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듣기 Interview 오드리 스티에논 오픈마켓연구소 산업정책프로그램 관리자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리더십 발휘할 기회가 왔다”
  • 이정아 기자
  • 미국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 정치학 및 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 국제 경제학 및 개발학 석사, 현 트루먼 국가 안보 펠로 (Truman National Security Fellow), 전 오미디야르 네트워크 어소시에이트

    디지털 무역은 전통적인 무역 방식과 달리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제성장 및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무역의 정의와 범위는 각국 정책 및 규제에 따라 달라지며, 국가별 사회·경제적 우선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디지털 무역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전통적인 물리적 이동이 아닌, 데이터와 정보 교환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기업은 국경을 넘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 보호,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 새로운 문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디지털 무역에 대한 규제와 정책을 점진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오드리 스티에논(Audrey Stienon) 오픈마켓연구소(Open Markets Institute) 산업정책프로그램 관리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디지털 경제는 생산성 향상, 혁신, 통신 및 무역 측면에서 전 세계 개인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할 길을 걷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정부가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흐름을 극대화하는 것에 머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장을 모든 산업과 이해관계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1) 같은 디지털통상협정(DTA·Digital Trade Agreement)2)은 기업과 글로벌 무역의 이익을 공정하게 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전 세계 디지털 경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기술 기업이 디지털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 확대와 그에 따른 규제 강화다. 무역정책 입안자는 디지털 경제 범위, 즉 디지털 무역 정의와 관련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유엔(UN)은 디지털 경제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수신하며 공급망을 조정하고, 국가 간 판매를 촉진하는 개인·기업·산업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디지털 시장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술 기업도 디지털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해관계인이다. 이들은 개인 기기, 위성,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물리적 인프라와 브라우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전자상거래 마켓 플레이스, 생성 AI(Generative AI)을 포함한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한다. 기술 기업은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산업이 디지털 자원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통로 역할을 하며, 자사의 디지털 시장 참여자로서 다른 이해관계인과 경쟁해 제품을 판매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

    디지털 시장에서 이뤄지는 무역 관련 정책도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 

    “디지털 경제 탄생 이래 관련 무역정책에 대한 논의는 기술 기업이 데이터 전송 경로로서 역할을 지원하는 데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많은 국가가 기술 기업의 두 번째 역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쟁 정책 규제 기관은 기술 기업이 다른 이해관계인의 의존도를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디지털 경제의 가치를 확대하는 방식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디지털 무역정책에 대한 논의는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을 최대화하는 목표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제 데이터 보호, 개인정보 보호, 지식재산권 보호 등 더 넓은 공공 목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디지털 경제 관련 논의를 이제는 단순히 데이터 무역 촉진에만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디지털 시장을 어떻게 구조화해 전 세계 산업 이해관계인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

    DEPA 같은 DTA는 실제 무역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DTA는 정부가 디지털 기술의 접근과 사용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방식에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DEPA는 정부가 디지털 기술을 채택해 국경을 넘는 상품의 세관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장려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그러나 대부분 DTA, 특히 현재 협상 중인 양자 협정은 디지털 경제에서 기술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정부 능력을 제한한다. 기술 기업이 다른 디지털 시장 이해관계인의 경제적 기회를 위협하는 상황과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전통적인 무역정책 논의에서 국가 간 규제 차이는 비관세장벽 으로 간주되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대부분 기술 기업과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이 규제받지 않았다. 따라서 DTA 체결 후 도입되는 디지털 시장 규제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으로 간주될 수 있다. DTA 는 특정 경우에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예외를 포함하지만, 이를 시행하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비차별 조항의 경우는 어떤가.

    비차별 조항3)은 정부가 특정 거래 상대국의 기술 기업을 불공정하게 타기팅(targeting)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장, 특히 디지털 경제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술 부문은 소수 미국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미국 기업은 미국 정부에 무역 분쟁을 제기하는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DTA는 기술 기업과 데이터가 국경을 넘을 권리를 보호하면서 정부의 규제 능력을 제한하고, 이를 통해 불공정한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게 된다. 다른 글로벌 이해관계인이 디지털 시장과 디지털 무역에서 얻을 기회도 제한한다.”

    디지털 경제의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려면. 

    “디지털 경제는 전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잠재력이 있다. 크기가 다른 기업이 전 세계 소비자가 상품과 디지털 서비스에 접근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회는 모든 국가의 기업이 기술 플랫폼이 지배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을 때만 실현 가능하다. 수출 업체는 해외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대가로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또한 디지털 시장에 참여하면서 자사의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이 지식재산권이나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디지털 경제는 개발도상국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술 역량과 디지털 시장 권력을 기반으로 한 국가 간 권력 불균형을 악화할 위험도 있다. 개발도상국은 디지털 시장 접근을 위해 기술 기업 인프라에 의존하는데, 이는 미국과 무역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디지털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공공 목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해, 기술 기업과 미국 압력에 취약하다. 개발도상국에서 나오는 디지털 수출 가치를 다국적 기술 기업이 과도하게 차지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디지털 시장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무역 협상을 통해 혜택을 극대화해야 한다.”

    AI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 등장이 디지털 무역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하다. 

    “AI는 거대한 데이터와 고급 컴퓨팅 능력을 결합한 기술이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 외 대부분 기업이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 데이터, 클라우드 및 컴퓨팅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AI는 이제 디지털 경제의 또 다른 부분이 돼 산업과 이해관계인의 기술 기업 의존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AI가 공정하게 개발되고 배포되도록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가지 우려는 기술 기업이 AI 모델에 사용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처럼 콘텐츠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자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AI 모델에 기여한 데이터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우려도 있나.

    “전자 제품 제조 업체가 AI를 자사 제품에 통합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사용할 때 독점적인 기술 기업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기술 기업이 다른 산업에 대해 독점적인 요금을 부과하고, 디지털 무역의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게 될 수 있다. AI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이해관계인에게 공정한 접근, 보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 세계 디지털 시장과 디지털 인프라 관련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도 널리 퍼졌다. 앞으로는 AI 기술을 사용하는 다양한 산업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고 보호하는 나라가 가장 혜택을 많이 누리는 시대가 올 것이다.”

    DEPA의 홈페이지. DEPA

    DEPA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확장하려면.

    “한국은 미래의 글로벌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무역에 대한 협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 디지털 무역은 싱가포르와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4) 같은 협정에서 한층 자유로운 디지털 무역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정부의 디지털 경제 위험에 대한 논의를 지지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경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을 만큼 신뢰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제조 및 서비스 산업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 기업과 시장점유율을 두고 경쟁하는 기술 기업 등 디지털 경제 관련 다양한 이슈를 반영한 무역 규범을 개발할 수 있다.”

    한국이 디지털 무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과거 DEPA 같은 협정에서 사용된 언어를 그대로 따르는 양자 또는 다자간 DTA를 피해야 한다. 기존 전통적인 협정 방식은 디지털 무역처럼 현대적이고 급변하는 분야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좀 더 현대적인 언어와 접근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 EU와 다가오는 DTA에서 어떤 내용과 조건을 어떻게 표현할지 결정해야 한다. EU는 정부가 디지털 시장을 규제할 방법에 대해 논의 한 바 있지만, EU의 무역 협상자는 여전히 더 전통 적인 무역 프레임워크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다른 정책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한국은 기술적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큰 시기에 정부의 정책 선택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보다 디지털 경제를 위한 공통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정의하는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즉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선언(Declaration for the Future of the Internet)5)이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나온 ‘가치 기반’ 디지털 무역 언어를 포함해, 훨씬 포괄적인 디지털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향후 5~10년간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은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글로벌 디지털 경제는 생산성·혁신·통신 및 무역에서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이 비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큰 도전 중 하나는 트럼프 정부하에서 미국 정부와 빅테크(대형 정보 기술 기업)가 점점 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기업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고 싸우고 있으며, 디지털 시장법 (DMA)6)이나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규제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디지털 시장의 공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인정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기술 기업의 지배력을 미국 지정학적 권력의 연장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변화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 여러 나라 정부가 공급망 집중이 초래할 위험을 인식하고, 회복력 있고 대체 가능한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경제 협력을 지속해 왔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는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요인이 됐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 독자적으로 대립하기보다 EU와 협력해 회복력 있고 공정한 글로벌 디지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무역 관련 논의는 무역, 경쟁 정책, 국가 안보, 민주적 책임, 산업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포함해야 한다. 산업과 시민사회의 이해관계인도 DTA에서 그들의 시각이 반영되도록 정책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극단적인 변화와 불확실성의 순간에 있지만, 한국 앞에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민주적 경제 지배구조와 공정성을 지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놓여 있다.”


    용어설명
    • 1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DEPA·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디지털 무역, 데이터 흐름, 개인정보 보호 등 디지털 경제 관련 규제를 다루는 국제 협정으로, 주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 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 2디지털통상협정 (DTA·Digital Trade Agreement)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한 무역 촉진을 목표로 전자상거래, 데이터 흐름, 지식재산권 보호 등 디지털 무역 관련 규제를 규정하는 국제 협정이다.

    • 3비차별 조항

      국가 간 무역협정에서 각국이 자국 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한 조항이다.

    • 4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1개 국가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무역과 투자, 지식재산권, 환경,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며, 회원국 간 무역 장벽을 낮추고 경제 통합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 5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선언 (Declaration for the Future of the Internet)

      미국과 60개 동맹 및 파트너국이 2022년 4월 28일 발표한 선언이다. 이 선언은 디지털 권리와 자유를 지키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며, 인터넷의 개방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한다.

    • 6디지털 시장법 (DMA)

      디지털 경제를 더욱 공정하고 경쟁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U 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