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정욱 서울세관 FTA2과 원산지검증팀 팀장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다. FTA 체결이 늘어나면 원산지 규정이 마치 접시 속 얽히고설킨 스파게티 면의 가락처럼 복잡해서 FTA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FTA 활용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기초가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복잡해 보이는 FTA 원산지 규정도 쉽게 느껴질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 순서로 FTA 대상국가 확인방법과 유의사항을 알아본다.
우리 기업의 수출물품이 상대국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관세혜택을 받으려면 우리나라와 해당국 간 FTA가 발효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기업이 일본이나 멕시코에 상품을 수출하면서 FTA 관세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이들 국가와 발효된 FTA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경우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서명·타결되어 향후 발효되면 FTA 활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파나마의 경우 한-중미 FTA가 발효된 4개국과 달리 현재까지 협정이 발효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FT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FTA | 상대국 | FTA | 상대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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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 칠레 | 한-페루 | 페루 |
한-싱가포르 | 싱가포르 | 한-미국 | 미국 |
한-EFTA |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 한-터키 | 터키 |
한-ASEAN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캄보디아, 태국 | 한-호주 | 호주 |
한-캐나다 | 캐나다 | ||
한-인도 | 인도 | 한-중국 | 중국 |
한-EU | 오스트리아, 벨기에, 영국, 체코, 키프로스,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 한-뉴질랜드 | 뉴질랜드 |
한-베트남 | 베트남 | ||
한-콜롬비아 | 콜롬비아 | ||
한-중미 | 니카라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파나마(미발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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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 | 영국 |
FTA 체결의 대표적인 효과로 흔히 관세·비관세 장벽 제거로 인한 체약상대국과의 교역과 투자 증진을 이야기하는데, FTA 활용 효과는 관세혜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미 FTA의 경우 실행세율이 0%라도 통관 시 부과되는 ‘물품취급수수료(Merchandise Processing Fee)’를 면제받을 수 있고, 한-중 FTA의 경우 48시간 이내 통관원칙, 전자 원산지증명서 교환 등으로 FTA 발효 후 한국산 물품의 중국통관 소요시간이 단축되었다. 핵심은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이 좋아지는 것이다. 관세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우리나라는 FTA 발효국을 상대로 404억 달러 무역흑자를, FTA 비발효국을 상대로는 128억 달러 적자를 봤다. 교역 규모 면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FTA 비발효국을 상대로는 16.8%나 감소했지만, FTA 발효국과는 5.3% 감소에 그쳐 FTA가 코로나 위기 속 대외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FTA 집행 일선에서 원산지 검증을 수행하다 보니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스위스나 노르웨이가 유럽국가(EU)인 줄 알고 한-EFTA가 아닌 한-EU FTA를 적용한 것부터 한-중 FTA 대상인데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1)을 적용하거나 베트남으로 수출하면서 한-아세안 FTA와 한-베트남 FTA를 혼동해 더 높은(=불리한) 협정관세율을 적용한 경우 등이다. 매니큐어(제3304.30호)를 베트남으로 수출할 경우 한-베트남 FTA 협정세율은 8.8%, 한-아세안 FTA 협정세율은 20%로 한-베트남 FTA 활용 시 관세절감 효과가 더 크다.
1) APTA : 2020년 12월 현재 회원국은 한국·중국·인도·스리랑카·라오스·방글라데시이며, 2021년부터 몽골이 추가될 예정.
여기서 퀴즈! 미국령 괌에 소주를 수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한-미 FTA를 활용할 수 있을까? 정답은 ‘X’다. 괌은 미국 자치령이지만 한-미 FTA에서 규정한 미국의 영역2)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콩이나 마카오가 한-중 FTA 적용 대상이 아닌 것도 비슷한 이유다.
2) 한-미 FTA 규정상 미국의 영역 : 컬럼비아특별구 및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한 미합중국 관세영역, 미합중국 및 푸에르토리코에 위치한 대외무역지대 등이 해당.
최근 수출입 현장의 뜨거운 관심사항 중 하나는 한-영 FTA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영국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들은 2021년1 월 1일 오전 8시부터 기존 한-EU FTA 대신 한-영 FTA만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영 FTA를 활용하려는 수출기업은 한-EU FTA의 품목별 인증수출자라 하더라도 한-영 FTA 인증수출자로 추가 신청해 지정받아야만 하는 등의 주의가 요구된다.
FTA 대상국가를 확인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FTA 강국, KOREA’, ‘FTA 통합플랫폼’, ‘관세청 FTA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하거나 ‘국가명+FTA’와 같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정보는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초보와 고수는 ‘디테일’에 큰 차이가 있다. ‘FTA 초보’는 인도네시아 수출 시 한-아세안 FTA만 생각하지만, ‘FTA 고수’는 향후 발효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까지 고려해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전략적인 기업은 파나마 시장을 개척하고자 할 때 한-중미 FTA가 발효된 이후를 공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FTA 활용을 어렵게 느끼는 기업은 FTA종합지원센터(☎ 1380), 수출입기업지원센터(☎ 02-510-1389, 서울세관) 등에 연락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공략하려는 수출시장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체결·발효된 FTA를 숙지하고, 서명·타결된 FTA는 발효 시점을 체크한다. (일본은 조만간 RCEP 활용이 가능)
★ 우리나라와 상대국 간 복수(2개 이상)의 FTA가 있는 경우 가장 유리한 FTA를 선택한다. (인도네시아는 조만간 한-ASEAN, 한-인도, RCEP 등 3개 FTA 활용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