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경제'와 '안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다극화시대의 주역 ‘신흥동반국’… ‘전략적 통상’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1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가져온 새로운 통상 환경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1)가 세계경제의 새 주역으로 떠올랐다. 원자재 공급처나 저임금 노동력 제공지에 머물던 이들 국가는 이제 강력한 구매력을 갖춘 시장이자, 첨단 제조 혁신을 이끄는 전략 파트너가 됐다. 중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통상 고속도로’를 이들 신흥국으로 확장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한국도 정부는 물론, 기업이 전방위적으로 나서 글로벌 사우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자원 부국과 ‘공급망 동맹’, 시장 확대를 통해 국익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제 영토 넓힌다…자원·통상 ‘실용 외교’ 결실

한국은 지난해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무역 투자 장관회의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시장 다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도와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에 속도를 내며 무역 및 투자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세안(ASEAN) 국가와는 디지털 무역과 공급망 공조를 강화하는 자유무역협정(FTA)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등 중동 및 아프리카 거점국과도 신규 경제 협력 모델을 구축하며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22~23일(이하 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계기 UAE, 이집트, 튀르키예를 순방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외교 행보를 선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9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한국을 찾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3월에는 서아프리카의 신흥경제국 가나의 존 드라마니 마하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통상 영토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도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미국 중심의 서방에 대항하는 ‘새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으로 출범한 다자 협력체로, 이후 인도·파키스탄·이란 등 비서방 성향의 국가가 참여하면서 현재 10개 회원국으로 늘었다. 일본도 글로벌 사우스 진출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첫 국회 연설에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글로벌 사우스 여러 나라와 협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보너스와 전략적 자율성, 지정학적 가치

한국은 2025년 수출액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약1028조원)를 돌파했다. 산업통상부는 다음 목표인 수출 1조달러 시대를 맞으려면 무역구조를 혁신하고 글로벌 사우스 진출 등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적·지정학적 요인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신흥·개도국 경제 규모는 이미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이른다.

2030년에는 세계경제의 절반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진국보다 이들 지역의 자본 흐름의 변화는 가파르다. 2000년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7.6%에 불과하던 신흥·개도국 비율은 2023년 약 40%까지 급증했다. 여기에 전기차와 배터리 등에 필요한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첨단산업의 핵심광물과 에너지자원이 이들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이들의 협력 없이는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글로벌 사우스 성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선진국보다 풍부한 인적자원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선진국과 달리, 글로벌 사우스는 젊고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정치의 캐스팅보트를 쥐는 ‘글로벌 스윙 국가(Global Swing States)’2) 로서의 위상도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리 중심의 다변화 외교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커넥터’ 역할과 동반 성장 필요해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다극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파트너이자 통상 전략의 핵심 축”이라며 “선진국 중심의 기존 통상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공적개발원조(ODA)와 민간투자를 연계한 ‘전략적 통상’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독보적인 경험과 K-콘텐츠라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자산 삼아 글로벌 사우스와 선진국 사이의 ‘가교(bridge)’ 역할을 수행하고, 인프라·에너지·디지털 분야에서 패키지형 협력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극화된 세계에서 글로벌 사우스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공동 번영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글로벌 사우스는 성장이 곧 한국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호혜적 관계를 구축할 때 진정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용어설명
  • 1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식민지 경험과 정치적 저항을 공유한 국가의 정치·문화적 연대로 북반구의 저위도나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의미함.

  • 2글로벌 스윙 국가(Global Swing States)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튀르키예 등 영향력 있는 중견국으로, 전략적이고 비동맹적이거나 다자 동맹적인 행보를 통해 국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 상당한 지정학적·경제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강대국 간 경쟁(미국·중국·러시아)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자국 이익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