김광균 기자 사진박충렬
대담자 |
강해상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 |
최흥식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정책자문위원 |
토론 제시어 |
#1 성공전략으로서 국제 콘퍼런스의 의미와 역할 #2 지난 9년간 주요 의제와 성과 #3 향후 기대되는 역할과 전망 |
과거 대전과 여수 세계박람회가 중앙정부의 의지로 전개된 것과 달리 부산세계박람회 유치활동은 부산시의 아이디어와 의지로 시작됐다. 사실 초기에는 인천과 대구도 세계박람회 유치에 의지를 보이면서 경쟁관계가 형성됐다. 부산은 세계박람회 유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유치활동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2014년부터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세계박람회기구(BIE)의 빈센트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과 디미트리 케르켄테즈 사무차장(현 사무총장)을 비롯한 세계박람회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는 등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에 세계박람회 유치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경쟁국과의 차별성 부각, 여론 형성 등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 콘퍼런스는 부산이 박람회를 국가사업으로 확정시키기 위한 정부 설득 과정에서 엑스포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당위성과 타당성을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됐으니만큼 다른 후보국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가치와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제 콘퍼런스와 같은 행사는 무언가를 알리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왜 우리가 세계박람회를 유치해야 하는지, 유치하면 무엇이 좋은지 등을 알릴 수 있고, 한편으로 우리가 세계박람회 유치활동에 나선다는 선포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 2014년 제1회 콘퍼런스를 비롯해 세 차례 정도 패널로 참여한 바 있는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나라들이 유치준비에 나서고 있다든지 하는 여러 정보를 얻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관련 집행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달리 세계박람회는 BIE 회원국마다 한 표씩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공평하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세계박람회 유치과정에서 외교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다른 국가들과 어떤 식으로 네트워킹을 해왔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본다.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많은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며 준비를 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 콘퍼런스의 추진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1단계로 국가 사업화 결정 이전까지 진행된 1~5회 국제 콘퍼런스가 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 전략 및 논리 개발,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세계박람회 개최의 의미와 중요성 부각을 통한 국민 관심 유도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2단계로 국가사업화 이후인 6~8회 국제 콘퍼런스는 BIE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 국외 지지 확보와 범시민·범국가적 공감대 확산의 촉매제 역할, 다양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한 부산세계박람회의 콘셉트 개발·발전에 주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국가사업 승인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고 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 개발, 마스터플랜의 방향성 및 유치전략 확립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세계박람회 개최가 부산의 미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어떠한 유산으로 남을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고 본다. 앞으로 개최지 선정까지 1년 정도 남았는데 이 시점 이후가 특히 중요하다.
제9회 국제 콘퍼런스 이후인 마지막 단계에서는 정부와 민간, 국회 등을 중심으로 한 범국가적 유치체계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기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맞은 만큼 세계박람회 주제도 그에 맞춰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로 잡았다. 세계박람회 개최 취지를 생각하면 시대적 흐름과 보편적 가치를 포괄적으로 담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주제로 보인다.
국제 콘퍼런스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의미와 중요성은 물론, 박람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성과는 BIE 사무국 인사를 초청했다는 점이다. 이런 분들을 모셔서 박람회와 관련된 트렌드나 방향성에 대해 듣고 추후 유치전략을 보완·발전시키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됐으리라고 본다.
그동안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러 의미 있는 의제를 다뤄왔는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더불어 유엔(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 내용도 다뤄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 우리가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잘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세부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려면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녹여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후보국과 차별화된 주·부제 및 콘셉트,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국제 콘퍼런스가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향후 국제 콘퍼런스의 의제 방향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의 지지를 유도하는 특별 유치전략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지지세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산세계박람회의 가치와 비전과 더불어 부산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무형의 레거시(유산)를 개발·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징적 요소가 세계박람회 유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킬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BIE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계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내년 BIE 실사팀 방한에 대비해 특별 메시지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면 좋을 듯하다. 이와 관련해 다음 국제 콘퍼런스는 내년 상반기 BIE 측 현지실사 시기에 맞춰 대전엑스포 30주년과 연계한 행사로 기획해보면 어떨까 싶다. 또 하반기 BIE 총회와 연계해 BIE 본부가 위치한 파리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함으로써 막바지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사후 활용방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부산역 주변을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꼽히던 경부선을 지하화하고 미55보급창 부대를 이전함으로써 열린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박람회 유치전략에 사후 활용방안이 수반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문화적 측면에도 논의의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부산세계박람회를 통해 부산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잘 접목하느냐, 부산세계박람회를 어떻게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제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가장 핵심적인 역량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참석한 적 없는 인사 가운데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다수 초청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 논의의 의제 측면에서도 분야는 넓게 포용하되 사안별로 촘촘하게 다루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