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보기 특별기고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 환경, 한일 협력해 미국 관세 대응해야

미국의 관세정책이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는 가운데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대미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미·일 관세 협상을 7월 20일 열린 참의원 선거 이전에 마무리 짓기로 한 당초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뒤인 7월 22일에서야 미국이 제시한 25% 관세율보다 낮은 15%로 미·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일 양국을 고민에 빠뜨린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은 역사적으로 보면 18세기부터 주기적으로 강화되다가 자유무역 진영의 반격을 받기도 했다. 제25대 미국 대통령이던 윌리엄 맥킨리는 1890년 고율의 관세를 도입한 일이 있다. 하지만 재선에 실패하면서 1894년 관세율은 대폭적으로 인하됐다. 세계 대공황을 확산시킨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1)에 근거한 고율 관세정책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후퇴했다. 미국에는 원래 고율 관세를 추구하는 보호주의파와 함께 자유무역주의파가 혼재하는데, 관세율도 변동성을 보여 왔던것이다.

트럼프 고율 관세의 배경과 한일 공조 필요성

현재 미국 정치권이 트럼프 주도의 미국 우선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당분간 고율 관세정책이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관세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는 달러가 국제통화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글로벌 금융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구조가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 중심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에 기반을 둔 미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완전한 고립주의를 선택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권의 고율 관세정책은 제조업 부활의 수단인 동시에 증세 방법이다. 동시에 미·중 전략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지경학적 전략이라는 측면도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은 이런 미국의 전략적인 고민을 고려하면서 대미 협상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미·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동맹 관계를 기초로 한 전략적 대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미·일 간 관세 협상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정치가 얽힌 복합 퍼즐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협상을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협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한일 양국이 협조하면서 미국의 고율 관세로 한일 산업이 쇠약해지는 것은 결코 동맹에 이득이 없다는 측면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미국이 그린 이노베이션 관련 분야인 재생에너지, 전기차(EV)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차세대 EV에서 패권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을 한층 키울 것이다. 게다가 한일 자동차 기업이 미국의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게 되면 중국의 부상이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 체제의 강화를 제안하면서 이들 분야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의 관세율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한일 자동차 기업 등의 미국 내 생산량에 상응하는 대미 부품 수출에 대한 관세 혜택을 요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정권의 고율 관세정책에 대한 의지와 목적을 감안하면 10%를 넘는 상호 관세나 25%의 자동차 관세, 50%의 철강 관세라는 기본적인 정책은 당분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동맹 관계와 미국 제조업 부활에 기여하는 전략의 일환으로서 특별한 예외 조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일본의 수출 증가율 추이

한일 협력의 실질적 이익 추구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 미·중 경쟁 격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라는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한일 양국으로서는 자유무역과 자유 시장경제 질서의 옹호와 확산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양국에 이익이 될 것이다. 한일 수교 60년 동안 양국은 경제 관계를 강화하면서 서로 실리를 추구해 왔다. 지금도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활용해서 한국은 반도체 등의 전기 전자, 기계류, 소재 산업을 글로벌하게 확장하여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정책으로 향후 국제무역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기업은 불확실성이 커져서 과감한 투자를 꺼리는 측면도 있다. 한일과 한·미·일 간에 향후의 통상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서 기업이 공급망 재편 방향에 관해서 합리적 결정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특히 반도체에 관해서는 세계적인 공급망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고율 관세를 피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국제무역은 재화 무역이 둔화하는 가운데 고율 관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디지털 무역 같은 서비스 무역이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한일 양국으로서는 미국의 디지털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 요구에도 대응하면서 무역자유화와 함께 무형의 재화 무역의 경쟁력 제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무역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국제무역 질서의 구축에 한·미·일이 협력하면서 법 제도의 투명성, 외국인 투자 제도의 선진화 같은 각종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 규칙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차세대 자동차나 그린 에너지 같은 디지털 서비스와 연계되는 비즈니스 생태계와 국제무역 질서 형성을 주도하고 필요한 규칙을 도입하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제도와 규칙이 미진한 중국 제조업의 공세를 중장기적 차원에서 견제하는 것도 중요해질 것이다. 한일 양국으로서는 글로벌 무역 질서 개편 과정에서 제조업에서 보호무역주의적 규칙의 확산, 디지털 무역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이나 유럽 연합(EU), 중국 같은 거대 경제권이 주도하는 규칙을 수용하는 입장에만 그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일이 협력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일 경제 공동체적 관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은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경제통합 차원으로 확대하고 7조달러 경제권(IMF의 2030년 한일 경제 전망 기준)을 구축해서 협상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일 양국 산업이 심도있게 분업한다면 서로 강점 분야에 집중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잠재 성장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물론 이런 한일 경제의 공동체적 협력이 당장은 달성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한일이 참여한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의 고도화에 양국이 협조하는 한편 한국의 조속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해 한일 자유경제권을 형성하면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 경제성장 제고 효과와 함께 세계 통상 질서의 새로운 규칙 제안자로서 위상 강화에 주력할 시점일 것이다. 이런 한일 경제 공조를 기반으로 저출생 인구 고령화로 후퇴할 우려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회복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용어설명
  • 1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대공황 초기인 1930년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 명분으로 2만여 종에 해당하는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 관세를 부과한 법이다. 이 법은 세계 각국에 보호무역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고 대공황을 심화시킨 원흉으로 지목받는다.

  • 2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총 15개국 간 관세장벽 철폐를 목표로 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자, 세계 최대 규모 FTA다. 한국은 2022년 2월 1일 발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