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K-바이오 혁신과 성장 가속화 방안

서경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 사진 한경DB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세계적 선도기업과 비교하여 글로벌 경쟁력이 낮았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그동안 신음하던 국내 보건의료산업은 K-진단키트, K-방역모델, K-방호복 등으로 ‘K-바이오의 급부상’이라는 반전을 경험하게 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할 만한 산업분야가 되었다.
무엇보다 K-바이오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팬데믹)과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우수한 기술력이 빛을 발하게 되었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놓였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 산・학・연・병 합동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부처・분야별 협업과 연계 강화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유례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두 달 전 대한민국은 세계 각국에서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 중 하나였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세계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오히려 한류열풍이 일고 있다.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으며, 한국형 코로나19 방역모델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하고자 준비단계에 있다. 이어 국내 섬유기업과 연구기관이 방호복 소재로서 기존 부직포를 대체하는 직물원단을 개발함에 따라 방호복 원단의 해외수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정부 정책은 바이오산업에 대해 지속해서 투자와 지원을 이어오는 가운데, 바이오산업이 가진 고부가가치와 성장잠재력은 인지하면서도 K-바이오 혁신을 끌어내 글로벌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에는 일부 부족한 면도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K-바이오가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산업 주체 간 협업과 공동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바이오산업 생태계 육성과 더불어 연구성과물의 기술사업화 및 시장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1)’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바이오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련되어 있으면서 기업, 정부, 연구기관의 협업이 중요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산업분야 간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정부 부처 간, 그리고 정부-민간부문 간 협업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 때문에 최근 산업생태계 형성의 필요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2019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비전 선포식 모두발언에서 바이오산업의 가치사슬 전 주기에 걸친 혁신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이번 혁신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는 향후 부처/분야별 협업과 연계를 강화하고 나아가 글로벌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 및 합리화

한편 코로나19로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술의 시장진출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수준의 규제 완화 및 합리화에 대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적인 행정절차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 후 제품을 개발하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국내 규제정책이 신기술의 시장창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들이 있어왔다. 이 때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어 국내 바이오 기술력의 국가경쟁력 또한 위협받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신기술의 시장진출이 어려웠던 이유는 바이오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립되어온 규제정책 때문이다. 바이오 관련 규제는 과학기술혁신 방식의 변화에 맞춰 개선되어야 하나 국내에선 행정편의를 위한 규제가 수립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2) 현 정부의 규제개혁은 역대 정부와 달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기술의 혁신 촉진과 더불어 산업화 및 상용화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가 강하게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3) 그리고 국내 바이오산업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현행 규제정책에 대한 합리성을 검토하는 계기를 맞이하였다. K-바이오가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규제 현황 및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국내 진단전문업체인 오상헬스케어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획득했다.
K-바이오 성장 가속화 3가지 방안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적극 지원하고자 연구개발 부문 예산을 대폭 지원키로 함에 따라 2020년 부처별 바이오헬스 주요 연구개발(R&D) 예산규모는 역대급에 이른다. 코로나19로 K-바이오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코로나 특수’가 ‘반짝특수’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 가속화 방안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
첫째, 바이오 기술에 대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 바이오 기술의 잠재력과 응용력은 매우 우수하여 여러 분야와 융합할 경우 신규시장 창출을 비롯해 경제적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융합할 경우 신개념 의료기기와 혁신 신약 개발을 기대할 수 있고,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대표기술인 ICBMA(IoT, Cloud, Big Data, Mobile, AI)가 접목될 때 디지털 헬스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정밀 의료시대를 구현할 수도 있게 된다. 이로 인해 바이오 기술의 경제적 잠재력은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바이오 기술과의 융합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지식 확산 및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시스템(법, 제도 등), 물적・인적 자원(시설 및 전문인력 확보), 재정적 지원(예산투자)’이 균형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부분이지만 바이오산업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3박자가 균형 있게 유지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민관합동으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추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2019년 9월 1차 회의를 통해 바이오산업 혁신을 위한 추진계획을 비롯해 법제도 개선방향, 전문인력양성 마스터플랜, 정부예산안 편성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민관합동 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은 향후 코로나19 상황의 변화와 무관하게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가시화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K-바이오가 얻게 된 기회를 성장 가속화의 발판으로 삼아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현재 정부 각계에서 추진 중인 정책이 연속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집행되어야 한다. 즉 K-바이오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속에서 바이오 혁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든 정책이 리셋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현시점에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는 정책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연속성 있게 바이오산업을 지지해줄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IT, BT, 빅데이터, AI 등과의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둘째, 시스템(법, 제도), 물적・인적 자원, 재정의 균형

셋째, 긴 호흡과 연속성 있는 K-바이오 정책 추진

  • 1) 정책위키.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인용사이트: http://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62220. 인용일자: 2020.04.27.
  • 2) 이명화, 신은정, 양승우, 류이현, 권보경. 바이오 분야 규제형성과정 개선방안.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4.
  • 3) 서경화. 디지털 헬스의 최신 글로벌 동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