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가격 하락 영향으로 시장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모바일기기 수요가 감소한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 및 온라인 교육이 확대되면서 서버 및 PC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등 수요 증가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6.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5.2%로 회복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와 상관없이 이제는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 적응해가며 경제활동을 중단 없이 지속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전망기관에서도 코로나19가 앞당긴 언택트·디지털 경제가 서버, 모바일 등 시장 수요를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Gartner) 9.5%,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8.4%, 옴디아(Omdia) 8.3%로 2021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특히 WSTS는 5세대(G) 이동통신 시장 확대로 모바일 수요가 회복되면서 메모리반도체 13.3%, 시스템반도체 5.7%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5G 등 수요 증가에 따라 2021년 글로벌 반도체 투자도 2018년의 650억 달러를 능가하는 7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향후 2023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6.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의 생활화 및 활성화’, ‘기계의 지능화’ 패러다임에 따라 본격적으로 반도체 적용 시 메모리반도체 및 차량용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시장, 장비·소재 시장 또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020년 11월 전년 대비 16.4% 늘어나 7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2017~2018년 슈퍼사이클 이후 2019년 수출은 전년 대비 25.9% 줄어 939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2020년은 코로나19에도 11월 말 현재 누계 3.6% 늘어난 897억 달러로 작년보다 증가, 990억 달러 내외를 달성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조사를 인용하면 국내 반도체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20년 2분기 현재 메모리반도체 57.9%, D램 72.4%, 낸드플래시 45.1%에 이른다. 2021년 한국 반도체의 수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090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D램 가격은 현재 상태보다 점차 개선되며 올 초부터 상승하겠으나 낸드는 연중 지속 하락이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모두 지난해보다 수요가 늘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2018년 기준 전체 제조업 생산의 약 10%, 고용 17만5,000명, 국내총생산(GDP) 비중 6.7%, 수출 비중 20% 내외를 차지하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최근 철강, 조선 등 국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속에서도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투자와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도 미국에 이어 18.4%로 세계 2위이고, 메모리반도체는 58.4%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도 355억 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중에서 3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 IC인사이츠, 2019
자료: 통계청 2020
자료: OMDIA 2020
자료: IC인사이츠 2020, 한국무역협회 2020
품목 | 2019년 | 2020년 | 2021년(전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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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월(실적) | 연간(전망) | |||||||
금액 | 증가율 | 금액 | 증가율 | 금액 | 증가율 | 금액 | 증가율 | |
반도체 | 93,930 | △25.9% | 89,727 | 3.6% | 98,727 | 5.1% | 108,500 | 9.9% |
메모리반도체 | 62,995 | △33.0% | 57,937 | △0.5% | 63,787 | 1.3% | 71,650 | 12.3% |
시스템, 광개별 | 30,935 | △5.2% | 31,790 | 11.8% | 34,940 | 12.9% | 36,850 | 5.5% |
현재 반도체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은 우리에게 불확실성을 매우 높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턱밑까지 추격해왔고, 시스템반도체 설계는 우리를 앞선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재·부품·장비 산업도 육성 중인데 어느 것 하나 중국이 우리를 앞서는 순간 재탈환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분쟁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의지를 더 강하게 해서 추격 속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한국도 중국과 같은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생기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기회요인도 많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2021년 2분기 이후 서버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의 투자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전망이다. 아울러 5G 스마트폰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어서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5G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가격은 4G 대비 약 85% 높다. 2021년부터 5G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비율이 37%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첨단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본격화로 시스템반도체 수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본격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위축되고 있고, 모바일 중앙처리장치(AP; Application Processor) 공급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의 점유율도 급락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어 미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생산 설비 및 소프트웨어 공급망이 차단된 가운데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화 기술을 보유한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면 타 분야는 답보 상태다. 2019년 기준 국내 메모리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8.4%(삼성전자 38.3%, SK하이닉스 20.0%)로 1위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2%로 매우 미약하다. 그것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1% 미만으로 세계시장에서 존재가치가 없다시피 한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는 파운드리 투자는 지속되지만 설계 전문업체인 팹리스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한 가지 방법으로 팹리스의 성장은 시장과의 연결이 매우 중요한데, 국내 수요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장진입을 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
장비·소재 산업 또한 반도체 제조에서 미세화·적층화가 진행될수록 장비·소재의 기술 및 신뢰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국산화 비중이 장비 20% 미만, 소재 50% 수준으로 특히 최근 미세공정 관련 분야의 장비·소재 산업은 선진국 대비 기술 경쟁력 열위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GVC)에서 지역 공급망(RVC)으로 제조 전략 재편이 진행 중이고.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잘 만드는 메모리반도체는 클라우드 기업의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증가 등으로 2017∼2018년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에 힘입어 2018년 대한민국 반도체 수출은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 1,267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때 기업들은 수익금으로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를 했다. 이로 인해 2019년은 생산능력이 확대되면서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해 시장은 조정기를 거쳤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수출·내수 부진 등 영향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클라우드 기업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증가세 또한 둔화됐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해온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2019년에는 크게 둔화되었다.
2019년에 바라본 2020년 전망은 매우 밝았다. 본격적으로 5G 서비스가 개통되고 이로 인하여 AI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시장은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났다. 소비형 제품의 시장은 수요가 축소되었다. 다행히 서버와 PC 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시설의 확충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진행이 느렸고, 대신에 시장도 위축되어 수요·공급이 전과 같이 균형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는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공급은 그리 늘지 않겠지만 수요는 소비형 중심으로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모바일폰 시장의 증가, 5G 서비스의 활성화, 빅데이터 기업들의 서버 투자, AI를 장착한 전자제품의 증가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반도체의 수급균형에 영향을 주어 공급부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급의 불균형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및 반도체 위탁 제조 서비스의 가격 상승까지 부채질하여 반도체 기업들은 2017~2018년 호황기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제조 시설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제조 시설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 그동안 중국 리스크가 매우 커서 제조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었으나 현재 중국은 미국의 견제로 제조 시설을 구축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아마도 중국의 계획대로 제조 시설을 구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이 반도체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반도체 제조 시설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투자자금이 필요하고, 각종 법 규제를 만족해야 하고, 투자 수혜를 놓고 지역 간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만의 자산도 있다. 국내 기술력과 인력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조 환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설 구축에 대해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이해가 있다면 유행처럼 반도체 제조 시설이 국내에 구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