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역 지상 중계

가스 감지 오류 많은 국내외 반도체 현장
세계 최초 ‘멀티 가스감지기’ 개발로 해결

㈜가스트론

취재 김선녀 기자 사진 지다영

2010년 세계 최초로 멀티 가스감지기를 개발한 가스트론 최동진 대표.

군포에 위치한 가스트론의 사옥 입구에는 수십 개의 인증서가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최동진 대표는 이 인증서야말로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는 산업용 안전 제품의 인증서는 결국 기업의 기술력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최초 국산화 성공에서 시작해 양산형 휴대용 가스감지기 개발, 세계 최초 멀티감지기 개발 등 세계에서도 기술로 인정받는 가스트론은 지금도 세계 시장을 선도할 프리미엄 가스감지기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7건의 특허 획득으로 국산화 성공, 해외 시장 선도 시작
산업용 가스감지기는 가스, 배관, 반응기 등 수많은 설비가 운영되는 모든 공장에 꼭 필요한 안전장비 중 하나다. 압력이 올라가 파이프가 터지거나 오래된 배관에서 가스가 새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막기 위한 것으로 공장 내 가스 농도를 24시간 감지해 위험이 판단되면 관리자에게 알리는 동시에 위험도에 따라 선조치를 하는 시스템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외산 일색이던 산업용 가스감지기 시장에서 국산 제품 개발에 뛰어든 이가 있다. 1992년 가스트론을 설립한 송찬영 회장과 최동진 대표다. 경기도 시흥 유통상가에 작은 방 한 칸을 얻어 외산 장비들을 뜯어보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설립 초창기부터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했다. 기대받지 못한 출발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외산 못지않은 감지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화학공장, 발전소, 폐수처리 시설 등에 제품을 납품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 국산화까지 성공시키면서 가스트론은 업계 최초로 생산의 전 과정을 해외 거래 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제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7건의 특허를 획득하고 국내 시장을 선도하는 최고의 안전기기 업체로 자리매김한 가스트론은 현재 총 1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가스트론의 눈은 자연히 세계로 향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엔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해외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까다로운 인증을 받은 뒤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을 쌓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사의 자체적인 성능 실험에도 통과해야 하며 등록업체에 들어가기 위해선 많은 영업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적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이상 걸리기도 하는데, 물론 그 긴 시간 노력해도 되지 않는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쫓아가고 도전하니 인정해주는 때가 있더라고요.”
가스트론은 2004년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와 함께 터키 수출을 성공시켰다. 가스감지기 인지도가 낮던 대한민국의 한 강소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업체를 이긴 사건이었다. 이 일은 ‘가스트론’의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가격 경쟁력과 프리미엄 감지기 개발로 미국·아프리카 시장선점 목표

업계 최초로 가스감지기 국산화에 성공한 가스트론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글로벌 선도기술 덕분이다. 반도체 현장은 수십 가지의 가스가 사용되는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그동안 가스 감지의 오류가 매우 잦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는데 2010년 가스트론이 세계 최초의 멀티 가스감지기 ‘GTM Series’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출시하면서 애플이 폴더블폰의 후발주자가 된 것처럼 반도체 가스감지기 시장에서 가스트론의 멀티 가스감지기 출시 후 메이저 회사들도 뒤따라 개발을 시작하며 후발주자로 뒤바뀐 것이다. 제품과 함께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해 2013년 230억 원이던 연 매출이 2018년에는 무려 870억 원을 달성했다. 이를 계기로 가스트론은 해외 업체들이 범접할 수 없는 가스트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도전정신으로 만든 휴대용 가스감지기 ‘G-Finder Single’은 2019년 세계일류상품의 차세대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설치형 가스감지기가 산업현장을 위한 것이라면, 휴대용 가스감지기는 사람의 안전에 더 집중된 장비입니다. 가스트론은 원소재 100% 국산화와 자동화로 원가를 대폭 낮춰 10만 원대의 휴대용 가스감지기를 개발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자랑합니다.”
가스트론의 현재 주요 수출 시장은 동남아와 중동, 러시아, 중국 등이다. 무역의 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냈고, 앞으로는 중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미국에도 지사를 열 계획이다.
“미국의 전 세계 가스감지기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습니다. 곧 미국에 진출해 자사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고, 아프리카로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프리카는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상당한 지역인데도 아직 가스감지기가 거의 개발되지 않아 발 빠르게 진출한다면 세계 메이저 경쟁사들보다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가스트론은 3년 이내 출시를 목표로 기존 제품과는 전혀 새로운 프리미엄 가스감지기를 개발 중이다. 가스트론의 경쟁사는 이제 그들 자신이 되어가고 있다. 가스트론은 미국,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나아가 계속해서 불가능한 도전을 곧 현실로 이뤄낼 것이다.

세계 최초의 멀티 가스감지기 GTM Series
㈜가스트론 기업 현황 업종 또는 업태: 제조 사업 규모(2020년 기준): 매출액 1,000억 원 예상 수익 구조: 가스 누설 감지기 판매 매출액 중 직간접 수출액 비중: 30% 최근 3년 수출액: 2017년: 21억 원 2018년: 54억 원 2019년: 137억 원주요 수출국: 중국, 인도, 대만, 미국, 동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