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마로(여행작가) 사진 이마로, 경상북도청
경상북도 안동은 조선시대 유교문화가 여러 대에 걸쳐 이어 내려오는 고장이며, 하회마을로 대표되는 조선시대 정신문화의 원류가 깃든 곳이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변의 소읍 하회마을에서 천등산 자락의 고찰 봉정사의 서정적인 풍경까지. 이 땅의 유구한 역사가 강물처럼 흐르는 안동은 지금 호젓한 늦가을 정취로 가득하다.
안동은 조선시대 정신문화의 핵심인 유학과 유교문화가 수백 년에 걸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영남지방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다. 수십 채의 전통가옥이 낙동강 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하회마을을 비롯해 옛 선조들의 교육기관인 서원들과 고려시대 고찰 봉정사 등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3개 범주에 등재된 사실만으로도 그 가치는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안동 여행에서 또 하나의 묘미는 간고등어와 헛제삿밥 등 다른 고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토속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헛제삿밥은 고추장 대신 간장과 함께 비벼 먹는 비빔밥으로, 과거 제사 음식과 같은 재료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것에서 유래된 안동의 전통 음식이다. 두 음식 모두 조선시대부터 줄곧 그 명맥을 이어오는 지역색이 강한 먹거리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한정식과 비슷하게 상차림을 하고 있어 외지인도 즐겨 먹는 안동의 대표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하회마을 입구와 안동댐 인근 월영교 바로 앞에 전문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어 음식점 찾기도 매우 쉽다.
‘하회마을’ 하면 관광을 위해 일부러 조성한 ‘민속마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회마을은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전통 마을이라는 점에서 민속촌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22호인 안동 하회마을은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다.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해온 한결같은 주거문화는 조선시대의 사회구조와 유교적 양반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단순히 집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네스코 역시 하회마을의 독보적인 전통문화 계승을 높이 평가했다.
하회마을 초입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마을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밭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미로처럼 연결된 골목이 시작된다. 돌과 흙으로 쌓아올린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솟을대문이 당당한 자태를 과시하는 종갓집부터 머리 위에 커다란 호박이 굴러다닐 것만 같은 소박한 초가집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통가옥이 줄을 잇는다. 잠시 길을 잃어도 좋을 골목 끝자락에서 마주친 옛 가옥에는 지금도 그 집안 후손들이 동네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어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진다.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기도 한 하회마을은 임진왜란이 낳은 명신 서애 류성룡의 고향이다. 따라서 양진당, 충효당, 화경당, 하동고택 등 보물이나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마을 내 고택들은 대부분 풍산 류씨 일가와 관련된 고건축물이다. 양진당(養眞堂)은 풍산 류(柳)씨의 대종가(大宗家)이며, 충효당은 서애 선생의 종택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하회마을을 둘러보기에 앞서 반드시 찾아야 할 장소가 있다. 강 건넛마을 북쪽에 솟아오른 부용대에 올라보는 일이다. 하회마을은 낙동강 물길이 휘돌아나가는 물돌이동 위에 올라앉아 있는데 연화부수(蓮花浮水), 즉 ‘물 위에 뜬 연꽃’을 닮은 형국이라 하여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에 속한다. 하회마을의 하회(河回)라는 명칭 역시 이러한 지리적 특징을 담고 있다. 이처럼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하회마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부용대다. 부용대는 높이 64m에 불과한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강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깎아지른 수직 절벽이어서 정상에서 바라보면 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애 류성룡은 이곳 부용대 바로 옆에 자리한 옥연정사에서 임진왜란의 경험을 기록한 <징비록(懲毖錄)>(국보 제132호)을 집필했다.
하회마을은 생각보다 권역이 매우 넓다. 마을을 중심으로 서애 선생이 <징비록> 집필에 몰두했던 공간인 옥연정사를 비롯해 그와 이웃한 겸암정사, 화천서원, 그리고 직선거리로 약 3km 떨어진 병산서원까지를 ‘하회촌’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을 배향하기 위해 세운 서원인데 안동 북쪽의 도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등 9곳과 함께 ‘한국의 서원’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른여섯 개의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만대루 너머로 펼쳐지는 병산(屛山) 풍경은 가히 절경이라 할 만하다.
아마도 요즘 안동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낙강물길공원’을 선택할 것이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비밀의 숲’이라 불리기도 하는 낙강물길공원은 안동댐 아래 위치하는 예쁜 수변공원으로 안동 시내와도 가까워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공원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숲속정원, 데크로드, 안동루, 숲속쉼터, 선계의 길, 달빛의 길 등 다채로운 공간과 편의시설로 공원을 살뜰하게도 채운 것이 돋보인다.
하회마을에서 낙강물길공원을 찾아가는 길목에는 상아동의 안동물문화관과 강 건너 성곡동의 안동민속촌을 연결하는 목조 다리가 눈길을 끈다. 월영교(月映橋)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은 조선시대 어느 여인의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다리로 지난 2003년 개통되었다. 경관조명이 목책교를 곱게 물들이는 밤이면 길이 387m의 다리 한가운데 위치한 월영정이라는 정자가 운치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을 보유한 고찰 봉정사다. 안동 시내를 기준으로 북서쪽의 천등산 자락에 안겨 있는 봉정사는 작고 아담한 사찰이지만 유구한 역사만큼은 그 어느 거찰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산사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찰은 오래됐어도 경내에 세워진 전각들은 조선시대나 그 이후의 것인 경우가 많다. 목조건물은 화재에 취약할 뿐 아니라 관리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봉정사에는 건축연대가 무려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국보 제15호 극락전이 있다.
봉정사 극락전은 1972년 해체수리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에 1363년(공민왕 12)에 중창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전각이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앞선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려 천년의 세월이다. 봉정사는 지난 2018년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등과 함께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않았다 한들 천년고찰의 고졸한 멋과 역사는 불변의 아름다움이었을 것이다. 마치 봉정사 만세루 너머로 펼쳐지는 천등산의 소박한 풍경처럼 말이다.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정면 5칸 누각의 기둥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액자에 걸린 산수화 같고, 지붕에 내려앉은 싸늘한 공기는 늦가을의 낭만과 서정으로 가득하다. 안동에서 찾은 정경(情景) 중에 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또 없었으리라. 만추의 빛깔이 내려앉은 선비의 고장 안동에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경북바이오 일반산업단지는 바이오산업을 비롯해 일반제조업, 문화산업 등과 관련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SK플라즈마 안동공장, SK바이오사이언스 하우스백신센터,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국제백신연구원 안동분원 등이 입주해 있다.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인 2차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일자리 600여 개와 1,000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