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韓日 국교 정상화 60주년, ‘APEC·EXPO’ 통해 글로벌 중심으로 통상 질서 격변 속 ‘에너지·기후변화·공급망’ 협력 강화
3월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2025 오사카 K-상품 프리미엄 소비재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은 전례 없는 외교 및 경제협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양국에서 같은 해 연달아 메가급 국제 행사가 개최되어 한일 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4월 13일부터 6개월간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가 열린다. 이번 엑스포는 등록엑스포(Registered Expo)로, 158개국에서 약 282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이어 엑스포가 끝나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에는 한국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APEC 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 다자 정상회의 중 하나로,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복귀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글로벌 정상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며, 오사카 엑스포 폐막과 경주 APEC 개막 시점이 같은 달에 있기 때문에, 한일을 오가는 글로벌 정상 외교가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안보·경제 질서를 만드는 글로벌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일 경제계 역시 다양한 공동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3월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한국 무역협회와 한일경제협회 및 일한경제협회가 공동으로 ‘제25회 한일신산업무역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양국 경제인은 △ 저출산·고령화 및 노동 시장 변화 △ 미래 에너지 확보 △ 탈탄소 사회 구축 △ 관광산업 활성화 등 포괄적인 주제를 논의했다. 김용태 현대자동차 상무는 “수소 시장 확대와 수소 가격 저감을 위한 한일 간 정책 협력과 표준화 준칙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며, 가지키 하루부미 ANA홀딩스 경영기획부장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전 입국 심사 간소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돌봄 산업 대응, 해외 인재 양성, 필수 인력 자격 공통화 등 인구 감소 문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전략도 논의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5년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 참가 범정부 지원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처럼 양국 간 경제협력이 활발히 논의되는 가운데, 글로벌 차원의 무역·에너지 문제에서도 한일 간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한일 양국이 탈탄소 전환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본격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소는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3월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회 한일 수소협력 대화’에서 한국과 일본은 수소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청정수소 공급망 협력을 위해 ‘한일 민간 수소 공급망 및 활용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소혼소발전, 수소모빌리티 확산 등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청정수소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방법론을 공동 개발하고, 국제 표준화 작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양국은 공급망 재편, 디지털 통상, 기후변화 대응 등 신통상 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 요구된다. 특히 산업구조와 대외 의존도가 유사한 양국은 기술 표준 선점, 전략물자 관리, 통상 규범 형성 등의 영역에서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천연흑연, 희토류, 리튬 등 공급망 단절 리스크가 큰 핵심 광물 확보, 제삼국 공동 진출, 사용 후 배터리 재자원화, 유럽연합(EU)의 리사이클 규제 대응, 국제 표준 논의 연대 등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이미 자국 기업의 해외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외교적 채널과 정책금융 수단을 연계한 협력 체계를 운영해 왔으며, 과거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브라질 니오븀 광산, 호주 로이힐 철광, 칠레 구리 광산 등에서 협조융자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은 전략적 정책 공조와 협력 체계 강화를 제도화해 나갈 것”을 제언하고 있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역사와 경쟁을 넘어 미래를 향한 실질적 협력과 공동 번영의 전기를 마련할 적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