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슈 팩트 읽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서남아시아 경제권 인구 19억 시장, 韓 통상 네트워크 통해 세계 무대 진출

1월 9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잠 카말 칸(Jam Kamal Kahn) 파키스탄 상무 장관은 서울에서 한·파키스탄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통상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2025년 첫 번째 외국 정부와 협상이다. 이에 앞서 2024년 11월 28일 정인교 본부장과 셰이크 바시르 우딘(Sheikh Bashir Uddin) 방글라데시 상무 장관은 서울에서 한·방글라데시 EP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인구가 2억5000만 명과 1억70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 순위 5, 7위에 올라와 있다. 거대 경제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풍부하다. 파키스탄은 중국·인도 등 아시아 주요 경제권과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요충지이며 방글라데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6.6% 성장했다.

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4년 10월 22일 (현지시각)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증시 상장 기념식에서 행사 시작을 의미하는 퍼포먼스로 램프 라이팅을 하고 있다. 뉴스1

2024년 8월 22일 발표된 ‘통상 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와 EPA 협상 조기 개시를 통해 서남아시아(이하 서남아) 통상 벨트를 구축하는 방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남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와는 이미 2010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어 양국 간 관세 장벽을 상당 부분 낮췄으며, 2022년 11월부터 재개된 개선 협상을 통해서는 공급망·디지털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으로 구성된 서남아 지역은 인구 19억 명을 보유한 거대 시장이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는 2023년 8.2%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한 후 2025년에도 6.5% 성장이 전망된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도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3~5%가량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스리랑카도 2024년 9월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인교(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월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잠 카말 칸(Jam Kamal Kahn) 파키스탄 상무 장관을 비롯한 양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한·파키스탄 EPA 협상 개시 선언식을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변화한 통상 환경에 발맞춰 인도 등 서남아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10월 현대차 인도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의 뭄바이 인도증권 거래소(NSE) 상장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로 평가되는 이 상장에서 현대차는 4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현대차는 인도를 글로벌 제조 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인도 외에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등 서남아 각지에 조립 공장 등 생산 거점을 뒀다. 

1997년 인도 시장에 처음 진출한 LG전자는 2006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공장을 세운 이후 20년 만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급성장하는 인도 가전 시장 장악을 위해 2024년 말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의 옷 공장’으로 불리는 방글라데시에는 아웃 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위탁 생산(OEM)하는 영원무역이 수도 다카와 제2 도시 치타공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패션 업계 거물 역할을 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2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미(對美) 무역 불균형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외국 정상과 네 번째 공식 회담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안보 전략의 핵심인 쿼드(Quad) 소속인 인도와 협력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와 통상 협력 강화가 우리나라의 공급망 안정 핵심과 제로 부상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2024년 12월 31일 셰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 총리가 제13차 5개년 경제 변혁 계획을 발표하며 수출 주도형 성장 등을 통해 2047년까지 GDP를 3조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는 에너지 비용 절감, 민간투자 활성화, 무역협정 강화를 통해 파키스탄의 경제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2024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인한 총리 사퇴라는 정치 격변을 겪은 방글라데시와 2022년 국가 부도로 IMF 구제금융과 정부 붕괴를 겪은 스리랑카도 신정부 출범 후 경제 회복을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9억 서남아 경제권과 통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글로벌 통상 주도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