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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이오헬스에 집중하는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을 찾으라

현병환 대전대 융합컨설팅학과 교수, 바이오창업지원사업단장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기회다.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산업은 유비무환으로 위기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증 최고 단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4월 말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00만여 명, 사망자는 21만6,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101만 명의 확진자와 5만8,000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20만 명의 감염자와 2만7,000명의 사망자를, 이웃 나라 일본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면서 1만3,800여 명의 환자와 390명의 사망자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는 1만760명의 확진자와 사망자 246명으로 3월 초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안정단계로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마이너에서 메이저리그로, K-바이오

최근 미국 ABC방송이 한국의 진단키트 개발기업인 씨젠을 방문해 개발과정과 생산공정을 전 세계에 알렸다. 씨젠은 이미 60개국 이상에 1,000만 개 이상의 진단키트를 수출했으며 이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스라엘에서 실행된 검사의 70%를 차지한다. 5월까지 2,000만 개를 더 생산할 예정이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국에도 10만 개의 진단키트를 수출했다. 그 방송 이후 유튜브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찬사와 감사와 부러움을 나타내는 댓글이 수없이 붙었다. 진단키트에 대한 해외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현재 국내기업 27곳이 유럽 등에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참 격세지감이다.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의 변방, 마이너리그에 속했던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이 이제 메이저리그에 등장하는 순간인 것이다. 언제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제품을 이렇게 간절히 원하고 감사를 표시한 적이 있었던가. 이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오스카 4관왕, 토트넘의 손흥민이 번리전에서 기록한 70m 단독 드리블 슛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국민에게 제공해준 뉴스인 것이다.
이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전쟁인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제약바이오기업이 44곳이다. 세계적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156개이며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포함해 전 세계의 많은 기업이 도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핵심이 될 바이오 기술

바이오 산업이란 생물체가 가지는 유전, 번식, 성장, 자기제어 및 물질대사 등의 기능과 정보를 생명공학을 이용해 유용물질 및 서비스로 재가공, 생산하는 고부가가치산업이며 의학바이오, 농업바이오, 산업바이오, 융합바이오로 구분된다.
특히 생명공학기술(BT)이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과 융합되면서 4차 산업의 핵심 산업군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바이오산업에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 모바일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제약산업, 정밀의학 기반 신약개발을 탄생시키며 원격의료 디지털병원, 예방의학 및 원격환자 모니터링 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언택트(Untact) 기반 산업 활성화로 더욱 산업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산업군인 것이다.
바이오 기술 개발은 세계 부의 재편과 관련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선진국들은 바이오헬스 산업 진흥을 위한 국가적 전략을 수립해 진행 중이다. 미국은 국가바이오경제 청사진(National Bioeconomy Blueprint) 전략을 수립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영국은 원격의료 활성화,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화 촉진전략, 독일은 원격의료체계 구축 및 의료장비개발 지원정책, 일본은 원격의료범위 확대 및 규제 완화정책, 중국은 빅데이터 축적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원격의료시장 창출정책 등 경쟁적인 진흥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3년 생명공학육성법 제정과 1993년 제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수립 이후 범부처적으로 30여 개의 법과 계획이 수립되어 진행 중이다. 한국의 바이오산업 매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위인 38조 원, 영업이익은 15위인 2조 원 규모인데 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2017~2026) 수행을 통해 글로벌 세계시장 점유율을 2025년에는 5%(생산기준 152조 원) 달성, 1조 원 이상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5개 확보, 신약후보물질 100개 개발, 일자리 12만 명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스마트의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예방부터 치료까지 정밀의료 확산, 의료로봇 상용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혁신, 스마트 융합 의료기기 개발지원 등이 포함된다. 또한 앞으로 10년간 최대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암이나 희귀 난치 질환자 40만 명, 환자 가족을 포함한 건강한 사람 60만 명이 데이터 확보 대상이다. 특히 AI 신약개발 플랫폼 연구개발(R&D) 사업이 시작되면 연구 중심병원을 10개 내외에서 3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신종 감염병의 등장 주기는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세계 석학들이 예측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오헬스는 코로나19 이후에 변화할 세상의 핵심기술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준비한 K-바이오산업의 글로벌 메이저리그 진입의 서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