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WTO 체제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면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미국이 계속해서 상소위원 선임에 반대하면서 빚어진 비상사태다. 한국 정부는 자국우선주의와 일방주의에 맞서며 다자주의 수호를 외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WTO의 탄생부터 무기력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보며, 안보와 통상이 연계되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본다.
‘자유·다자’ 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국과 중국이 WTO에서 약속한 관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고율의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WTO는 지난해 12월 출범 25년만에 상소기구 내 상소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면서 분쟁해결 기능도 상실한 상태다.
분쟁해결을 못하는 WTO, 사람으로 치면 ‘식물인간’이다. 상소위원 정원이 7명이고, 최소 3명이 분쟁 심리를 해야 하는데 이제 1명만 남은 탓이다. 미국이 합의제로 운영하는 상소위원 선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6일(현지시간)엔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 드니스 시어 대사가 2020년 WTO 예산 지원을 끊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1947년부터 47년간 세계무역을 관할해온,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와 이후 지금까지 이어온 WTO 체제 출범의 주역이자 최대주주 격인 미국이 판을 깨려 하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WTO는 완전히 끝났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사실 삐걱거리는 파열음은 10년 전부터 났다. 2001년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시킨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 도하라운드(Doha Round)는 10여 년을 끌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0년쯤엔 미국이 “그냥 당사국끼리 직접 하자”며 협상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015년 12월 WTO 통상장관회의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도하라운드의 공식 폐기를 요청하면서 WTO는 점점 존재감을 상실했다. 상소위원 이슈는 그나마 작동하던 분쟁 기능마저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왔다.
내용 / 체제 | GATT | W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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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 성격 |
국제협정일 뿐 엄밀한 의미의 국제기구는 아님 불완전한 브레턴우즈 체제 |
명실상부한 국제 법인으로서 국제기구의 역할 수행 브레턴우즈 체제의 완성 |
국제무역 규율 범위 |
공산품과 일부 농산물 |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등 국제적으로 교역되는 모든 상품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
국제규범 |
포괄적인 무역 규범의 제정에는 실패 보조금 협정과 반덤핑 협정의 제정 NTB(Non-tariff Barriers)에 대한 규범 제정을 시도했으나 실패 |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 17개 다자간 협정과 4개의 복수 간협정 포괄 서비스(GATS) 제정 지적재산권 협정(TRIPs) 제정 반덤핑 관세 부과 기준 강화 보조금의 운용 기준 강화 세이프가드 협정을 통해 회색조치 철폐 의무화 |
분쟁해결 절차 |
상설 분쟁해결기구가 없음 무역 분쟁에 대한 권고안만 제시 교차보복(Cross-sector Retaliation) 없음 |
교차보복(Cross-sector Retaliation) 없음 분쟁해결의 단계적 절차와 이행 기간 명료화 DSB 결정 사항의 집행 용이 교차보복 가능 |
새로운 규범 설정 |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조치 등에 대한 규범이 없음 |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조치도 규율 대상에 포함 서비스 협정 체결(서비스 규율 원칙, 양허 계획표 작성)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규범 제정(특허권, 상표권 등의 보호 기준 및 절차 마련) |
WTO 체제는 출범 25년 만에 끝나는 걸까? 우선 WTO 체제가 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WTO 출범 당시보다 개도국의 영향력이 꽤 증대했다. 초기에는 미국과 EC(유럽연합(EU)의 전신)가 주축이 되어 공산품과 일부 농산물만이 규율 범위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8년, 수년간 협상을 이어온 도하라운드에서 브라질, 인도 같은 개도국 챔피언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정도로 개도국 덩치가 커졌다. 미국은 이들을 설득할 정치력조차 상실해갔다.
자신이 출범시킨 최초의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인 도하라운드를 시간만 끌 뿐, 종결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WTO는 죽었다”는 비난과 우려가 쏟아졌다. 새로운 무역협정을 만드는 WTO의 입법 기능이 무색해졌다. 분쟁해결을 주축으로 하는 사법적 기능도 마찬가지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상소기구의 심의위원들이 기존의 합의를 존중하면서 협정을 해석해야 하는데, 가끔 창의적이란 생각이 들 만큼 이를 벗어났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불만이 많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201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다자’가 아닌 ‘보호·공정’ 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미국 시장을 활짝 열어 ‘득’을 봤으니 이제 다른 나라들이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WTO 체제의 근간을 뒤엎는 발언이었다. 그 여파로 통상장관회의가 끝난 후에는 공동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국제관계에도 그가 평생 해오던 비즈니스 세계의 거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다자무역체제의 근본적 설립 취지와 상관없이 미국에 유리한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나쁜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말은 무역의 축을 ‘자유’보단 ‘공정(자국우선주의)’에 두겠다는 뜻이었다. 트럼프만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게 미국 내 유권자의 불만이 터진 결과이기도 했다. 일자리를 뺏긴 미국 중서부 공업지역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당선 후 WTO를 무력화하기 위한 세 가지 조치를 취했다. 먼저 ‘안보’를 핑계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1962년 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통상 안보 규정)’를 발동한 것이다. 원래 이 법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사문화됐던 법이 트럼프에 의해 신병기로 재발견되었다.
자동차산업에도 이 무기가 쓰일 모양이다. 2019년 5월 미 상무부가 권고한 ‘자동차에 대한 232조 조치’를 2019년 말까지 연기한 것은 중국 제재와 연관돼 있다.
다음 조치가 앞서 본 WTO 상소기구의 상소위원 선임을 막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원칙대로 WTO에 맡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불공정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고 중국에 보복관세를 물린다고 해도 트럼프 임기가 끝나갈 시점에야 가능할 수도 있다. 임기 내내 WTO만 붙들고 싸워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안 트럼프는 WTO라는 길고 먼 길을 버리고 직접적인 공세에 나섰다.
마지막 조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3자 무역협정인 NAFTA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폐기 위협에 의해 재협상하는 운명을 맞았다. NAFTA 대신 ‘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로 불리게 된 협정에는 비시장경제권(NME: Non-market Economies)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협정을 폐기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통상 비시장경제권 국가로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이 꼽힌다. TPP에 참여한 베트남은 해당 사항이 없고,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쯤 되면 미국이 더는 다자체제를 끌고 갈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 누가 다자체제를 수호할 수 있을까? G2로 올라선 중국의 경우 관심은 있지만, 능력이 없다. 중국은 WTO 가입으로 최대 수혜를 입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서구권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권침해’로 대두됐던 천안문사건으로 관세 문제가 풀리질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WTO 가입 이후 다자체제를 최대한 활용해서 세계 최대의 무역국,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럼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시장을 그만큼 개혁하고 개방했을까? 2017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하지만 서구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과 합작한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회사들의 중국 내 법인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짓밟힐 수 있는지 우린 목도했다. 반(反)자유무역이다.
중국은 다자체제 무역에 위협을 끼친 ‘과잉생산’ 문제의 주범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전략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본래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사라져야 하는데,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국영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 험난한 시장에서 결국 살아남는 자가 전 세계 시장을 먹을 수 있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이걸 다른 나라가 WTO에 걸고 넘어져도 4~5년, 하지만 나름 합법적인 무역 보복을 할 명분을 얻는 건데 그렇다 해도 중국에 맞설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 이미 국가주도 경제체제를 내세우는 중국엔 다자체제 수호에 있어서 ‘모럴 저스티스(moral justice)’가 없다고 봐야 한다.
EU는 어떨까? EU는 브렉시트 하나만으로 초토화됐다. 2016년 6월 EU는 영국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의회의 반대 등을 이유로 3년 반이나 끌려다녔다. 유럽의 완전한 통합으로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은 사실상 깨졌다. 완전히 결별하면 영국과 EU는 무역·안보·외교정책·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 관계 협상을 다시금 해야 하는데 이것도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WTO 개혁에 대해 EU가 나름 여러 제안을 하고 있지만, 현실감이 결여된 이상주의라는 비판이 많다. 미국 실용주의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미국과 EU가 다시 합심해 새로운 협정을 만든다?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우린 어떻게 하고 있나? 트럼프와 시진핑에 의해 WTO 체제는 붕괴하고 있다. FTA로 맺은 통상 네트위크도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북미는 또 다른 협정으로 묶였고, 유럽은 브렉시트에 정신이 없다.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보를 이유로 내세운다. 사실은 안보가 아니라 국내 정치가 문제인데 말이다. 냉전 종식 후 지난 20여 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세상은 뉴노멀(New Normal)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통상외교는 올드 노멀(Old Normal)에 머물러 있다.
OECD 가입국(7) | G20 회원국(10) | 고소득 국가(22) | 세계무역 비중 0.5% 이상(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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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준 해당(1) | 한국 | 한국 | 한국 | 한국 |
3개 기준 해당(3) | 터키, 멕시코 | 터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 사우디아라비아 | 터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
2개 기준 해당(12) | 칠레, 이스라엘 |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공 | 칠레,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싱가포르, UAE, 홍콩, 대만 |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싱가포르, UAE, 홍콩, 대만 |
2개 기준 해당(12) |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 안티구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오만, 브루나이, 쿠웨이트, 마카오,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트리니다드 토바고, 카타르, 세이셸, 우루과이 |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
냉전시대에는 통상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일 수도 있었다. 미국이 주도한 다자 경제질서는 자유 진영을 하나로 결속해 공산권과 대결하는 대외 전략의 일환이었다. 공산국가인 중국을 다자 경제질서에 포용하고, 미국 시장을 내준 것이 핵무장 국가 중국을 갈라파고스처럼 남겨두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로 덩치를 키운 중국이 미국에 맞서면서 그런 ‘밀월’ 관계는 끝났다.
하지만 한국은 TPP에는 참여하길 주저했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에는 참여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프레임 탓인지도 모른다. 단순한 논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막연히 다자체제가 유지됐으면 하는 낭만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앞서 본 대로 전 세계는 이미 WTO에 의존하기보단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중국의 민족주의가 너무 강하다. 다자체제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다자체제만 붙들고 외교 통상 전략을 짜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대신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면 달라질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우리의 통상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때가 왔다.
둘째, 통상으로 먹고 사는 한국에 미국, 중국, 아니 그 어떤 국가든지 자국의 정치적인 이유로 통상 보복을 하는 세상이 왔다. 즉 우리에겐 경제는 곧 안보랑 직결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흑자 관리를 철저히 하는 동시에 통상과 안보가 밀접하게 연결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보와 통상이 연계되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한국에는 안보와 통상을 같은 차원에 놓고 논의하며 조정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부처 간 협력과 조정도 절실하다. 통상은 단순히 수치를 맞추고 부처의 이익을 챙기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이 걸려 있는 사안이다.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해온 농업·수산 분야, 환경과 노동에 대한 국내 규제가 강해지면서 발생하는 국제규범과의 충돌, 디지털 경제에서 한국 경쟁력과 충돌하는 각종 규제 등은 국익 차원에서 조정돼야 한다.
넷째, WTO 체제 개혁에 대해 한국도 명확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 농업 분야를 보자. 우루과이라운드가 극적으로 타결되기 직전인 1993년 12월, 한국에선 농민들의 농업 개방 반대가 거셌다.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쌀에 대해서만 ‘10년+추가 10년 개방 유예’를 받아냈다. 트럼프는 2018년 여름 “개도국 지위를 넘어선 국가들이 WTO에서 부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G20 국가,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 무역 비중 0.5% 등 미국이 제시한 4개 기준에 모두 포함됐다. 싱가포르와 브라질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고, 한국도 뒤를 이었다. 하지만 WTO 도하라운드에서 한국은 ‘개도국 지위’만 견지했을 뿐 도하라운드 타결을 위한 ‘양보’를 외친 적도, 한 적도 없다. WTO 체제의 존재를 위협하는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체제의 문제점, 구체적으로 보조금, 과잉 공급, 차별적 산업정책에 대해 한국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다섯째, 한국은 규모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1995년의 한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 직전이었고, 이제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 7대 무역 국가 반열에 올랐다. 개도국 지위에 숨었던 한국이 다자체제 수호를 꺼내면 국제사회는 냉소적으로 본다. 특히 미국이 해외 생산 철강에 관세를 매길 때 그랬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트럼프가 꺼냈을 때, 한국은 미국의 철강 수출 쿼터(할당) 70%를 받아들였다. 사실 쿼터는 WTO 체제에서 금기사항이다. 다자체제 수호를 외치고, 진정으로 글로벌 자유화를 원한다면 우리 역시 그에 맞는 국제 무대에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의무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를 ‘라이크-마인디드(like-minded) 그룹’으로 엮어서 무너져 내리는 다자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