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함께 풀기 대담 최기일·장원준 전문가 2人 “K-방산, 단순 무기 판매 아닌 융합형 패키지로… 경제 안보와 통상의 핵심 동력 돼야”
  • 박진우 기자
  • 오늘날 세계는 ‘지정학적 분절화’1)와 ‘안보 블록화’가 가속하는 대전환기에 전례 없는 국방 전력 증강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방산)은 이런 격변의 파고 속에서 단순한 ‘무기 공급처’를 넘어 글로벌 안보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방산 4대 강국(G4)’ 진입을 국가 전략 목표로 제시하고, 산업통상부(산업부)를 중심으로 방산 수출을 단순 군사 거래가 아닌 국가 간 통상 협력과 공급망 연대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K-방산의 과제는 단순한 완성품 판매를 넘어 현지 공동 생산과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의 고도화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무기 체계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있다. ‘통상’은 국내 최고 방산 전문가인 최기일 상지대 국가안보학부 교수와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에게 K-방산이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방산 4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갈 통상 전략의 해법을 물었다.

    숭실대 회계학, 경희대 경영학 석사(MBA), 건국대 산업대학원 방위사업학 박사, 현 상지대 군사학과장, 현 상지대 평화안보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및 원장, 현 한국방위산업연구소 (KADRI) 소장, 전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국방관리학과 교수

    방산 4대 강국을 위한 글로벌 통상 환경의 가장 큰 기회와 위협은.

    최기일 상지대 교수(이하 최기일) “K-방산은 건국 이래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2026년 방산 수출 규모가 애초 정부 목표(2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K-방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미래 국방을 대비한 범정부 차원의 추진 정책과 산업적 전략이 요구된다. 다만 주요 핵심 부품과 구성품 등은 원천 기술이 없어 여전히 해외 의존이 심한 실정이다. 정부 주도의 무기 체계 개발 방식에서 민간 주도의 연구개발(R&D) 여건과 민군 협력 기반 환경을 조성해, 관련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고 동시에 정부의 실질적인 육성과 지원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하드웨어 무기 체계 중심 R&D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도 시급하다.” 

    장원준 전북대 교수(이하 장원준) “기회는 ‘신냉전 구조 고착화’에 있다. 여러 분쟁과 전쟁으로 글로벌 국방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유럽은 자체 방위력 강화를 가속하고 있고, 이란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동맹 관계에 균열이 보인다. 중동 역시 방공 무기 등 무기 체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은 비교적 짧은 납기, 검증된 성능,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빠르게 확대, 대체 공급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위협은 방산 공급망, 특히 소재 부품 분야 구조적 취약성이다. 희토류, 텅스텐 등 핵심 전략 소재를 비롯해 수출 통제 품목과 고부가가치 부품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공급망 분절과 자원 무기화가 심화하면 생산 차질과 수출 제약으로 직결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무기 체계 적응 속도도 위협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전력으로 전쟁 양상이 급변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장기·고비용·경직적 구조에 머물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공학, 미국 공군대학원 (AFIT) 관리학 석사,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경제학 박사, 현 전북대 JUIC 트라이앵글 K-방위산업연구소 대외협력부소장, 전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방위산업연구부장

    최근 방산 수출은 산업 협력이 필수다. 통상 전략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최기일 “국가 간 무기 거래는 정찰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단순 가격 경쟁력이나 우수한 성능, 계약 이행 능력만이 아닌, 더 복잡한 고려 요소가 내재해 있다. 무기 거래에서 산업 협력(G2G)은 기존 절충 교역(offset)2)을 중심으로, 무기 구매국에 우리 무기를 수출하는 대신 상대국 물품을 구매하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형태에서 더 폭넓은 산업 간 교류가 요구된다.”

    산업부의 방산 수출 지원 정책은 현장에서 어떤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보나.

    장원준 “2024년부터 산업부는 방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관련 전담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정책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첨단민군협력지원과(현 첨단민군협력과)라는 조직을 신설, 산업·기술·공급망 측면의 지원을 확대해 왔다. 산업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 정책을 방산으로 확대하고, 2023년 방위사업청(방사청)과 소재 부품 협의체를 신설했다. 주목할 부분은 첨단 항공 엔진을 국가 첨단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특화 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한편, 소부장 특화 단지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 개별 부품 개발을 넘어 방산 핵심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방산 기업이 핵심적인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통상적 과제는 무엇인가.

    최기일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가치와 동맹 기반의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정교하고도 세밀한 비즈니스 중심의 세일즈 전략과 접근이 요구된다. K-방산은 ‘자유주의 진영의 무기고’라는 찬사와 함께 (방산) 메이저리그에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 가격, 빠른 납품으로 주목받았는데, 이제는 제품 경쟁력만으로 시장을 확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무기 하나를 팔려고 해도 판매 대상 국가와 정치·경제·안보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한 로비 채널을 활용하는 포괄적 협력 필요성이 대두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민관 합동 방산 수출 지원 활동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방산 시장의 블록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만의 차별화한 통상 시나리오는.

    최기일 “무기 거래 시장은 특수한 관계와 외교 동맹 등이 복잡해 단순 경제 논리로는 수출 활로 접근이 제한된다.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데다 미국 등 방산 선진국은 해외 원조 외에도 방산 기업 로비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일반 국제 상거래와 통상 교역 성격과는 전혀 다른 특징적인 측면이 있다. 전 세계적인 자국 우선주의와 신흥 안보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경제 안보와 방산 수출을 촉진할 국제 공동 R&D 사업이 활성화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권역별 및 국가별 고도의 방산 수출 전략 수립과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방산 업계는 수출 증대에 있어 국제 공동 R&D 추진 등으로 방산 공급망 강화와 기술 교류를 확대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긴밀히 공조 협력해야 하고, 마케팅 전략도 공동 수립해야 한다.”

    장원준 “국가별 산업 수준과 수요를 고려해 중·후발국과 선진국을 구분한 이원화 전략이 중요하다. 폴란드·중동·동남아는 자국 방산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중장기적인 산업 육성 비전과 로드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패키지형 산업 협력 모델로 해당 국가의 방산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다. 선진국에는 ‘상호 보완적 공동 개발 전략’이 핵심이다. 미국·유럽 등은 이미 강력한 방산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 수출이나 기술이전은 현실적으로 제한된다. 대신 한국이 취약한 AI, 드론,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기반 무기 체계 등 분야에서 공동 개발·투자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방산 MRO는 새로운 서비스 무역 분야로 꼽힌다.

    장원준 “방산 MRO 시장은 수출 이후 수십 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방산 수출이 갖는 록인(lock-in·잠금 효과)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무기 판매보다 MRO 시장 진입 여부가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출 MRO에 대한 제도적 기반 정립이다. 현재는 수출 이후 MRO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적·정책적 근거가 미흡하다. 또 법·제도·조직·예산·인프라를 포괄하는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방산 MRO는 ‘수출의 끝’이 아니라 ‘수출의 시작’이다.”

    전 세계적인 자국 우선주의와 신흥 안보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경제 안보와 방산 수출을 촉진할 국제 공동 R&D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방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업부와 기업이 구축해야 할 플랫폼의 모습은 어때야 할까.

    최기일 “가장 시급한 것은 국내 방산 생태계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 개선이다. 국내 방산은 대기업이 84%를 차지해 구조적으로 편중돼 있고, 국산화율은 66% 수준이다. 상위 10대 방산 기업 기준 매출액과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소 방산 업체의 영업이익률과 가동률은 하락해 전방위적으로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향후 방산의 사회적 책임 리스크가 강조되는 분위기에 경영 개선과 환경 문제, 지배구조 등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반의 경영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부정적 인식을 ESG 활동 다각화와 신사업 진출로 비인도적 이미지 개선이 요구된다.”

    장원준 “통합형 방산 통상 플랫폼 구축이 필수다. 방산은 공급망, 첨단 기술, 수출, 산업 협력이 결합한 복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공급망과 소부장 중심 산업 협력 기능을 핵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 소부장 정책과 방산 수요를 연계해 첨단 소재·부품의 국산화와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산업부와 방사청이 공동으로 기술 발굴, 실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민간 우주 기술이 국방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별도 트랙을 만들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출과 산업 협력을 통합한 통상 플랫폼 기능도 필요하다. 수출과 수입을 아우르는 절충 교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단순 무기 거래를 넘어 국가 간 산업 협력 패키지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호주 현지 공장에서 처음 출하한 AS9 자주포(K9 자주포의 호주수출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산과 타 산업과의 융합 통상 전략은.

    장원준 “방산이 국가 경제성장의 새 엔진이 되기 위해선, 방산을 폐쇄적인 군수산업으로만 볼 게 아니라 타 산업 혁신을 견인하는 ‘기술 플랫폼 산업’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상 전략 측면에서 방산과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첨단 소재, 항공우주, 에너지, 사이버 보안 등 전략 산업을 연계해 수출하는 융합형 산업 협력 모델로 가야 한다. 방산에서 확보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제도 개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 R&D 투자의 결과물을 정부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방산 기술이 민수 분야로 확산하거나 새로운 산업을 낳는 데 한계가 있다. 방산 R&D에서 나온 기술·데이터·특허를 민간이 후속 사업화, 재설계, 응용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방산이 제조업 내부의 폐쇄적 순환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 산업 전반에 혁신을 확산하는 ‘혁신의 샘’이 될 수 있다. 통상 전략도 이 관점에서 바꿔야 한다. 방산의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방산 수출이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수출 확대와 산업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용어설명
    • 1지정학적 분절화

      강대국 간 패권 경쟁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여러 블록으로 쪼개지는 현상.

    • 2절충 교역(offset)

      무기 도입국이 계약 조건으로 기술이전, 현지 생산, 투자 등을 요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방산 수출 과정에서 자국 산업 육성과 기술 자립을 위해 활용되며, EU 시장 진입 시 핵심 협력 방식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