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정상회담·경제계 교류로 강화되는 한일 新경제협력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 기대감…공급망 협력도 본격화
이재명(오른쪽) 대통령이 6월 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오늘날 전략적 환경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9일 취임 닷새 만에 이뤄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韓日) 정상 간 첫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시바 총리와 통화는 6월 6일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이후 해외 정상과 가진 두 번째 통화였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6월 17일(이하 현지시각)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셔틀 외교 재개를 통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국제 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을 많은 부문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이 지역과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미래지향적인 한일 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6월 19일 일본 도쿄 뉴 오타니호텔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이 개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은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캐나다 G7 정상회의를 마친 후 6월 18일 귀국한 이시바 총리는 이날 리셉션에 깜짝 등장해 “양국 협력의 지평을 더 넓혀서, 교류의 바통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때문에 6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기념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평소 같으면 급을 맞추던 ‘상호주의’ 외교 관례를 깨고 직접 참석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도 참석했다. 한국 대사관 행사에 일본 전현직 총리 네 명이 방문하는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일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5월 2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총리와 면담에서 “한일 양국이 미국 상호 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확대와 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일 경제협력 강화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과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가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일 FTA는 2006년 양국이 FTA 체결을 위한 협상에 한 차례 나선 바 있지만, 여러 부문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최태원(왼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월 2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면담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CPTPP는 우리 정부가 2021년 12월 13일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 가입의사를 밝힌 후 검토 작업을 거쳤지만, 농수산물 개방에 대한 우려로 답보 상태다. 하지만 최근 미·중 경쟁 격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상 다변화를 위해 한일 FTA와 CPTPP 가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무역·지식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CPTPP 가입은 한국이 새로운 통상 규범 형성에 참여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정상 간 신뢰 회복과 경제계의 협력 요구가 맞물리면서, 한일 통상 관계에서도 ‘재정비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제언집에서 최태원 회장은 “현재 1조 8000억 달러 시장인 한국과 4조2000억달러인 일본이 손을 잡으면 6조달러 시장이 되고 시너지 효과를 합하면 7조달러 시장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한일 경제 연대가 장기적으로 아시안 연합(Asian Union) 구축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일에 기타 아시아 신흥국을 더한 경제권은 2030년 47조7850억달러 규모로, 미국의 1.34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세계 2위)과 한국(3위)의 LNG 공동 구매 시 가격 협상력이 커지고, 한국 반도체와 일본 소부장이 결합한 저비용 조인트벤처 설립도 가능하게 하는 등 경제적 실리도 크다. 의료 협력을 통해서도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고효율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