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_가격안정 #녹색_채찍효과 #탄소무역라운드의_가속

에너지 안보의 청사진,
정밀한 설계로부터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시장가격의 높고 낮음에 일희일비하는 자세로는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없다. 자원개발에는 탐사와 개발, 시장거래까지 십수 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최근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역량강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언한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사진한경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제사회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22년 2월 7일 워싱턴DC에서 에너지 협의회를 개최했다.
미국 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EU 측에서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와 카드리 심슨 에너지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회의를 공동 주재하고 에너지 공급 문제 등 에너지 안보와 협력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제시장에서 폭등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돌아가자 에너지 안보 이슈에 국내 관심도 식어가고 있는 듯하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에너지 안보’를 키워드로 지난 1년간 검색 데이터를 조회해보면 에너지 가격 움직임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 검색 빈도가 정확하게 우리의 에너지 안보 관련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 안보 역량을 강건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식부터 우선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 정도는 전달하는 것 같다.

‘녹색 채찍효과’에 의한 에너지 시장의 높은 변동성

촘촘하게 얽혀 있는 복잡다기한 글로벌 공급망 환경이 구축되면서 하나의 이벤트가 큰 영향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나 채찍효과(bullwhip effect)1)를 경험하고 있다. 독일 라인강 지류의 가뭄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가격 급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한전의 재무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나비효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시장에서 아직 실험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는 화석연료 상류부문 개발투자의 위축이라는 글로벌 채찍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사실 국제시장에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러·우 사태 이전에 이미 주요국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주요 화석연료의 상류부문 투자가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는 러·우 사태가 해소된다고 할지라도 이른바 녹색 채찍효과(green bullwhip effect)로 인해 재래식 화석연료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추세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현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촘촘하게 얽혀 있는 복잡다기한 글로벌 공급망 환경이 구축되면서 하나의 이벤트가 큰 영향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나 채찍효과(bullwhip effect)1)를 경험하고 있다. 독일 라인강 지류의 가뭄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가격 급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한전의 재무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나비효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시장에서 아직 실험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는 화석연료 상류부문 개발투자의 위축이라는 글로벌 채찍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사실 국제시장에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러·우 사태 이전에 이미 주요국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주요 화석연료의 상류부문 투자가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는 러·우 사태가 해소된다고 할지라도 이른바 녹색 채찍효과(green bullwhip effect)로 인해 재래식 화석연료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추세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현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그동안의 하락은 코로나19, 특히 중국의 봉쇄조치 영향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인데, 10억 이상 인구의 감염 경험 및 항체 형성으로 중국의 봉쇄조치가 완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러시아산 석유 공급감소 영향이 추가된 가운데 상승랠리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지난 수년간 전기차 수요 증가에 의해 니켈, 리튬과 같은 에너지 전환 전략광종의 가격 역시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러한 상승추세는 탄소중립 요구, 자원무기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편향성에 의해 2020년대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의 하락은 코로나19, 특히 중국의 봉쇄조치 영향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인데, 10억 이상 인구의 감염 경험 및 항체 형성으로 중국의 봉쇄조치가 완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러시아산 석유 공급감소 영향이 추가된 가운데 상승랠리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지난 수년간 전기차 수요 증가에 의해 니켈, 리튬과 같은 에너지 전환 전략광종의 가격 역시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러한 상승추세는 탄소중립 요구, 자원무기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편향성에 의해 2020년대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 채찍효과(bullwhip effect)
공급망에서 최종 소비자의 작은 수요 변동이 각각의 공급자(유통업체, 제조업체, 원재료공급업체)에게 전달될 때마다 미래 수요에 대해 서로 다른 예측을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수요 정보의 왜곡 현상.
저탄소 비교우위에 입각한 탄소무역라운드의 가속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2)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대표적인 탄소무역라운드의 정책 도구다. IRA에서는 북아메리카에서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소비세액 공제 혜택이 제공되며 배터리 광물과 부품에 적용된다.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이나 가공공정을 거친 배터리 광물에 대한 세액공제는 2023년 40%에서 2027년 8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북미 생산 배터리 부품의 세액공제는 2023년 50%에서 2029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제조사는 저탄소 비교우위의 무역라운드에서 경쟁력 훼손이 우려된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탄소무역라운드를 국제협상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으로서 ①공정하고 탄력적인 무역 ②안정적인 공급망 재편 ③탈탄소 및 인프라 구축 ④조세협력 및 반부패 등 네 가지 축(pillar)을 보면 향후 탄소무역라운드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는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 행정부의 25% 철강관세, 10%의 알루미늄 관세가 통상규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을 거부한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EU의 CBAM 대상품목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미국과 EU 간 경쟁이 글로벌 무역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2)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Inflation Reduction Act)
2022년 8월 16일 발효된 IRA는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4,37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미국 내인플레이션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에너지 안보와 국가안보의 연계 강화

이제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IRA나 칩4(Chip4) 협력체3), 프렌드쇼어링이 단적인 예로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전자 및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 제품의 수입 중단 조치를 검토 중인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언급한 철강의 관세규정을 WTO 결정과 맞서 대응하는 논리 역시 미국은 국가안보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분업의 WTO 체제에서 약화된 자국 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형 국내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유럽에서 탄소중립 리더국가인 독일도 러·우 사태로 위태해진 에너지와 국가안보 앞에서는 기존에 폐쇄하기로 한 석탄발전소까지도 대규모로 재가동하는 등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보았듯이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유형의 빅 이벤트를 퍼펙트 스톰처럼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자국 경제의 생존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거시적 충격에도 강건한 형태로 에너지 안보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미국의 IRA,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에서 보듯이 에너지 및 자원 안보는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다. 자연스레 에너지가 통상 이슈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재편과 무역수지 및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국내에도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자원안보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요구된다. 대부분의 자원보유 국가가 이미 자원무기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과거 10여 년 동안 해외자원 개발에 소홀했던 우리로서는 시기가 늦은 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 중인 자원안보 관련 특별법 역시 이와 같은 취지에서 볼 수 있는바, 통상과 에너지·자원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자원안보 컨트롤타워가 구축되고 이를 통해 자원개발, 도입, 생산, 비축, 수출입, 재활용, 시장 모니터링의 종합적인 기능이 수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원개발 관련 기구는 정치적 영향에서 독립해 장기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3) 칩4(Chip4) 협력체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협력체로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바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10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에너지 분야 간담회’를 열고, 원전·재생에너지·수소 등 청정에너지 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IRA 영향 및 대응방안, 하위규정 제정 동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자원개발 및 공급망 확보를 위한 글로벌 협력 강화

주요 에너지 및 광물 자원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협력 전략은 기본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연탄, 우라늄, 철, 동, 아연, 니켈의 6대 전략광종 자주개발률은 우리나라 28%, 중국 65%, 일본 76%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 개발률을 높이기 위한 해외투자가 절실하다. 또한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대부분의 에너지 전환 전략광종은 생산국가의 편재성이 심한데, 전기차 핵심광물인 리튬의 경우 아르헨티나가 50%를, 칠레와 호주가 41%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협력 역시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핵심광물의 공급망과 단계별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프렌드쇼어링4) 아래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노력이 배가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5)을 활용해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정보공유, 민간사업 지원 및 광물 재활용 기술에 대한 개발투자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4) 프렌드쇼어링 (friend-shoring)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들끼리 핵심기술의 공유 및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중국의 도시 봉쇄,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를 겪으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5)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 (MSP;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2022년 6월 15일 출범했다.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정과 다변화를 위한 국제협력 파트너십으로 미국, 한국, 캐나다, 일본, 독일, 영국,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핀란드, 호주 등이 참여한다.
자원개발을 위한 민간 부문의 역량강화와 제도적 지원 필요

자원보유국인 개발도상국의 자원무기화 추세 확대, ESG 요구와 함께 앞으로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ESG 요건과 심사 강화 등을 고려할 때 공적 섹터가 자원개발의 전면에 나서기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다. 시장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는 민간 부문의 역량이 제고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저급 자원개발 상사를 소수 몇 개라도 육성한다는 비전이 필요하다. 매출액 기준 일본의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상사는 우리나라의 유사 기업에 비해 4~5배 큰 규모다.
리스크가 큰 자원의 초기 탐사 및 개발 단계에서 공적자금과 기술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자원개발 상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해외 자원개발사업 투자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의 세금부담 완화와 융자비율의 확대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원개발 민간 부문의 역량강화를 위해서 공적 섹터가 지원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은 국제협력 지원, 고급정보 및 외교적 네트워크 제공일 것이다.
에너지 자원은 일종의 사이클을 타지만 그 과정에서 상류부문 투자, 비축, 트레이딩이 상호 리스크를 관리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트레이딩이 빠진 자원 확보는 한 바퀴가 빠진 마차와 같다. 우리나라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오일 허브를 구축해왔는바 이러한 인프라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형 에너지 허브의 완성단계까지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천연가스 허브, 수소 허브 등 분산돼 있는 논의를 통합하고 규모의 경제와 전문적 트레이딩의 고급기술까지 갖춘 이른바 한국형 상품거래소(KCX; Korea Commodity Exchange)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최적의 에너지 믹스는 에너지 안보의 제1원칙

에너지와 발전원 믹스를 최적화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제1원칙이며 특정 에너지원에 과도하게 쏠림이 없도록 설계돼야 한다. 탈석탄이나 탈원전을 주장할 때 스웨덴이나 독일을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전력계통상 이들은 부족한 전기는 권역 내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추진한 스웨덴과 독일은 폴란드의 석탄화력 발전과 프랑스의 원자력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식이다. 기후변화 정책 모범 지역인 EU에서도 개별 국가가 아닌 전체 계통으로 보면 다양한 에너지원 믹스를 갖추고 있다. 전력계통상 고립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최적의 에너지 및 발전원 믹스가 더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러·우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간헐성 대비를 위한 예비력 발전은 필요하며 이는 화석연료 발전이 담당하게 된다. 정작 국내에서 에너지 믹스는 허술하게 구성한 뒤 에너지 안보를 논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를 남의 손에 의지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지한 가운데 탈석탄과 탈원전 추진, 재생에너지 확대에 치중했다가 최근 에너지 안보 위기에 처해 기존 정책을 번복한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력계통 고립인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상의 발전원 믹스 설계는 유럽 국가들보다도 훨씬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폐자원 에너지화를 통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 줄이기

폐자원 에너지화와 리튬 배터리 재활용 등 기술개발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매립 중심의 정책에서 폐기물의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 중심으로 자원순환 정책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통해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일부 낮출 수 있다. 2020년 기준 EU의 폐자원 에너지 회수 비율은 98%이며 이들 국가는 매립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매립이 약 14%에 달한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미했던 리튬 재활용은 최근 급등한 국제시장 가격이 계기가 돼 기술개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가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는 탄소중립 내지 에너지 전환, 보호무역주의, 저탄소 중심의 탄소무역라운드, ESG와 행동주의 펀드6), 재생에너지와 기존 재래식 에너지의 동시적 확대, 미·중 갈등, 미·EU 간 녹색보조금 논쟁 등 여러 어젠다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존 글로벌 분업체제 아래 블록 간 패권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며, 그 외에도 주요 선진국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연금과 재정 절벽 이슈 등도 얽혀가면서 자국 이기주의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이며,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에너지 안보나 해외자원 개발의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국가적으로 종합적인 안목을 갖고 세밀하게 추진하는 정책이 돼야 할 것이다.

6) 행동주의 펀드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activism)’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행동주의 펀드는 행동주의 전략을 통해 투자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2022년 9월 2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 순방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