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요한 사이버외대 베트남·인도네시아어과 교수, 연세대 지역학대학원 객원교수
인도는 세계 2위의 인구(13억 명)에 국내총생산(GDP) 5위(2조9,000억 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서 6·25전쟁 당시 1개 대대의 병원부대를 지원했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가락국 수로왕의 부인도 인도 출신이었다. 한국과 인도는 2010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이후 경제관계가 확대됐다.
인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GDP 평균 성장률은 6.7%였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같은 기간 1,606달러에서 2,152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도의 2020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경제성장률은 –10.5(피치레이팅)~-8%(아시아개발은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의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은 –7.5%로 개선됐고, 특히 산업 분야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0.6%로 플러스로 전환됐으며, 전기·가스 에너지 부문은 4.4%나 성장했다. 2021~2022년에는 기저효과에 힘입어 9~1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노믹스(Modinomics)는 2014년 취임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기존의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제조업과 인프라 강화, 기업 규제 완화 및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가장 친기업적인 경제정책이다. 모디노믹스에 힘입어 집권 1기(2014~2019년) 중 연평균 7.4%의 고성장을 이루었으며, 제조업은 12~14%의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다.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에서 인도의 순위를 130위(2014년)에서 63위(2020년)로 상승시켰고, 2020년 국가신용도 역시 양호한 수준이다. 2019년 현지 기업의 기본 세율을 30%에서 22%로 인하했고, 2023년 3월 말까지 신설 제조법인에 대해 15%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법인세를 인하했다.
인도는 2013년부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 참여해왔으나 모디 총리는 자립인도(Self-Reliant India) 정책과 대중(對中) 무역적자 확대 우려를 이유로 최종단계에서 불참을 결정했다. 인도 내부에서는 RCEP에 대해 수출 확대 등의 이점을 들어 지지하는 주장과 인도 국내의 시장경쟁력 확보와 무역적자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실제 인도의 대외무역 적자는 2000년대 초반 70억 달러에서 2019년 1,050억 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한국은 2010년 인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발효한 이후 경제관계가 확대됐다. CEPA는 일반적 개념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해 상품, 서비스 무역, 투자, 경제협력 등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106억 달러(2020년 1~11월 누적 기준)로 7위의 수출국이며, 무역수지는 62억 달러 흑자로 5위 규모다. 인도를 기준(2020년)으로 한국은 8위의 수입국이며, 18위의 무역대상국이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 동향은 모디노믹스에 힘입어 2018년 119개 기관이 10억 달러를 투자해 정점에 이르렀다. 중국과의 국경 충돌로 반중(反中) 정서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산 타이어, TV 등 수입제한과 에어컨 수입금지 조치로 한국 제품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인도가 코로나19로 봉쇄조치를 시행한 이후 온라인 중심의 언택트(Untact) 문화가 강화되는 것도 한국에게는 긍정적이다. 2020년 4월 봉쇄조치 이후 인도인의 모바일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으로 늘었고 인터넷 사용량도 4배 급증했다. 현지 주요 상거래 플랫폼인 샵클루즈(Shopclues), 나이카(Nykaa)에 한국 제품의 노출이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과 상품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8일 현재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으며 사망자 수도 15만 명으로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고용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소비심리지수도 하락했다. 인도는 코로나19의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금리인 4.0%(2019년 6.5%)까지 인하했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2020년~2021년 확장적 예산을 편성하여 총 4차례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2021년 1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비롯해 현지 제약사인 바라트바이오테크의 코로나19 백신 등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인도는 광대한 지역에 걸쳐 다양한 인종과 복잡한 언어, 힌두교 및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사회다. 또한 극심한 빈부격차, 높은 문맹률, 카스트와 같은 사회적 신분제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도의 기반을 형성하는 힌두문화는 외래문화를 흡수하면서 다양성 속의 단일성을 유지하는 독특한 전통을 간직해왔다. 인도인 중에는 무신론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종교는 인도 국민의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일상생활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 특유의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Caste System)는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현대사회에 들어 점차 약화되고 있으나 많은 인도인의 일상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관습이다.
2018년 현재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 계급이 총 인구의 15%, 수드라(Sudra) 50%, 불가촉천민(Dalit) 20%, 기타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카스트 제도는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개혁을 저해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낳고 있는 만큼 인도 정부는 ‘불가촉천민’의 차별을 막기 위해 입학·취업 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정당은 카스트 제도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A 인도가 거대한 시장 잠재력으로 전 세계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행정절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 기업이 많습니다. 사전에 관련 규정을 자세히 조사하고 정부 담당자, 다른 한국 기업 등을 통해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인도 기업과 정부는 명문화된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근거 서류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으로 인도 기업과 거래하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느린 속도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도는 우리 기업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시장이고 나름의 일관적인 체계와 관행을 갖춘 나라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A 한국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인도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외국 기업이 인도 현지에서 제조할 때 품질관리가 본국 수준만큼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성공적으로 품질을 관리해온 것이 성공요인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화장품 같은 소비재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제조업 육성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서 전기·전자, 기계, 화학, 철강, 자동차 부품 등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재력에 비해서 실제 시장 규모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각종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단일국가지만 단일 시장은 아닙니다
인도는 지역별 특성이 매우 다르며 경제적·종교적·사회적 신분이 다양한 혼합사회인 만큼 세분화된 전략과 맞춤형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특히 비즈니스 대상자와 식사를 하게 될 경우라도 상대방의 종교, 출신지역, 채식주의자 여부를 파악하여 식당과 식사의 메뉴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 긍정
인도에서 비즈니스 고객과 상담을 할 때 상대방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한국인의 습관과 달리 이러한 행동은 긍정의 표시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다만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면 그건 사실상 거절의 의미입니다.
인도의 “나마스테”는 힌두교도의 인사말
나마스테(Namaste)는 힌두교의 전통적 인사말로 인도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인도의 이슬람교인이나 기독교인에게도 항상 환영받는 인사말은 아닙니다.
인도 비즈니스는 신뢰 구축에서 시작
인도 비즈니스는 신뢰를 구축하면서 시작됩니다. 설득력 있는 자료만큼 개인적인 신뢰 구축도 중요합니다. 특히나 인도인은 존중과 체면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열정이 앞서 공격적인 협상 태도를 보이거나 상대의 잘못과 오류를 직접적으로 지적할 경우 무례하다고 여길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