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혜민 서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전 G20 셰르파, 주 프랑스대사, FTA 교섭대표 사진 한경DB, 청와대
세계는 코로나19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통상 흐름에 미친 영향과 국가별 통상정책의 변화를 분석하고, 새로운 통상환경에서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통상 어젠다와 한국의 대응전략을 짚어본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제를 약 2개월이나 봉쇄하는(Lockdown)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얼마나 빨리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여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가가 관건이 되겠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분명히 그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며 보건 긴급상황(Health Emergency)이 경제 긴급상황(Economy Emergency)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며 IMF는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로, WTO는 세계무역이 작년 대비 최대 32%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그 정도와 범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이라는 것에 모든 전문가의 의견은 일치한다. 아래에서는 코로나19가 국제통상과 관련된 사항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두어 언급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미·중 통상분쟁은 올해 1월 15일 미·중 경제통상 협정(소위 Phase One Deal) 서명으로 일단락되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이번 코로나19 발생으로 미·중 관계는 향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 발생을 은폐함으로써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을 초래했다고 중국의 책임론을 계속 거론하고 있고, 중국 편향임을 이유로 WHO에 대한 분담금 지원을 중단하였으며 이에 맞서 중국도 대미 비난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19의 미국 확산과 관련해 자신에 대한 비난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도 이번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오는 11월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계속 확대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미·중 분쟁은 지난 1월 서명한 1단계 합의의 충실한 이행이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미·중 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1단계 합의에 따라 중국은 향후 2년간 2017년 대미 수입규모보다 총 2,000억 달러 많은 미국의 상품, 에너지 및 서비스 구매를 약속하였으며 올해에만 2017년에 비해 농산물 125억 달러, 공산품 329억 달러, 에너지 185억 달러, 서비스 128억 달러 등 767억 달러 규모의 추가구매 의무가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것이 지켜질지 의문시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난 4년간 최대의 치적으로 미국경제 부흥과 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들과의 통상관계를 바로잡은 것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의 협정 이행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협정 제6.2조 4항과 6항을 근거로 미국에 재협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잠정 중단된 미·중 간 통상분쟁은 재개될 것이며, 이번에는 보복관세 부과를 넘어선 범위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단계 합의를 바탕으로 중국을 더욱 압박하여 11월 대선 전까지 보조금, 국영기업, 사이버보안, Data Localization 금지 등 대중국 핵심 요구사항을 관철하여 대선에 적극 활용하려는 재선전략에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대중 강경책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된 매 단계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조치에 대해 즉시 대항조치를 취해온 중국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경우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양국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중 관계 악화는 5G와 화웨이(Huawei)와 관련한 미·중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난해 12월 4일 런던 NATO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런던 선언(London Declaration)은 NATO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언급하면서 5G 등 통신과 사이버보안에 대한 6항에서 “중국의 증가하는 영향력과 국제정책은 기회임과 동시에 도전이며 이에 대해 우리는 동맹으로서(As an Alliance) 함께 대처해야 함을 인식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Financial Times의 저명한 정치경제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흐만(Gideon Rachman)은 지난해 12월 10일 자 FT 칼럼을 통해 동 공동성명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앞으로 유럽이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America First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미국을 선택할 것이며 향후 5G와 관련한 유럽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후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28일 영국의 5G 인프라 건설에서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지는 않고 5G 장비를 핵심/비핵심(Core/Non-core) 장비로 분리하며, 화웨이를 High Risk Vendor로 지정하여 비핵심(Non-core) 분야에 한해 참여시키며 동 분야 시장점유율도 35%로 제한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동 조치는 정보, 군사 및 핵시설 등 민감 분야에서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와 정부청사, 군 기지 등 민감 지역에서도 제외하는 조치를 포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 내용을 존슨 영국 총리로부터 직접 통보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실망을 표시하면서 보안 취약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계속된 경고와 요청에도 영국 정부가 화웨이 참여를 허용한 것은 앞으로 다른 국가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이며 향후 미·영 FTA 체결 등 양국관계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고 한다. 주요 미 의회 지도자들도 영국이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지 않는 한 미·영 FTA에 대한 미 의회 비준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영국이 채택한 화웨이에 대한 부분금지 방안은 독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따를 가능성이 있으며, 1월 29일 EU집행위는 특정 국가와 기업을 향후 5G 사업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화웨이의 유럽 5G 건설사업 참여문제는 향후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의 핵심이 되어 미·중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계속되어온 Globalization은 2008년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큰 충격을 받아 세계경제의 Deglobalization을 촉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팬데믹 사태를 맞아 의료장비 등에 대한 수출통제,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 등 세계 각국이 취한 일방적 조치의 후유증은 코로나19 사태가 사라진 이후에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에는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하여 G20 정상회의를 통한 국제적 공조로 이러한 위기를 함께 극복하였으나 이번에는 지난 3월 26일 화상회의로 개최된 긴급 G20 정상회의 다음 날 중국은 외국인 전면 입국제한 조치를 실시하였으며, 다자주의를 극히 꺼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미국이 국제적 공조를 주도하려는 노력 자체가 보이질 않아, 세계 각국은 자국만을 생각하는 단기적 조치만을 취하여 향후에도 다자 차원의 공조는 쉽게 복원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에도 상당한 훼손이 가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탈세계화와 국제공조 약화는 민족주의(Nationalism) 강화로 이어질 것이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극우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확대되어 팬데믹 이후 국제공조의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발생은 세계경제의 과도한 대중국 의존이 얼마나 위험성이 큰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중국에서의 위기가 아주 쉽게, 그리고 신속하게 세계 전체의 위기로 확산됨을 보여주었다.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으며 현대자동차, 닛산, 토요타 등은 중국산 부품 일부의 공급부족으로 한때 생산을 중단한 바도 있다. 미국 의회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할 수 있도록 미국 제약회사들의 미국 내 생산을 증대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을 미 행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며 미 행정부도 관련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기업들은 유사한 위험의 재발에 대비하여 베트남, 멕시코, 터키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노력을 추진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미·중 통상분쟁으로 시작된 다국적기업들의 중국 이탈(Exit)을 가속화해 중국의 Global Supply Chain에서의 중심적 지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그간 기업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소위 ‘적시생산 시스템(Just-in-time Mode of Manufacturing)’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재고는 비용이며 수익을 감소시킨다고 평가하여 단기 이익에만 집중하면서 장기 리스크는 무시하는 기업정책에서 질병, 지진 등 자연 재난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는 정책으로의 변화가 예상되며, 가능한 한 자국과 가깝고 이러한 리스크가 적은 지역에서 자동화된 설비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것으로 기업의 투자정책이 변경되면서 현재의 Global Supply Chain은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 격화, 탈세계화 및 민족주의의 강화 추세와 함께 중국에 집중된 Global Supply Chain의 변화 추이를 인식한 주요 국가는 앞으로 다음과 같이 변화된 통상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미국은 빠르면 오는 7월 1일 USMCA(NAFTA 개정협정)를 발효시킨 후 주요교역 상대국에 대해서도 USMCA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은 USMCA가 향후 미국 통상협정의 전범(Template)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동 협정에 포함된 환율 조항, Data Localization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노동 및 환경조항 준수 강화, 국영기업 규제 등의 내용을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에게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러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둘째, 이러한 미국의 양자주의 강화에 맞추어 EU도 통상정책의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 회원국 중 자유무역정책을 가장 강하게 지지해온 영국의 EU 탈퇴는 EU 통상정책의 보호주의 색채를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1일 출범한 신임 EU집행위는 미국의 보호주의 및 고립주의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한 바 있고, 특히 중국의 국영기업 지원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함을 지적한 바 있어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강화와 함께 핵심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10일 EU집행위는 “New Industrial Strategy for Europe”을 통해 EU의 향후 3대 핵심 산업전략으로 i)Maintaining European Industry’s Global Competitiveness and a Level Playing Field, at Home and Globally, ii)Making Europe Climate-neutral by 2050, iii)Shaping Europe’s Digital Future를 천명하였으며, 올해 중반까지 외국의 보조금 문제를 다룬 백서를 발간하고 이를 기초로 내년에는 보조금과 관련한 법적 조치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중국 등의 보조금과 국영기업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예고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전기자동차로의 이전에 핵심이 될 전기배터리 생산시설이 유럽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보조금 지급을 통한 전기배터리 공장을 스웨덴에 건설키로 한 점은 향후 EU 산업 및 통상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Global Supply Chain을 완화시킬 수 있는 통상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다국적기업의 탈중국 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충분한 노동력 공급이 가능하며 적절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베트남, 멕시코, 터키, 동유럽 국가들이 주요 대상국이 될 것이며 미국, EU, 일본 등은 이들과의 경제통상 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USMCA 발효로 멕시코는 대미시장 접근에 우위를 확보하고, EU는 금년 중 가능한 한 조기에 EU·베트남 FTA를 발효시킬 것이며, 일본 또한 CPTPP/TPP11의 회원국 확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제1·2차 세계대전이 비행기 관련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계속 그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었던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와 관련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상황변화에 따른 디지털 경제의 안정적 확산을 위해서는 관련 국제규범 마련이 필수적임을 재인식하면서 지난해 1월 출범한 WTO 관련 협상(Trade-related Aspects of Electronic Commerce)의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며, 미국과 EU 간 핵심사항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질 경우 중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수국 간 협정의 형태로 주요 규범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5G로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과 관련한 탈(脫)동조화(Decoupling)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이러한 양자주의, 보호주의의 강화에 따라 WTO에 기초한 세계자유무역체제는 상당기간 침체를 계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WTO체제의 핵심인 분쟁해결 절차가 현재 마비상태에 있고 경제규모로 세계 제1, 2, 3위인 미국, 중국, 일본이 WTO의 핵심 원칙인 최혜국대우(MFN)에 명백히 위반되는 협정을 지난해 10월(미·일) 및 올해 1월(미·중) 각각 체결하였고, 2001년 개시된 도하개발어젠다(DDA; Doha Development Agenda, 도하라운드) 협상은 이미 전 세계의 관심에서 사라짐에 따라 WTO체제는 Globalization의 위기와 함께 당분간 그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한 G20의 역할도 상당히 미미하였으며 G20 통상장관들이 수출통제 조치는 “Targeted Proportionate, Transparent and Temporary”한다는 것에 합의하였으나 구체적인 조치로는 이어지지 못해 그 한계를 노정하여 향후 세계 위기대응 조직으로서의 G20 위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영국의 탈퇴로 EU의 정치·경제적 위상에 타격이 가해진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EU 회원국들의 일방적인 이동제한 조치 및 수입통제 등은 향후 EU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 긴급지원자금 마련과 관련한 독일, 네덜란드 등 북부국가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국가들 간 대립은 향후 EU 통합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다.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 잠정기간도 불가피하게 연장되거나 양측 간 이에 대한 이견으로 사실상의 No deal BREXIT가 될 경우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 EU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단일시장 성공에 따라 전 세계로 확대된 지역 통합도 위기 앞에 무력한 EU 통합을 보면서 당분간 그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의 경제침체로 이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각국은 단기적인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임에 따라 지역협력 강화보다는 각국 간 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꾸준히 발전해온 국제통상 규범에 대한 심각한 도전과 무력화가 예상된다.
특히 각국은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소위 “Whatever It Takes Commitment”를 각각 추진할 것이며 국제공조 없는 이러한 각국의 개별정책 추진은 혼란과 분쟁을 야기하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 우려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의 침체와 국제통상 규범의 무력화는 GDP의 대부분을 대외 부문에 의존하며 세계경제의 안정과 자유무역주의의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경제에는 엄청난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적인 수요의 감소는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세계경제의 어려움은 공산품,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농산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민 근로자의 이동 제한과 유통 및 운송 체계의 마비는 일시적인 식량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식량 수출 제한이 이루어질 경우 치명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렇게 예상되는 각종 어려움과 위에서 언급한 국제통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다자주의의 쇠퇴에 따른 양자주의의 확산 추세는 주요 국가들과의 양자협력 관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며,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국가들과 경제통상 협정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의 핵심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 간 관계악화 가능성이 우리로서는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것임을 감안한 대응전략 마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가 더욱 빨라질 것에 대비하여 USMCA의 Digital Trade 관련 내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디지털 경제의 확대 발전에 저해가 되는 국내 정책에 대해 재검토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WTO의 Digital Trade 관련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핵심이익 관련 사항의 국제 규범화에도 적극 기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기적으로는 각국의 일방주의와 탈세계화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진행된 세계경제의 통합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임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가 다시 통합의 길로 복귀할 것이며 국제공조도 재개되어 대외개방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경제도 이와 함께 발전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2~3년간의 어려움은 우리도 ‘Whatever It Takes’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