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함께 풀기 대담 구기보·김흥종 전문가 2人 수출 다변화·지역 균형 병행 필요…新기술 지원 강화해야
  • 이신혜 기자
  • 2025년 한국 수출액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약 1028조원)를 돌파했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저출산·고령화로 내수 시장 성장에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수출이 한국 경제의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성과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수도권·대기업 중심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확대의 과실이 지역과 중소기업의 고용·소득·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과제로 떠오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출 시장과 품목, 참여 주체의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다. 수출액 7000억달러 성과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방 중소기업까지 함께 뛰는 구조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통상’은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와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에게 수출액 7000억달러 돌파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물었다.

    수출액 7000억달러 돌파의 의미는.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이하 구기보) “저출산·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돌파구는 결국 수출이다. 이런 조건에서 수출이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본다. 중국의 거센 도전 속에서 철강·화학·기계 등 일부 업종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 등에서는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고,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불리한 환경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하 김흥종) “한국 경제는 전형적인 대외 지향형 산업화 전략을 통해 성장해 왔다. 국내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성장의 주무대로 삼았고, 그 결과 연간 7000억달러 이상 상품 수출을 달성하는 세계 6위권 수출국이 됐다. 이는 한국의 구조적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다. 수출은 단순한 물량이 아니라 기술혁신, 기업 혁신, 산업구조 고도화를 동시에 견인하는 동력이다. 글로벌 경쟁 속 수출 활동이 기업에 생산성 개선과 기술 축적을 강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품 수출에 비해 서비스 수출은 아직 취약해, 총수출 기준으로는 세계 9위권에 머물고 있다. 서비스·지식 기반 수출을 키울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한국외대 중국어학, 중국인민대학 경제학 박사, 현 한국동북아경제학회 부회장, 전 숭실대 경제통상대학 학장, 전 한중사회과학학회 회장

    과거 수출액 6000억달러 돌파 이후 7년 만의 성과다. 이 기간에 수출구조는 얼마나 달라졌나.

    구기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은 전반적인 경쟁력이 높아졌고, 특히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서 큰 성과를 냈다. 전기차 배터리, 조선, 방산 등 업종도 기술력 제고를 통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철강이나 석유화학처럼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업종도 분명히 있다. 이들 업종은 기술 개발과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특히 석유화학은 정밀 화학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김흥종 “이 구간에 대해서는 다소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출 규모는 6000억달러에서 7000억달러로 커졌지만, 수출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수출 품목 다변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전히 반도체·자동차 등 소수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 수출구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7000억달러 달성 과정에서 반도체 수출 회복과 호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는 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사이클에 대한 의존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또한 지역별 수출에서도 미국·중국과 그 외 지역 간 격차, 즉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글로벌 보호무역, 관세 압박 속 7000억달러를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일까.

    구기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범용 반도체 감산, HBM 중심 AI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이 맞물리며 호조를 이어갔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에서 선전했고, 조선 산업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증가, 방산은 경쟁력 제고를 통한 무기 수출 증가, 원전은 해외 수주를 통해 새로운 수출 동력을 확보했다. 다만 시장 측면에서는 과제가 명확하다. 그동안 중국 의존도를 낮추자는 정책이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수출 증가로 이어졌고, 그 결과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돌아왔다. 1·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동시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 동남아,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투자와 교역 비중을 높여야 한다.” 

    김흥종 “지난해 통상 환경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해였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상반기에는 미국뿐 아니라 주요 시장 전체에서 수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하반기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동, 일부 신흥국, 아세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연간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는 특정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구조가 일부 완화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일정 부분 기회를 포착했고, 환율 변동성이 수출 채산성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균형 발전하는 쪽으로 개선되기 위해 필요한 점은.

    구기보 “수출 7000억달러 돌파 성과가 수도권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기업까지 확산돼야 한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특산품·식품 등 다양한 상품이 있는데, 이를 글로벌 시장과 연결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1) 이후 황남빵은 공급 물량이 부족해 매출 증가 한계에 직면했는데, 자본을 유치해 대량생산함으로써 세계시장에 대한 공급 여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유치와 설비투자 지원을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게 한다면, 지역 특산품도 충분히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중소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들 능력이 있지만 자금·인력·마케팅이 부족하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별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도록 돕고,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흥종 “중소기업과 지방 기업의 ‘수출 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지방 소재 기업에 대한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지방 기업의 ‘수출 기업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수출 호황이 국내 경제 전반의 고용·소득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지방에 있는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지방 기업에는 차별화된 지원을 해야 한다. 금융 지원을 넘어 해외 진출 컨설팅, 현지 네트워크 구축, 장기 거래선 확보를 도와주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중소기업은 주로 대기업 공급망에 편입된 간접 수출 형태가 많고, 독자 브랜드와 거래선을 가진 수출 기업은 제한적이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금융·보증·정보·인력 지원을 통합한 원스톱 지원 체계와 초기 실패 위험을 분담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서울대 경제학 학·석·박사, 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정대책위 원회 위원, 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 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전 아·태EU학회장, 전 APEC학회장

    수출 품목, 신산업 다변화와 新기술 지원 강화의 방향은.

    구기보 “우리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칩, 그중에서도 범용 D램에 크게 집중돼 있다.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경우 수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에는 메모리 반도체 외에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 생산 설비, 소재·부품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앞으로는 시스템 반도체와 설계, 소재 개발을 적극 육성해 포트폴리오를 넓힐 필요가 있다. 자동차도 전기차 ‘캐즘’2)이 지속되는 만큼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높이고, 전고체 전기차 배터리 개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방산·원전 수출은 이미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어 정책적 지원을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 차원에서는 AI·로봇 산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화 지원이 중요하다. 바이오는 지금까지 복제약 중심 수출이었지만, 앞으로는 신약 개발을 본격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수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전기 산업의 경우 AI 산업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인 만큼, 미국과 원전 협력, 변압기 수출 확대 등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류의 글로벌화는 화장품·식품 등 소비재 수출 확대에 직접적인 기회다. 중소 소비재 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해외 유통 기업과 협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같은 업종의 지역 중소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계화·디지털화·스마트화를 위한 설비투자에 정부 지원을 집중해야 고부가가치·디지털 수출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김흥종 “수출 품목의 다변화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현실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였다. 전략산업을 의도적으로 육성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점진적으로 강화되었고, 실제 수출 실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규제 개선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수출 품목이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에는 바이오, 첨단 소재, 친환경 기술, 고부가가치 소비재 등에서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 신산업의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 보조금보다 R&D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첨단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과감한 R&D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 기술 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엄격히 관리·감독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기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다수의 지방 혁신 기업도 등장하고 이를 통해 신산업 수출 기반도 확충될 수 있다.”

    향후 수출구조 전환과 지역 균형, 중소기업 확산을 위한 조건을 꼽자면.

    구기보 “앞으로는 지역 중소기업의 수출구조를 어떻게 질적으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같은 업종의 지역 중소기업이 상호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기계화·디지털화·스마트화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입지 면에서 수도권이 기업 하기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난다. 지방에 필요한 인력 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어도 자금 부족으로 제품 개발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이런 기술 기업에 대한 심사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김흥종 “수출구조의 질적 전환과 지역 균형 확산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디지털 수출을 동시에 키우되, 그 과정에 지역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있다. 향후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되 서비스·디지털·지식 기반 수출을 전략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데이터, 플랫폼, 콘텐츠, 기술 서비스 등 무형 자산 중심 수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를 정비하고, 기업은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미 일일생활권을 넘어서 반나절 생활권이다. 그러므로 지방이 주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획기적인 투자, 예컨대 의료와 교육, 주거 환경 분야에서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 좁은 나라에서 취업 남방한계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정말 문제다.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통·통신·교육·의료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지방에서도 글로벌 인재가 생활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용어설명
    • 1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환태평양 연안 국가의 경제적 결합을 돈독하게 하고자 만든 국제기구이며 싱가포르에 사무국을 두고 총 20개 국가와 1개의 특별 행정구가 참여하고 있다. 1989년 11월 각료 협의체로 출범했으며, 1993년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한국은 2005년 부산, 2025년 경주에서 의장국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 2캐즘(Chasm)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가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이 널리 사용하기 전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