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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구칭양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FDI 유치, 산업 개발 큰 그림과 세 밀한 조화 이뤄야 결실”
  • 이용성 국제전문기자
  • 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더 크고 인구는 약 570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6억5000만 인구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진출의 전진기지이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8 만8447달러, 올해 IMF 기준)의 역내 최대 선진 시장으로 중요성과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가 국가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실적에서 일본과 홍콩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도 그 증거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2022년 1412억달러의 FDI를 유치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때 말레이반도 끝자락의 가난한 섬나라였던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싱가포르 국립대(NUS)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구칭양(顧清揚) 교수에게 이메일로 물었다. 구 교수는 싱가포르의 공공 정책과 도시 개발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 중 한 명이다. NUS와 함께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문대인 난양공대(NTU)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NUS에 합류하기 전인 2000~2009년 NTU에서 경제학과 정책 분석을 가르쳤다. 학교 밖에서는 싱가포르와 아시아 공공기관을 상대로 교육·컨설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의 FDI 매력도가 높은 이유는 뭘까.

    “정치 안정, 지속성,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방향, 탄탄한 법률 체계, 조화로운 노사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접근법을 취한 것이 싱가포르의 FDI 매력을 높인 원동력이다. 임금과 임대료, 세금 등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재된 비용을 줄이는 데 관심을 기울인 것도 성공 요인이다. 무역 장벽과 규제 장벽, 비효율적인 관리 방식 등 숨은 비용을 줄이는데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업 비용을 낮게 유지해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었다.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위상도 FDI 매력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싱가포르 정부는 핵심 분야의 기업 활동을 돕고, 혁신 역량을 강화하며,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보조금과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은 기업의 새로운 기술 접목과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싱가포르 기업청(ESG·Enterprise Singapore)은 연구개발(R&D), 국제화,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전 세계에서 낮은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 투자를 원하는 한국 기업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싱가포르 정부 산하 여러 위원회는 서로 협력해 기업 활동을 돕고, 외국 투자자를 지원한다. 한국 기업은 EDB, ESG, 싱가포르 통화청(MAS) 등 기관의 도움과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규제를 다루고 투자 기회를 포착하며, 싱가포르에서 성장을 가속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특정 기술 분야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2022년 8월에 ‘원 패스(One Pass·Overseas Networks & Expertise Pass)’ 신규 취업 비자를 도입했고, 2021년에는 ‘싱가포르 제조 연합 (Singapore Manufacturing Alliance)’을 발족했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서 물류·산업 부지를 찾는다면, 이 연합이 싱가포르 인근에서 적절한 지역을 찾아 투자가 이뤄지도록 도울 수 있다.”

    구칭양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 석사, 난양공대(NTU) 경제학 박사, 현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 현 싱가포르 학술 저널 ‘인프라, 정책과 개발’ 편집장, 전 난양공대 교수

    투자 유치 발표와 그것이 실제 결실로 이어지는 것 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FDI 결실 극대화를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은.

    “싱가포르 정부는 FDI 유치에 앞서 외국인 투자를 산업 개발의 큰 그림에 맞게 조율하기 위한 세밀한 계획을 세운다. FDI 프로젝트가 전반적인 경제 성장 계획에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산업 전반의 우선순위와 시장의 기회들, 투자 전략을 세심하게 계획해 FDI 투자가 성공과 성장의 결실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아세안 시장의 최고 선진국이라는 점도 싱가포르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동남아 중심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싱가포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한 도약대 역할을 하고 있다. 우수한 기간 시설(인프라)과 효율적인 교통 네트워크, 세계적인 물류 설비를 보유한 싱가포르는 아세안 소비 시장 진출을 위한 이상적인 허브임이 틀림없다.”



    자료_싱가포르 회계 및 기업 규제 기관(ARCA)·세계은행

    동서양 문화의 공존과 활발한 교류도 싱가포르의 장점 아닐까.

    “동서양의 문화가 녹아있는 ‘멜팅팟(melting pot· 용광로)’이라는 점도 FDI 유치 경쟁력을 높였다. 다문화 환경으로 개방, 관용, 포용 지수가 올라가면서 문화적인 배경이 다양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문화 감수성이 기업 활동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하다는것을 잘 알고 있다. 싱가포르식 기업 활동에는 위계질서와 조화, 오랜 인연 등을 중시하는 동양적 가치와 효율과 투명성, 책임 의식 등을 강조하는 서구의 원칙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다양한 투자자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능력주의와 다양성을 강조하는 까닭에 싱가포르에 적을 두고 있는 기업은 인종·문화적으로 다양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누릴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미· 중 갈등 등 도전도 만만치 않았을 듯한데.

    “싱가포르는 경제 개방도가 높고,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 등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여파로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싱가포르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역으로 그런 위기는 회복 탄력성과 적응력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했다. 싱가포르는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FDI 전략을 다각화했다. 국제 무역과 투자, 연결을 위한 허브로서 위상을 강화 하고 강조한 것이 핵심이었다.”


    첨단 기술 발전으로 지난 20년 동안 산업 지형이 급격히 변했다. FDI 관련 전략도 산업별로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는 물리적인 인 프라와 세제 혜택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산업 의 경우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관련 투자를 유치하려면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규정을 잘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싱가포르는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FDI 전략 을 조정해 왔다. ICT와 AI 분야에서 싱가포르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한발 앞서 움직여 왔다. 실험과 창의성을 고취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새로 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AI 분야에서 지난 몇 년간 세계가 주목할 만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영국 데이터 분석 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글로벌 AI 지수(The Global AI Index)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지난해 전 세계 주요 62개국 중 미국 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영국, 캐나다에 이은 6위였다. 첫 조사였던 2020 년 10위를 차지했던 싱가포르는 불과 3년 만에 순위가 일곱 계단이나 오르면서 미국과 중국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GDP 대비 싱가포르의 AI R&D 지출은 미국의 18배에 달한다.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많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투자 매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녹색 경제로 이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아·태 지역에서 금융과 탄소 배출권 거래의 중심이다. 이들을 통해 투자자와 기업, 금융기관은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약 30%가 해발 고도 5m 이내의 저지대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싱가포르 금융 중심가와 공항,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등 주요 랜드마 크 건물 대부분이 침수 취약 지역에 있다는 점이 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여파를 줄이기 위해 우리 돈 100조원 가까이 투입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클라이미 트 임팩트X(CIX)’로 불리는 탄소 배출권 거래소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CIX는 싱가포르개발은행 (DBS)가 싱가포르 거래소 등과 공동으로 설립한 플랫폼으로 인공위성 모니터링, 머신러닝·블록체 인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권 거래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FDI 유치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보나.

    “활기 넘치고 수완 좋기로 이름난 한국 기업은 세 계를 무대로 중요한 투자를 집행하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격 해지는 경쟁과 지정학적 도전 속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FDI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연한 노력과 전략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FDI 유치에는 정치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 안정 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역동적인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이므로 해외시장에 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서로 협력해 FDI 유치 관련 좋은 사례를 공유하면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