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교역의 규모 확대·질적 고도화 이룬 한중 FTA “서비스 무역과 투자 확대로 다음 10년 성장 동력 찾아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시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2024년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2729억달러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수출 대상국을 기록했다. 중국 전체 무역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5.3%로, 대만 다음으로 높다. 2022년에는 양국 무역액이 310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두 나라 교역은 꾸준히 늘다가 최근 2년 새 잠시 주춤하고 있다.

중국이 2024년 말부터 한국인에 대해 30일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월 한국에서 중국으로 떠난 승객이 47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기록을 앞선 것이다. 지난 9월에는 한국 정부의 중국 단체 관광객 임시 무비자 정책이 공식 발효되면서, 100만 명의 추가 입국이 기대된다.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10주년을 맞았다. 이 협정은 10년간 양국 경제의 ‘제도적 신뢰’를 쌓으며 단순히 관세장벽을 낮추고 무역을 촉진하는 수단을 넘어,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고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양국 간 무역액은 양적으로 확대됐지만, 최근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미·중 패권 경쟁, 지정학적 위험으로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구조적인 대전환에 직면했다. 양국에선 경제협력 구조와 국제 환경이 바뀐 점을 고려해 협정을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협정 발효 당시 후속 협상으로 미뤄둔 서비스와 투자 분야 개방과 규제 완화가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10년 새 양국 교역액은 2015년 2274억달러에서 2024년 2729억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63억7800만달러이던 두 나라 교역액은 2022년 약 49배까지 늘어났다. 무엇보다 한중 FTA는 산업구조의 질적 전환을 이뤘다. 양국 무역 형태를 가공·조립 중심에서 첨단 기술, 고부가가치 중간재 중심으로 바꿨다. 중국으로의 수출품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기술집약형산업 품목이 중심이 됐다.

무엇보다 교역의 양적 확대 뒤에 구조적 변화도 감지된다.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서 중국 역할이 사실상 끝났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중국 역할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에서 부품 등의 주요 공급처로 바뀐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보고 있다. 양국 무역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다소 위축됐다. 여기에 2023년부터 무역 적자(100억달러 내외)가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중 FTA 뿌리는 2015년 발효 당시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에 기반한다. 한국은 기술 집약형 중간재를, 중국은 대규모 시장과 저비용 생산을 제공하며 ‘복합 가치 사슬’ 무역구조를 형성했다. 최근 10년간 한중 교역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중국의 산업 고도화뿐 아니라, 대외 환경의 구조적 충격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 등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위험 확산이 한중 협력의 양적 확대를 제한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중국의 급속한 기술 성장과 중국 자체적인 완결형 공급망(홍색공급망) 구축도 한중 간 상호 보완적 분업 체제가 변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양국 관계가 상호 협력 속 경쟁이 심화하던 ‘협력적 경쟁자’에서, 상호 경쟁 속 공정 분업을 모색하는 ‘경쟁적 협력자’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공급망 의존 관계가 나타난 배경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FTA가 여전히 ‘제도적 안전판’ 노릇을 한다고 본다. 한국은 미국보다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높고 핵심 광물 수급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지만, 지금도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두 번째로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한중 관계가 회복되고 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품 교역이 활발해진 것처럼 성장하는 서비스 부문 교역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발효된 FTA가 상품과 교역 중심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서비스와 투자 등 분야까지 개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는다.

한국과 중국은 11월 1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직후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경제·문화·범죄 대응 등 주요 분야에 걸쳐 양해각서(MOU) 7건을 체결하고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특히 한중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에 관한 MOU’도 체결하였는데 양국 간 서비스 분야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 진척에 있어 긍정적인 기반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10월 29일 중국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2단계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표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 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길 바란다”며 “FTA 2단계 협상에 속도를 내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2단계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스마트 물류, 바이오 제약,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2단계 협상은 한국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제도적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2단계 협상을 통해 문화, 관광, 의료, 법률, 금융 등 한국의 경쟁력이 높은 서비스 분야의 중국 시장 진출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성장잠재력이 높고 고부가가치 산업 영역인 서비스 분야에서 한중 간 협력을 심화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