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수출 7000억달러' 넘어 '1조달러 시대'로 위기에서 반전으로… 대한민국, 세계경제 영토 재편한다

2025년 말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7000억달러(약 1028조원)를 돌파한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거센 파도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일궈낸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수출 1조달러(약 1469조원)’라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방산, 원전 등 신성장 동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시장을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세계적 상품으로 떠오른 한류, K-컬처 열풍을 K-소비재 시장 확대로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7000억달러는 종착역이 아니라 환승역”이라며 “우리는 이제 수출 1조달러라는 고지를 향한 대도약의 원년을 시작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저력을 바탕으로 그려갈 청사진을 살펴본다.

위기 속 반전, 7000억달러 수출 사상 최대

2025년 초만 해도 한국 수출 전망은 암울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와 주요국 보호무역 확산, 미·중 갈등 심화, 국내 정치 불안까지 겹치며 주요 기관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했다. 실제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시장 신뢰 회복과 대미 관세 협상 성공적 타결이 불확실성을 해소한 덕분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2025년 12월 29일 오후 1시 3분, 연간 수출액이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최종 실적은 7094억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미국, 독일, 중국 등 경제 대국만이 보유한 기록으로, 한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수출 강국임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반도체(1734억달러)와 자동차(720억달러) 등이 주도했다. 일평균 수출도 26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고다.

무역수지는 77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경제 회복력을 증명했다. 김 장관은 “위기 때마다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저력이 다시 한번 수출로 증명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피땀 어린 노력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1조달러 시대를 주도할 진짜 주역은 작지만, 강력한 혁신성을 갖춘 중소기업이다. 정부 정책이 이들 혁신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보호무역 시대, 수출구조 혁신 필요 대두

이번 성과 배경에는 대외적 압박에 굴하지 않은 정면 돌파 전략이 있었다. 정부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특히 관세 협상에서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논리를 구축해 협상을 성공적으로 끌어낸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어 한일·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됐고, 글로벌 투자자와 바이어의 신뢰가 회복됐다. 이는 곧 수출 계약의 연장과 확대로 이어졌다. 여기에 우리 기업의 유연한 공급망 관리와 기술혁신이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호조와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서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소비재가 약진하면서 성장 동력이 됐다. 실제 지난해 11월 농수산식품(113억달러·9위)과 화장품(104억달러·10위)은 나란히 처음으로 10대 수출 품목에 진입했다.

시장 다변화도 주효했다. 미국과 중국 등 전통 시장뿐 아니라 아세안(ASEAN)과 유럽연합(EU) 시장도 각각 7.4%와 3%가 성장하면서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구조적 과제도 드러났다. 수출 상위 1% 대기업 쏠림 현상이 지속되며 중소기업과 지방의 체감 성과는 미미했다.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로 신흥 시장 개척과 신품목 발굴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K-컬처를 수출과 접목하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K-컬처의 영향력을 K-푸드·K-뷰티 등 소비재 수출로 확장하고, 정상 외교 성과를 AI 반도체, 방산, 원전 등 전략산업 수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바이오, 로봇 등 신산업을 ‘제2, 제3의 반도체’로 육성해 중장기 수출 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누구나 쉽게 수출 길에 오르기 위한 AI 기반의 수출 지원 플랫폼과 이를 지원할 무역보험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275조원의 무역 보험을 공급하기로 했다.

‘모두의 수출’로 불확실성 돌파

2026년에도 글로벌 통상 환경은 여전히 엄중하다. 미국의 관세 지속가능성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신규 규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상반기 수출 실적도 일부 품목에서 감소 조짐을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는 반도체·AI 수요 지속과 시장 다변화로 7100억달러 안팎의 성장을 예상한다. 수출 1조달러는 도전적이지만, 과거 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수출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초격차 기술’ ‘시장 다변화’ 그리고 ‘상생’으로 요약된다. 특히 상생하는 수출 생태계는 수출 1조달러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정부도 대기업·수도권 중심에서 지방·중소기업으로 과실을 확대해 ‘5극 3특’ 지역 성장 엔진 장착과 지역 전시회 지원을 통해 수출 과실을 함께 누리는 ‘모두의 수출’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수출 과실이 대기업과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방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까지 골고루 전해져야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이다. 세계은행(WB) 국제무역국장을 역임한 버나드 호크먼 이탈리아 유럽대학연구소 교수는 “1조달러 시대를 주도할 진짜 주역은 규모는 작지만, 강력한 혁신성을 갖춘 중소기업”이라며 “혁신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