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성장만을 향해 화석연료에 의존해 달려왔던 경제주체들은 환경이라는 주변을 돌아볼 계기를 갖게 되었고, 노력하면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희망도 품게 되었다. 리세일 비즈니스가 그 해답이 되고 있다.
중고 상품을 다시 유통시키는 비즈니스.
최근에는 스니커즈 등을 중심으로 한정판 상품을 구매한 뒤 재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에게는 ‘친환경’에서 ‘필환경’으로의 의식 변화가 일고 있다. 필환경 트렌드는 다양한 산업의 변화를 야기했는데, 특히 리세일 비즈니스(Resale Business)가 눈에 띈다. 그중 패션산업에서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으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된 것.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의류를 재사용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식이 커지면서 리세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소비자의 비대면 거래 선호현상과 패션업계의 불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대응이 맞물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리세일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다.
리세일은 M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맞아떨어진다. M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비용을 절감해 다양한 패션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성향이 리세일 플랫폼과 만난 것이다. 더욱이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주력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BCG(Boston Consulting Group)는 2018년 럭셔리 제품의 리세일 참여의사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약 45%가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MZ세대는 더욱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MZ세대가 기존 세대보다 판매와 구매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은 현재보다 미래 리세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데 근거가 된다.
세계 최대 리세일 웹사이트 스레드업(thredUP)은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리세일이 패스트패션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세일 시장규모는 2018년 현재 약 240억 달러로, 패스트패션 시장(약 350억 달러)보다 작지만, 향후 가파르게 성장해 2028년에는 약 6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온라인 리세일 시장은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전체 패션 소매판매액은 올해 –23% 감소하고 내년에도 회복이 어려워 오프라인 리세일 매장도 회복세가 미진할 것이지만,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리세일 시장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갭 그룹은 2020년 4월부터 리세일 플랫폼 스레드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레드업 백을 통해 우송되어오는 리세일 상품에 적정한 가격의 크레디트를 주고 그 크레디트로 다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버버리(Burberry)가 미국의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 더리얼리얼(The RealReal)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베스티에르 역시 산드로, 조셉 등과 제휴를 맺었다.
럭셔리 슈 클럽(Luxury Shoe Club)은 신발 전문 리세일 플랫폼으로서 멤버십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익의 일부를 불우한 여성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스니커즈 재판매 플랫폼인 스톡엑스(StockX)는 투자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기도 했다. 스톡엑스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스니커즈 시세 그래프를 표기해주고 있다.
국내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형 온라인 패션 편집숍으로 꼽히는 무신사는 한정판 운동화 리세일 플랫폼 ‘솔드아웃’을 론칭했다. 서울옥션블루의 ‘엑스엑스블루’,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크림’ 등과 같은 한정판 거래 플랫폼들이 론칭되고 있다. 리세일 플랫폼은 기존 개인 간 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진품 여부와 품질을 보증하고,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플랫폼 이용자들의 거래 가격이 공개되고, 데이터가 쌓여 적정거래가격을 투명하게 인지하게 해준다.
온라인 리세일 시장이 부상함에 따라 내수 및 통상 정책상의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리세일 플랫폼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 해외 주요 리세일 플랫폼들보다 경쟁력을 갖춘 리세일 사업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세계 소비자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어 있으면 안 된다. 전 산업에 걸쳐 리세일 플랫폼 사업자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고물품에 대한 국제교역의 관점에서 보자면, 국내 리세일 참여의사가 있는 기업과 판매자들에게 수출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 해외 주요 리세일 플랫폼을 활용해 수출로 연결하거나, 국내 리세일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도록 할 수 있다. 숙제도 있다. 리세일 플랫폼을 활용한 수출의 경우 관세 부과, 제품 검증, 부정거래 방지 등에 관한 시스템적 지원이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