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질주하는 K-방산 ‘무기 수출’ 넘어 ‘산업 동맹’으로… K-방산의 체급을 바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핀란드 국방부가 4월 9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5억4600만유로(약 9400억원) 규모, 112문의 K9 자주포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핀란드는 이미 2017년 K9 자주포 96문을 도입한 ‘K9 유저클럽’이다. 유럽에선 2022년 442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무기 수출 계약을 맺은 폴란드를 비롯해 핀란드, 루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나토 동부전선’이 한국산 무기 체계로 무장하는 공고한 K-방산 벨트가 구축되고 있다. K-방산은 유럽과 중동을 넘어 중남미 지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페루와 K2 전차 54대와 차륜형 장갑차 등 총 195대, 약 20억달러 규모의 지상 장비를 공급하는 총괄 합의서를 체결하며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중남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가 지정학적 격변을 겪으면서, K-방산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가성비’와 ‘납기’, ‘실전 성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K-방산은 ‘방산 4대 강국(G4)’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향해 진군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방산이 단순히 ‘무기를 파는 사업’에서 ‘국가의 통상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K-방산은 무기를 넘어 한국의 원전, 에너지, 첨단 기술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가장 강력한 ‘수출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압도적 가성비로 글로벌 4위 수출국

지난해 12월 말 주요 방산 7개 사의 수주 잔고는 전년보다 24% 급증해 110조원을 돌파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 무기 시장 6.0%의 점유율을 차지해 1년 만에 세계 8위에서 4위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현재 K-방산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발현되는 현장은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수주전이다. 캐나다 정부가 무기 수주의 반대급부로 현지 투자와 기술이전 등 절충 교역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 특사단과 주요 방산 기업도 ‘민관 원팀’을 꾸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라는 유리한 지위를 점한 독일에 맞서 사활을 건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방산 수출이 무기 판매는 물론 철강, 원전 및 에너지, 인공지능(AI), 우주, 희토류 개발 등 전 산업 역량을 총동원하는 전례 없는 ‘국가 대항전’이자, 패키지 싸움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협회 ADEX 2025. 뉴스1

세일즈 외교와 275조원 무역 금융의 힘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이 요동치게 된 배경에는 지정학적 불안정이 자리 잡고 있다. 안보 위협을 피부로 느낀 전 세계 국가가 앞다퉈 경쟁적으로 국방비를 증액했고, 유사시를 대비해 기존 미국 일변도였던 무기 조달망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다변화 수요가 폭증했다. K-방산이 독보적인 선택을 받는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 실전 성능에 있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가를 발휘한 천궁-Ⅱ의 경우 1발당 가격이 미국 패트리엇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면서도 96%에 가까운 명중률을 보여주며, 값싼 자폭 드론을 상대해야 하는 국가에 최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냉전 이후 무기 대량생산 인프라가 붕괴한 유럽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K9 자주포나 K2 전차 등 고품질 무기를 단기간에 양산해 납품할 수 있는 제조 생태계를 갖춘 세계 유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생산(PL) 및 기술이전, 교육·훈련 역량까지 제공하는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 전략도 신흥 수입국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정부도 K-방산을 국가 주력 수출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선포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 생태계 확장이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캐나다 잠수전 수주전 사례처럼 무기 제공 외에도 현지에 원전 건설, 수소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협력, 선진 ICT 인프라를 전수하는 등 산업 맞춤형 패키지를 함께 제안하고 있다. 수입국 입장에서 ‘안보’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함으로써, 독보적인 협상 카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편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275조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하며, 방산 기업의 자금 조달과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3대 핵심 병기’로 세계시장 공략

정부는 함정과 항공기 현지 유지·보수·정비(MRO) 등 향후 장기 지속될 정비 수요를 우리 기업이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통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방산의 실질적 수익은 초기 판매보다 30년에 걸친 운용 유지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K-방산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10~20년 전 개발된 재래식 기동 및 화력 무기에 편중된 수출 포트폴리오를 미래 전장 환경을 주도할 AI, 무인 자폭 드론, 국방 우주 체계 등 고부가가치 무기 체계 중심으로 신속히 혁신해야 한다. 또 탄소섬유 등 첨단 국방 복합 소재의 지나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재 단위 공급망 안정화도 실현해야 한다. 

김호성 국립창원대 GAST공학대학원장은 “K-방산이 일시적인 붐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핵심 부품의 자립과 수출 금융 지원, MRO 기반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K-방산은 무기를 넘어 한국의 원전, 에너지, 첨단 기술을 세계로 실어 나르는 가장 강력한 ‘수출 플랫폼’으로 떠올랐다”며 “한국이 전 세계 안보는 물론 경제망의 핵심 파트너로 각인되는 ‘방산 기반 통상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