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이스라엘은 국가 전체가 사막 속 실리콘밸리라고 불릴 정도로 첨단지식 기반 경제를 달성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 FTA를 체결한 최초의 아시아 국가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 측면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국가로서, 향후 한국의 제조업 기반과 이스라엘의 첨단기술이 협력하여 상호 윈윈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라엘은 2021년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신종 코로나19 백신을 2회 차까지 접종함으로써 집단면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차례 봉쇄조치로 소매업과 서비스업이 타격을 입었으나 새해 들어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에 이를 것으로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전망했다.
그래도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피해가 적은 편이다. 전통적 제조업보다는 첨단기술에 집중하는 지식기반 산업에 특화된 경제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약 9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인구 1인당 IT기업 창업 수는 세계 1위인 창업국가다. 미국 나스닥에 등록한 기업 수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세계적인 첨단기술 기업의 해외 최초 연구개발센터도 이스라엘에 위치한다. 언택트 산업과 기술이 확산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은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작은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첨단기술과 혁신을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시켜왔다.
이스라엘은 매우 개방적이고 세계화한 투자 및 사업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석유 혹은 농업에 치중하는 다른 중동국가와 달리 이스라엘의 산업은 서비스업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무역, 투자 등에서도 선진적인 체계를 갖추었다. 따라서 한국 등 서방국가가 진출 및 투자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외국 기업 인수, 합병, 강제매수 등에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아무런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과의 협력사업에도 이스라엘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우대지역에서 조세 지원을 제공하고 자유무역지역, 특별경제구역 등에서의 자유로운 투자와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노무, 세무, 외환, 지식재산권 등에 있어서는 철저히 미국 및 유럽의 기준이 적용된다. 위치만 중동에 있을 뿐, 서방의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도와 기준을 갖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교역은 코로나19로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그 이전 수년간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였다. 2019년에는 약 14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고, 승용차 수출이 전체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합성수지, TV, 자동차부품이 뒤를 이었다. 이스라엘로부터의 수입 규모는 약 9억 달러(2019년)에 달했고, 주요 수입품목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현미경, 의료기기 등 첨단 정밀기계가 주요 품목이었다. 대형 제조업체를 가진 우리나라와 첨단 정밀기기에 비교우위를 가진 이스라엘의 산업구조가 교역품목에 명확히 드러난다.
이 같은 양국의 산업별 비교우위는 FTA가 발효될 경우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FTA는 2019년 타결된 후 현재 FTA 정식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국회비준 절차를 거쳐 연내 FTA가 발효되면 양국 모두 대부분의 수입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다. 따라서 반도체, 전자, 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국가를 설립한 이후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와 4차례 전면전을 치른 바 있다. 인접 국가인 이집트(1977), 요르단(1993)과 평화조약을 체결한 이후 27년 만인 작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4개국과 잇달아 관계 정상화를 합의했다. 곧이어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교두보 역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동 동부의 UAE와 바레인, 북아프리카 서단의 모로코, 그리고 북아프리카 동단의 수단과 평화를 구축한 것은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전방위적 전략적 협력관계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고립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역내 정치·경제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은 이 같은 교두보 역할을 크게 염원하고 있다. 자국이 가진 인적자원, 정보기술, 그리고 선진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과거의 충돌과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번영의 전환점을 갖고자 한다.
로마제국에 의해 대부분의 유대인은 중동은 물론 유럽 각지로 추방됐다. 거의 2000년에 가까운 추방과 차별의 시련을 겪었다. 오랜 고통 속에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신학적 이념이 형성되었다. 더불어 다른 지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남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고, 경제적 독립을 추구했다. 정치권력을 추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력만이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었다.
언제고 다시 추방당할 수 있는 위험 속에서 생선, 채소 등 재고가 없는 장사를 선호했다. 그리고 대규모 공장이 아닌 소규모로 할 수 있는 기술 축적에 관심을 가졌다. 유사시 가방에 넣고 피신할 수 있는 보석 가공과 거래에도 관심을 가졌던 유대인은 신대륙 발견 이후 다이아몬드 가공 기술을 독점했다. 현재도 커팅과 연마를 거친 다이아몬드 제품이 이스라엘 수출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최대의 자산으로 생각한다. 이런 인식 속에 대학과 산업체는 물론 군대에서도 연구개발(R&D)과 혁신기술을 육성한다.
A 사막 속 유목민에게 장사는 로망이자 신분 상승의 통로였다. 환경적으로 토지는 부의 수단이 될 수 없었다. 목축은 대규모화하기도 어렵다. 가뜩이나 풀이 없는 사막에서 많은 수의 양을 키울 수도 없었다. 따라서 실크로드를 거쳐 중개무역을 하는 것이 중동 유목민에게는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그리고 부를 축적하면 고리대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랫동안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도 이 전통을 버리지 않고 장사와 금융에 주력했다. 현대 이스라엘에서도 이 상인 정신이 살아 있다. 커미션을 추구하는 중간 에이전트가 많다. 수입상의 신용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흥정도 문화다. 턱없이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담 시 양보선 등에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계약서 작성도 꼼꼼히 해야 한다.
A 우리의 대(對)이스라엘 수출 1위는 단연 자동차다. 현대차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기아차도 상위권에 위치한다. 전 세계 유명 자동차를 모두 수입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사람은 가성비를 중시한다. 따라서 품질이 좋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한국 자동차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한국 드라마와 K팝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어, 자동차의 인기 지속에 힘을 보탰고 한국 화장품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인구 규모상 대규모 수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온라인 구매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수년 전 히브리어 자막이 삽입된 한국 드라마 및 각종 예능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되어 점차 접속이 증가하면서 향후 소규모이지만 한류 제품의 지속적인 온라인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와 토론을 즐겨라!
이스라엘 사람은 토론을 즐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서 자기주장이 강하다. 동시에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한다. 다양한 질문에 차근차근 제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초대와 선물은 호감의 표현
오랜 유럽 생활에도 유대인은 가족 중심적 동양의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 식사 자리를 통해 친목을 유지하고 강화해 가벼운 선물로 호의를 표한다. 초대한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초대받았을 때는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준비하자.
정장보다는 깔끔한 캐주얼
여름에는 기온이 40℃를 넘어간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중대한 공식행사 외에는 정장을 입지 않는다. 비즈니스 상담에서도 대부분 캐주얼 차림이다.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실질적 성과와 가성비를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와 종교에는 거리를 둘 것
이스라엘을 둘러싼 정세는 복잡하다. 이를 보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각도 상당히 다양하다. 종교적으로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다양성이 크고, 신앙심도 사람마다 다르다. 될 수 있으면 이 주제에 관한 토론을 피하고, 상품의 포장 내용 등에서도 종교적 금지사항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