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중동의 하늘은 세계 방산(방위산업) 시장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맞서 아랍에미리트(UAE) 방공망이 대규모 요격전을 수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한국산 천궁-Ⅱ가 실전 방공 체계로 크게 주목받았다. 같은 달 미국은 본토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골든돔(Golden Dome)’1) 구상의 추정 비용을 1850억달러로 확대하며, 다층 방공망을 안보 전략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이 두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대전의 경쟁력은 최고 성능 무기 몇 기가 아니라, 빠르게 생산해 보충하고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전장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다. 한국은 이런 균형점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국가다. K-방산은 이제 ‘값싼 대안’이 아니라, 현대전의 새 문법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소모전 쇼크와 골든돔, 두 가지 구조적 파도
한국 방산은 두 개의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있다. 첫 번째 파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고착된 ‘소모전 쇼크’다. 전장은 고성능 무기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탄약과 미사일, 장갑차, 자주포, 드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보충할 산업 기반 자체가 곧 전투력이다. 냉전 종식 이후 방산 생산능력을 줄여온 유럽은 ‘평화의 배당’이 위기 시 공급 부족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반면 한국은 북한이라는 상시 위협 속에서 평시에도 강력한 생산 및 정비 기반을 유지해 왔다. 과거 비효율로 치부되던 지점이 전시 수요 폭발 앞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세계 방산 시장의 질문은 이미 ‘누가 최고의 무기를 만드는가’에서 ‘누가 지금 당장 만들고 제때 납품하며, 전력화 이후 정비와 보충까지 책임지는가’로 옮겨갔다. 두 번째 파도는 미국 안보 전략 전환이다. 골든돔 구상은 지상 요격 체계뿐만 아니라 우주 기반의 감시 및 추적, 극초음속 및 탄도미사일 추적 체계, 데이터 네트워크까지 포괄한다. 미국이 본토 방어에 자원을 집중할수록 동맹국은 지상과 해상, 중거리 방공망을 스스로 보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 공백을 가장 빠르게 채울 파트너가 바로 한국이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FA-50, 천궁-Ⅱ는 이러한 구조적 수요 속에서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꾸준히 늘어나는 K-방산 수주액
이란발 방공 수요가 증명한 천궁-Ⅱ의 가치
UAE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란은 탄도미사일 174발과 드론 689기를 UAE 방향으로 발사했고, UAE 방공망은 탄도미사일 161발과 드론 645기를 요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천궁-Ⅱ는 이 방공망의 핵심으로 운용되며 높은 요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궁-Ⅱ는 이제 제원표상의 무기가 아니라 중동의 실전 방공망에서 검증된 체계이며, 한국산 무기가 독자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중동이 원하는 것은 최고가의 단일 체계가 아니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을 동시에 상대하는 다층 방공망이다. 천궁-Ⅱ는 패트리엇(PAC-3) 같은 고고도·고가 체계와 달리, 중고도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방어력을 제공한다. 위협은 증가하는데 고가 체계만으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의 방공 체계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였다.
현대전의 경쟁력은 빠르게 생산해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전장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다. 한국은 이런 균형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국가다.
납기, 신뢰, 비용이 만든 독보적 경쟁력
K-방산의 경쟁력은 산업구조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신속한 납기다. 서방 국가가 수년의 대기 기간을 요구할 때, 한국은 설계부터 생산·시험·납품·교육·정비를 하나로 묶은 생태계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대응한다. 둘째는 뛰어난 신뢰성이다. 한국 무기체계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기갑 전력 등 상시적인 안보 압박 속에서 개발되고 끊임없이 개량됐다. 셋째는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다.
현대 전장에서는 소수의 최고 성능 무기보다 손실을 감당하며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승패를 가른다. 한국은 조선·자동차·전자 등 세계적 수준의 민간 제조 역량을 방산에 접목하여 이런 구조를 완성했다. 넷째는 현지화 전략이다. 2022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폴란드는 2026년 4월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으며, 폴란드 총리는 한국을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파트너”로 꼽았다. 이는 K-방산이 단순히 무기를 파는 단계를 넘어, 전력을 함께 설계하고 운용하는 전략적 관계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남은 숙제와 미래 승부처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는 유럽의 보호주의다. 유럽 국가가 역내 생산과 조달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현지 생산과 부품 공급망 참여, 공동 연구개발(R&D)을 패키지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는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다. 센서와 엔진, 항공·전자 등 주요 구성품 자립화가 늦어지면 제삼국 수출 승인 문제로 계약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셋째는 국내 수요와 수출 물량 사이의 우선순위 조정이며, 마지막으로 세계시장이 단품 경쟁에서 시스템 패키지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승부처는 세 분야로 요약된다. 방공망에서는 천궁-Ⅱ와 레이저 대공 무기, 전자전을 결합한 ‘다층 방공 패키지’가 관건이다. 기동 및 화력 플랫폼에서는 단순 판매를 넘어 현지 유지·보수·정비(MRO)2)와 성능 개량 사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방산의 실질적 수익은 초기 판매보다 30년에 걸친 운용 유지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인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전투 체계는 K-방산의 다음 성장축이 될 것이다. 기회를 일시적인 붐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핵심 부품 자립과 수출 금융 지원 그리고 MRO 기반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용어설명
- 1골든돔(Golden Dome)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프로젝트.
- 2유지·보수·정비(MRO)
항공기나 장비의 유지·보수·분해·점검을 통해 안전과 성능을 유지하는 통합 정비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