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듣기 INTERVIEW 사이먼 웨즈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선임연구원 “K-방산 강점은 빠른 납기와 기술이전… 다음 과제는 정치·기술 동맹”
  • 김은영 기자
  • “한국 방위산업(방산)의 강점은 장비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강점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광범위한 기술이전(ToT·Technology Transfer)을 허용하려는 의지다. 특히 기술이전을 제한하는 미국이나 기술이전 실적이 좋지 않은 러시아에 비해 분명히 더 매력적인 선택지다.” 사이먼 웨즈먼(Siemon Wezeman)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선임연구원은 K-방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K-방산은 전례 없는 수출 가도를 달리며 글로벌 무기 시장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SIPRI가 발간한 ‘2025 세계 무기 이전 동향(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5)’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1~2025년 전 세계 무기 수출 규모가 직전 5년(2016~2020년) 대비 24% 급증하며 세계 9위의 수출국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는 전 세계 무기 거래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는 수치로, 상위권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K-방산 특유의 합리적인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가성비), 신속한 납기 및 철저한 후속 군수 지원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KF-21 전투기. 공군

    특히 유럽 시장에서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1~2025년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의 무기 수입 중 한국산이 8.6%를 기록, 전통의 강자인 프랑스(7.4%)와 이스라엘(7.7%)을 앞지르며 미국(5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덩달아 국내 방산 기업 성장세도 주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 D&A,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주요 네 개 기업의 무기 판매액은 2023~2024년 무려 30% 증가했다. 이들은 2024년 세계 100대 무기 판매 기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정부는 방산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세계 ‘방산 4대 강국(G4)’1)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2028년까지 핵심 전략 부품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통해 금융·외교·산업을 통합 지원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에도 K-방산 수출은 폴란드 2차 계약 및 신규 시장(루마니아·중남미 등) 개척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가 예상된다. ‘통상’은 ‘2025 세계 무기 이전 동향’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웨즈먼 선임연구원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K-방산의 현주소와 ‘글로벌 톱(top) 4’ 진입을 위한 핵심 과제를 진단했다. 웨즈먼 선임연구원은 K-방산의 강점으로 빠른 생산능력과 광범위한 기술이전을 꼽으면서도 한국의 세계 4위권 진입에 대해선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세계 4위권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 판매를 넘어서는 ‘외교적·기술적 동맹’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세계 4위권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 판매를 넘어서는 ‘외교적·기술적 동맹’이 필요하다.

    SIPR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무기 수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대안을 넘어 주요 공급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봐도 될까.

    “한국은 여전히 비용 효율성이 높은 편이지만, 2022년부터 현재까지 결정적 강점은 장비를 매우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 및 미국의 공급 업체는 우크라이나 및 유럽 국가의 급격한 수요 증가에 생산능력 상당 부분을 집중하고 있어, 수출용으로 할당할 생산능력이 제한적이다. 한국이 수출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산업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한 기회다. 

    다만, 유럽과 미국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장하는 만큼, 이러한 한국 입지는 일시적일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생산이 확대되면, 이들 역시 수출 주문을 신속히 처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또 다른 강력한 강점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광범위한 기술이전을 허용하려는 의지다. 이점은 유럽 국가나 이스라엘 등 다른 공급국과 다르지 않지만, 기술이전을 엄격히 제한하는 미국이나 기술이전 실적이 좋지 않은 러시아에 비해선 분명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 2021~2025년 기준 | 자료_SIPRI 무기 이전 데이터베이스

    한국 정부는 ‘방산 4대 강국’이 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웠다. 최근의 수주 잔고와 수출 모델 등을 고려할 때 이 목표가 현실적이라고 보는가.

    “4위가 된다는 건 유럽 시장에서도 거대 유럽 공급 업체를 완전히 압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유럽 국가가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주된 이유는 유럽 내부 생산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급격히 팽창한 수요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NATO는 다른 공급처로부터 자립하기 위해 자체 생산 확대를 분명히 원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이 해당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옵션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일본, 인도, 호주, 튀르키예 등 다른 중요한 시장에 유럽 국가는 신형 장비(6세대 전투기 등)의 광범위한 공동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신형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국가 간 그룹을 결성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4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 판매를 넘어선 고도의 외교적·기술적 동맹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유럽 시장과 중동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의 통상 논리는 어떻게 다른가.

    “주요 차이점은 중동의 산업이 유럽보다 훨씬 덜 발달했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 대부분 국가는 독자적인 방산 구축을 원하며, 이를 위해 훨씬 산업이 발달한 국가의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즉, 단순 제품 판매보다 기술이전, 공장 건설, 생산 및 설계 인력 교육이 결합한 패키지 딜이 핵심이다. 반면, 유럽은 모든 부품 생산을 유럽 내에 두고 유럽이 소유 및 통제함으로써 방산 공급망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자 한다. 한국이 유럽 시장에서 구조적인 기둥으로 남기 위해서는 유럽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되, 운영과 통제권 상당 부분을 현지 국가와 공유하는 수준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유럽 국가는 자국 장비에 대해 완전히 독자적인 발언권 갖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과도한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이 미래의 경쟁자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SIPRI도 과거 이를 지적한 바 있는데, 전략적 우위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은 기술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할까.

    “기술이전이 미래의 경쟁자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또는 다른 국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요 시장은 기술이전을 강력히 요구하며, 기술이전 없이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기술이전은 명확하게 수출까지 가능한 현지 방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수출업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신형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다른 선진 및 신흥 방산국과 ‘동맹’을 맺는 것이다.”

    전장의 중심추가 하드웨어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와 무인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시너지가 방산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AI와 로보틱스는 미래 전장의 핵심이며, 현재 모든 생산자가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전통적 시스템 생산 이력이 없는 스타트업이 무인 체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이 다른 대형 공급 업체보다 이 분야의 역량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내가 판단하기 어렵다.”

    1981~2025년 주요 무기의 국제적 이전 추세

    단위: 십억TIV | ※ TIV(Trend-Indicator Value)는 SIPRI가 고안한 지수 | 자료_SIPRI 무기 이전 데이터베이스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양산 결정이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는가.

    “KF-21은 한국 항공 산업의 훌륭한 성과이지만,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다. 이미 시장을 점유한 확고한 경쟁자가 있다. KF-21 판매도 중요하지만, 진짜 거대한 시장은 ‘차세대 전투기’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를 단독으로 개발하거나, 이미 신형 전투기를 개발 중인 국가의 개발 프로그램에 합류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회성 판매에서 ‘지속 가능한 서비스 수익 및 외교적 신뢰’로 전환하기 위해선 어떤 사후 지원 시스템이 필요한가.

    “현지 MRO(유지·보수·정비)와 수명 주기 업그레이드 지원이 무기 판매의 핵심이다. 무기는 수십 년간 지속되는 수단이지만, 그 기간 MRO와 다양한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공급 업체는 판매 일부로서 현지 MRO와 완전히 개발된 업그레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구매자는 향후 30~40년 동안 그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는 판매국의 정치적 지원 약속과 기술적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구매자의 신뢰 구축을 모두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18년 인도가 러시아의 Su-57 구매 계획을 폐기한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가 해당 기체를 수십 년간 지원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빠른 추격자 지위를 넘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보강해야 할 것과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가.

    “글로벌 리더로서 한국은 구매국과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치적·기술적 동맹을 맺어야 한다. 대부분의 거대 시장은 이미 자기들만의 연결 고리와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은 그러한 연결 고리로 제공할 독특한 무언가를 가져와야 한다.”


    용어설명
    • 1방산 4대 강국(G4)

      이재명 정부는 방위산업을 국가 경제를 견인할 신성장 엔진으로 격상하며 ‘방산 4대 강국(G4)’진입을 국가 과제로 명시했다.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기술이전과 금융 지원이 결합된 패키지형 수출을 정착시키고, AI 기반 무인 체계 등 첨단 기술 중심의 ‘K-방산 2.0’을 통해 글로벌 점유율 4위 달성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