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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2025년 세계 통상 환경 전망과 우리의 대응

2025년 세계 통상 환경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코 미국 신행정부 출범이다. 이는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이 세계경제와 무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이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한 발언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익히 경험했듯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의 탈퇴는 사실 그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방적 관세 부과 역시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는 몰라도 전통 우방국인 유럽연합(EU)이나 일본, 우리나라에까지 관세를 부과해 우리를 당황하게 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과연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면 세계 통상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대선 과정에서 공언한 보편 관세1)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말 그대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상품으로 한정할 것인지의 여부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제조업 재부흥을 내세우며 러스트 벨트(rust belt·낡은 공업지대)에서 많은 표를 얻었으니 아무래도 철강이나 자동차 등이 보편 관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반 소비재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물가 상승 때문에 그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다. 부과될 관세의 크기도 아직 가변적이다. 10~20%라고 하지만 대상국에 따라 50% 이상의 관세가 적용될 수도 있다. 예를들면 핵심 경쟁국인 중국과 불법 이민 및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지로 인식되는 멕시코에는 상징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들 국가와 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초 일부 국가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협상을 앞둔 다른 국가가 미리 겁을 먹게 하는 효과도 있으니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일거양득이다.


미국 신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다른 국가(경제권)의 대응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 공세에 일단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동시에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하여 내수를 부양하는 한편,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관세 인상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세계 공급을 장악하고 있는 일부 희귀 광물의 수출을 제한해 미국에 역공을 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미·중 협상은 최종 결렬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중국이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늘려 대미 흑자 규모를 줄이는 한편, 미국의 규제 철폐 등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준에서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 극단적 대립으로 인한 상호 피해가 트럼프 1기 정부 때보다 클 수 있어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갈등 지속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EU의 대응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4년 12월 출범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2기 EU 집행위원회는 미국과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산업 경쟁력 및 경제 안보 강화에 중점을 둔 정책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EU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함께 핵심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산업 지원 정책 추진이다. 미국과 유사하게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통해 공공 조달에서 역내 제품의 우선 구매도 추진할 예정이다. 결국 차세대 먹거리가 될 첨단산업의 지원을 통해 역내 경쟁력 제고와 생산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임으로써 미국의 일방주의와 중국의 저가 수출공세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편, 세계무역을 관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도 2025년은 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WTO를 불신하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으로 WTO의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그러나 연임에 성공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이 2026년 3월로 확정된 제14차 WTO 각료회의(MC 14)에서의 성과 도출을 위해 회원국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WTO에 대한 무관심과 주요 의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 지속으로 인해 MC 14에서 특별한 성과 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렇게 본다면 2025년 세계 통상 환경은 미국의 일방주의 강요와 이에 대응이라는 구도 속에서 자국 이익 중심의 보호 조치가 더욱 만연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세계무역은 필연적으로 일정 부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무역이 중요한 우리나라에는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있으며, 모든 위기는 동시에 기회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대미 수출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중국의 빈자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강조하는 인공지능(AI)과 그 응용은 우리의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소형 원자력 수요 또한 기술적으로 우리의 공급이 제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요청한 조선 부문도 미국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 미·중 갈등 역시 우리에게 부정과 긍정 모두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대미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자 대세계 덤핑 수출을 시도한다면 우리의 대세계 수출도 타격받을 것이다. 중국산과 기술 및 품질 차별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반면 중국의 내수 부양은 우리의 대중 수출 증가의 기회가 된다. EU의 탄소 배출 규제도 우리보다 중국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 EU가 대중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은 우리 기업의 EU 진출과 산업 협력 기회를 증대시킬 것이다. 따라서 위기 속에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위기 속 기회 찾기는 기업 스스로가 노력해 쟁취해야 한다. 다만 혼자보다 미국이나 EU 등 현지 기업과 협력하에 신시장·신수요 찾기가 효과적이다. 정부는 미국과 EU의 자국 산업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중장기 첨단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 지원과 함께 2025년에 한정된 긴급 보조 및 금융 지원이 유효할 것이다. 그만큼 미국 신행정부가 들어서는 첫해인 2025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남들은 기술력 이외 정부 보조라는 보호 장치를 착용하고 나왔는데 우리만 순진하게 자체 기술만으로 링에 오를 수는 없지 않은가.


용어설명

  • * 1) 보편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