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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의료기기・물자 수출확대 기회로 삼아야

박정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부회장 사진 한경DB

코로나19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경제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다.
반면에 자국 보호를 위한 의료용품 수출금지,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등 시장질서 붕괴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의료용품 수출은 전년보다 증가한 1조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코로나19 진단 및 감염병 관리 능력으로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신뢰도를 높여가면서 K-바이오 성장을 가속화하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인 인천 송도동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장비 작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세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세계 대다수 국가의 실질 GDP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중 한국은 1.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무역이 급감하고, 최악의 경우 무역량이 32%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는 마스크와 같은 의료용품뿐만 아니라 자국에서 생산되는 식량 수출까지 제한하는 등 자국 보호주의 무역이 강화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부 국가가 마스크나 손세정제에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약품 관련 규제 강화 속 의료용품 교역량 증가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의료용품 또한 세계 교역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의약품은 위생 및 검역(SPS) 및 무역기술장벽(TBT)과 같은 비관세조치의 영향을 받기 쉽다. WTO TBT 통보문 기준으로 보면 규제 대상 분야별로 식품・의약품 분야가 2014~2018년 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국의 WTO SPS 통보문을 보면 2013~2017년 사이 식품・의약품 분야가 강세를 보였으며, 바이오의약품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입증,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등 생산공정에 관한 이슈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방역체계에 대한 각국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마스크 및 진단키트 등 한국 제품에 대한 러브콜이 늘어나기도 했다. 국내 업체가 만든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얼마 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을 받은 바 있다. 코트라(KOTRA)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의 의료용품 교역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의약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하였다. 또한 현재 세계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한류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음악, 드라마, 음식, 화장품 등은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에 최근 방역 강국의 위상까지 더해져 의약품 등 의료용품의 수출이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FTA 적극 활용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우수한 방역체계에 대한 찬사와 의료용품 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에 우리는 코로나19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서 세계 의료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힘을 모아 협력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학・연뿐만 아니라 병원과 정부도 참여할 수 있는 상시 협의체 구성을 독려한 바 있다. 기존 바이오클러스터들이 서로 협업할 방안을 마련하고, 병원 및 범부처 기관들과도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상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도 빼놓을 수 없다. 의료용품에 대한 교역 국가를 넓혀 우리나라 제품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지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약품 등 의료용품의 국제적인 승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WHO 및 유니세프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증된 제품은 세계에서 판매 가능한 시장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현재 56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인데, 의료용품 수출에 이를 활용해서 수출의 원활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민 대상 내수시장도 중요하지만, 국내 바이오 및 제약업계가 더 큰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은 필수불가결하다.

2020년 1/4분기 주요 산업별 수출 증가율 비교(전년 동기대비) 보건산업(22.5%) 전산업(-1.0%) 의약품(45.0%) 의료기기(4.4%) 화장품(16.3%) 선박류(9.5%) 반도체(0.6%) OLED(5.0%) 자동차(-11.5%) 디스플레이(-20.7%) 석유화학(-12.2%)
2020년 1Q 보건산업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유가 급락,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대외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주력산업 및 新수출성장동력 산업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 9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보건용 마스크 생산 업체 아텍스를 방문해 현장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장실패 등 기업리스크 감소 방안 함께 찾아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의료 및 의약품 산업을 차세대 국가 주요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하고 꾸준히 지원하는 것이다. 의약품을 하나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빨라도 10년이며,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연구개발 비용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허가를 획득하더라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제품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2015년에 유행한 메르스(MERS)의 경우, 현재 국내 감염자가 더는 없어서 만약 메르스 백신을 개발했으면 개발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제약 및 바이오의약품 업체들 특유의 커다란 리스크를 이해하고 이를 줄이려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에서 지난 4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2,100억 원을 투자하고,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함으로써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에 대해 100%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혁신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선점하려는 전 세계적인 총성 없는 전쟁에서 우리 K-바이오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인류를 K-바이오가 구원한다는 이 영화 같은 상상. 이 정도면 못할 것도 없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응답할 차례다.

국내 의약품 수출 추이
국내 의료기기 수출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