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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야코포 본조르노 메사추세스공대(MIT) 교수 “전 세계가 韓 원전 기술 주목, 체코 쾌거 놀랄 것 없다”
  • 이용성 기자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국내 외에서 입증했다. (중략)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신규 원전 공급처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원자력 과학자 중 한 명인 야코 포 본조르노(Jacopo Buongiorno) 매사추세츠공 대(MIT) 교수에게 이메일로 한국이 ‘원전 대국’ 프랑스와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체코 원전 두코바 니 5·6호기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국내외에서 입증했다”며 “충분히 그럴 만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본조르노 교수는 MIT 고급원자력시스템센터 (CANES) 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100편이 넘는 원자로 안전 설계 관련 저널 저자로도 잘 알려졌다. 학교 밖에서는 원자로 열수력학(thermal hydraulics) 분야에서 20년 넘게 컨설턴트로 활동해 왔다. 원자로 열수력학은 고온·고압 조건으로 가동되는 원자로가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냉각재의 유체역학적 거동 및 열전달 현상 등을 연구하고, 이를 원자로 계통 설계 및 운전에 반영하는 핵심 기술 분야다.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인해 전력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에 대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공급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 건설은 분명 해결책의 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본조르노 교수와 일문일답. 



    암호화폐와 AI 관련 기술의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전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을 늘리는 게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AI와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 건설은 분명 해결책의 한 부분이다. 동시에 귀중한 토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는 범위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도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수많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포함하고 있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도 많은 전기를 쓴다. AI와 빅데이터 처리 증가로 데이터센터 수요와 규모, 처리 속도 등은 계속 늘거나 빨라지고 있어 전력 소비 역시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전력 보고서’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총전력 소비가 2026년까지 1000 (테라와트시)를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2년의 두 배다. 2022년 기준 총 전력 수요 중 2%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 비중 역시 2030년 8% 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원자력을 ‘저(低)탄소 친(親)환경 에너지원’으로 볼 수 있을까. 

    “에너지와 환경 측면에서 ‘친환경’이란 단어를 명확한 정의 없이 다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원자력이 풍력과 태양광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원 중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과 토지 사용, 에너지 생산 대비 폐기물 발생량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전력 생산을 위해 우라늄이라는 유한한 자원에 의존한다는 한계도 있지 않나. 

    “우라늄은 (화석연료 대비) 저렴한 데다 수백 년 동안 채굴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매장량도 풍부하다. 채굴한 우라늄 광석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로를 개발한다면 사용 가능 시한을 수천 년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거기에 바닷물에도 우라늄이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려면 채굴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쨌든 사실상 무한정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전에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우라늄 수급은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통용된 UAE의 신권 1000디르함에 들어간 ‘한국형’ 바라카 원전 그림. 1000디르함 지폐는 UAE의 최고액권으로 앞면에는 건국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 국왕의 초상이 있고, 뒷면에는 바라카 원전과 최초 우주 비행사가 그려져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는 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인명 피해와 경제 손실이 컸던 만큼 여전히 많은 이에게 원전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으로 남아 있다.  

    “체르노빌에서는 고농도 방사능에 노출된 피해자가 있었지만, 후쿠시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번의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을 꺼리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강진·토네이도·허리케인·쓰나미·테러 공격 등 매우 드물게라도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사건에 대비해 안전 설계를 강화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은 전반적으로 매우 안전하게 유지돼 왔다. (화석연료와 달리) 수억 t의 온실가스 그리고 여러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은 실제로 매년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는 셈이다.” 



    원전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접목도 이뤄졌을 것 같은데.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원자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고 개선되고 있다. 더나은 재료, 안정적인 계측 및 제어, 탄력적이고 유연한 안전 시스템, 자동화 비율 제고 등이 기술 발전을 통한 개선의 주요 성과다. 빅데이터 기반 AI와 가상 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도 향후 원전 제어 진단에 점진적으로 접목해 비용을 절감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에서는 이 같은 기술 도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 수준과 관련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국내외에서 입증했다. 원전 운영 경험이 전무했던 UAE에서 대규모의 복잡한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완수한 것은 한국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큰 성과로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신규 원전 공급처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게 원자력 기술 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 있겠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잘 모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원자력발전소를 국가 자산으로 간주해 초당적으로 지원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의견이 다르지만, 원자력은 기후변화 완화, 에너지 안보, 미국의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기 때문에 원전 지원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이루고 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원전에 대한 각 정당의 합의와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의 경우 빌 게이츠 마이 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직접 나서 관련 기업을 설립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SMR의 미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빌 게이츠는 10년 넘게 원자력 기술 후원자로 활동해 왔다. 그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 에서 미국 내 첫 SMR 건설을 진행 중이다. SMR은 원자로에서 생성된 열을 현장에 일시적으로 저장해 필요에 따라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전력망 부하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건설 현장 규모와 공사 기간을 줄여 신규 프로젝트의 재정 위험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도 SMR의 장점이다. 하지만 SMR이 생산하는 전력이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더 저렴할지, 아니면 더 비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SMR은 일반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전부 제작 가능해 설치 비용이 적다. 냉각수 소모도 적어서 바다가 아닌 내륙에도 지을 수 있다. 전기가 필요한 곳 바로 옆에 설치할 수 있어 ‘게임 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도 커졌다. 

    SMR은 용기 안에 모든 부품을 넣은 일체형이다. 공장에서 제작을 마치고 그대로 실어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 SMR 형태가 옆으로 뚱뚱하지 않고 위아래 길쭉한 이유도 육상, 철도 운송을 위해서다.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탄소 연료를 쓰지 않는 차세대 SMR을 연구해 왔으며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석탄 발전소를 대체할 SMR은 약 2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 할 수 있는 용량인 345㎿(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국가의 원자력 관련 기술이 아무리 우수해도 에너지원은 언제나 다양할수록 좋은 것 아닐까.

    “물론이다. 에너지 믹스와 기술은 다양할수록 좋다.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천연자원에 따라 국가별로 에너지 믹스는 다를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화석연료의 국내 공급원이 없으며 재생에너지 관련 잠재력도 제한적인 한국의 경우,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건 적절하고 바람직하다.” 


    참고로 바라카 원전이 있는 UAE 아부다비의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을 이끌던 압둘라 압둘 아지즈 알 샴시 당시 청장(현재는 우리 돈으로 약 400조원을 굴리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 디렉터)은 2022년 12월 아부다비를 방문한 기자에게 “우리의 목표는 원전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력원을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 정부가 2006년 설립한 재생에너지 기업 마스다르(Masdar)는 20여 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 수력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기업이 됐다. 



     + PLUS POINT 

    ‘탈원전 선언’ 대만, 2030년 원전 재가동 고려

    ‘탈(脫)원전’을 선언했던 대만이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인한 전력 부족 우려로 2030년 이후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현지 매체가 8월 2일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총리격)은 7월 26일 보도된 일본 니혼게이 자이(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AI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2030년 이후 원전을 다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장관)도 지난 6월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2028년 이후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만은 현재 석탄 화력발전과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전 총통은 2016년 취임 당시 2025년까지 대만 내 모든 원전의 원자로 6기를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대만 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대만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에서 지난해 6.3%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