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현재 음반류 상품의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94.9%나 증가한 1억7,000만 달러(약 2,030억 원), 수출 지역은 전 세계 110여 개 국가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는 K팝의 영향인데, 해외 팬들이 K팝 스타의 음악이나 영상 등을 직접 소장하기 위해 CD, DVD 등을 구매한 데 따른 것이다.
K팝의 제작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글로벌화되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하이브(HYBE·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유니버설뮤직 그룹과 협업하여 미국에서 K팝 보이 그룹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4월 2일에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등 유명 뮤지션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Ithaca Holdings)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734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사 최초의 해외 레이블 인수이자 인수 규모 또한 세계 최대다.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에서는 작곡이나 구성 전반에서 국내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의 뮤지션과 협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협업체계를 적절히 활용해 제작 시점의 최신 트렌드들을 담으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세계에서 통할 만한 분위기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멤버들을 뽑아 하나의 K팝 그룹으로 운영하는 실험 또한 지속되고 있다.
사업적 역량도 높아졌다. 시장 정보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고도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엔터테인먼트사가 늘고 있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영미권에서의 관심이 커지는 시기에 맞추어 최초로 영어로 작사했고, 수용도가 높은 분위기(이지 리스닝·디스코팝)로 완성했으며, 뮤직비디오와 음악은 미국에서 가장 익숙한 시간인 자정에 공개하는 전략을 짰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인지도를 제고하는 방안도 활용된다.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영상을 공개하고 조회수 등을 강조하며 홍보하는 방식으로 화제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직 소수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미 글로벌 인지도를 쌓은 뮤지션과 협업을 시도하며 더욱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 유력한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은 앞으로도 유력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특정 시장에서 이미 성공한 IP여야 다른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콘텐츠산업 전반에서 관찰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아직 인지도를 얻지 못한 뮤지션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자리가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히 엔터테인먼트사에 소속되지 않거나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뮤지션들에게 홍보와 소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전체 K팝 시장의 파이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디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전히 인디는 자극과 다양성을 제공하며 메이저 시장이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게임산업의 약진은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작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수출액 50억8,000만 달러(약 5조5,753억 원) 중 36억8,000만 달러(약 4조388억 원)가 게임산업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의 72.4%를 차지하며 ‘수출효자 종목’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게임은 명실공히 밖에서, 그리고 밖으로 ‘잘나가는’ 우리나라 대표 상품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 대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과 북·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영향권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현지 특성상 해외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일본 시장에도 활발하게 진출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게임인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각각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하는 콘텐츠다. 얼마 전 ‘배틀로열’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를 글로벌 트렌드로 유행시킨 주인공도 우리 게임인 크래프톤의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다
게임산업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산업의 전 과정에서 인간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과 같은 각종 첨단기술이 접목된다. 이들 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룬다. 아울러 전 세계 키워드로 급부상한 ‘메타버스(Metaverse)’의 실현을 위한 기술도 모두 게임에서 나올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기술 영역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정보 수집·분석과 신작 게임 개발, 클라우드는 트래픽 집중 해소를 위한 네트워크 이중화에 이미 적용됐다. AI의 경우 이용자 맞춤 대처와 상호 작용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되며, 기업 차원에서 별도 전용 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장르 간 교류 및 협업이 활발하다는 점도 또 다른 강점이다. 드라마와 영화, 웹툰, K팝, 소설, 캐릭터 등과 연계해 다른 콘텐츠 이용자까지 소비자를 확장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해외 각국은 일찌감치 게임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국 실정에 맞는 육성정책을 펼쳐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대표적이며 미국, 영국, 프랑스 등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우리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효가 의심되는 낡은 규제가 있다면 걷어내고 세계와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부분 규제는 사업자에게 인력과 시간의 투입을 의무화한다. 스타트업과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외에 과도한 행정절차의 간소화, 스타트업 직·간접 투자 확대, 게임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 자율규제 지원제도 법제화 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 영화 및 드라마 산업의 해외진출 성과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눈부시다. 영화 <기생충>이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게 질적 성과라면, 일본과 아시아 등지에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다수의 K드라마가 불러일으킨 ‘3차 한류’는 양적 성과라 할 만하다.
이제까지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에서 드라마와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2019년 콘텐츠 수출액이 103억3,000만 달러(약 11조5,438억 원)로 이 가운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방송 수출액은 5억1,000만 달러(5,699억 원), 영화 수출액은 4,000만 달러(447억 원)로, 두 분야 수출액이 전체의 약 6%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가 ‘문화할인’이 크기 때문이다. ‘문화할인’이란 특정 문화권에서 제작한 문화상품이 다른 문화권으로 건너가면 가치, 신념, 생활방식 등의 차이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비교적 동일한 문화권인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외 지역에 우리 영화와 드라마를 수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크게 성장하면서 우리 드라마, 영화 수출에도 변화가 불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 등 OTT 업체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형태가 늘었다. 이에 힘입어 세계 OTT산업 규모도 2020년 18% 성장했고, 2021년에도 15% 성장해 약 1,260억 달러(140조8,05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영상물들의 가장 큰 유통, 배급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OTT 성장으로 K드라마, K영화의 세계적인 보급도 확산됐다. 세계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2020년 신규 가입자의 83%를 아시아, 남미 등에서 확대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고무되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다른 글로벌 OTT 업체들도 앞다퉈 K콘텐츠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OTT의 투자 증대로 K콘텐츠 제작과 소개 기반이 확대되고 제작사 수익도 상승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OTT를 통한 수출은 제작사들과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어서 수출 수혜를 글로벌 OTT들이 독점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본력 높은 글로벌 OTT로 제작 핵심 인력들이 쏠려 산업 양극화가 나타날 위험도 있다.
K드라마, K영화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수출 성과들을 보다 내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출활동을 통해 개발-제작-판매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판매를 글로벌 OTT에만 의존할 경우 제작으로만 역할이 축소돼 ‘제작 하청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OTT 업체의 해외진출 등을 통해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직접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해가는 것도 필요하다.
KT경제연구소는 2020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가 1조 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0년 1,000억 원 규모에서 10년 만에 10배 성장한 수준이다. 해외시장에서 웹툰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이지만 K웹툰은 미국과 유럽, 남미 등에서 가능성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순간의 소비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해외시장의 다양한 문화와 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웹툰 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미국과 유럽, 남미 등에서 가능성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그 규모와 파급력은 강력한 엔진이 돌아가듯 가속이 붙어 질주하고 있다. 웹툰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외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한 K웹툰은 마침내 북미 지역과 유럽, 일본 등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치며 유효한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3년까지 10.7% 정도이던 세계 만화시장 중 디지털 만화 점유율이 2022년에는 27.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 코믹북이나 그래픽노블 타입에 익숙한 북미와 유럽인들이 웹툰의 특성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시장은 몇 배 커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성장 지속세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다.
웹툰은 아직 초기 성장단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미래 산업의 주요 핵심 키워드이자 핫한 이슈로 다루는 이유는 잠재력에 있다. 초기 성장단계의 웹툰 시장은 아기 슈퍼맨에 비유된다.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모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습득력이 빠른 영재들은 신경을 쓰고 기회를 줄수록 더욱 큰 재능과 기회를 만들어낸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모두 미국과 유럽을 포함, 해외시장에서 고성장을 전망하는 한편, 기회를 노리는 중소업체들도 다수 존재한다. 충분한 실력과 가능성을 지닌 중소업체들이 힘을 잃고 표류하지 않도록 적극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해야 다수의 업체가 고루 분포되어 해외시장의 무대를 받치며 안정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웹툰의 다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해외시장의 다양한 문화와 독자를 수용하고 공략하는 동시에 앞으로 들어올 해외의 다양한 웹툰에도 대응해야 한다.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해외에서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웹툰을 담아내는 플랫폼의 다양성이 필요하고 갖가지 장르와 스타일, 제작 기법이 시도되는 혁신도 필요하다. 또 이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연재와 과금 방식을 포함한 서비스의 다양성 역시 필요하다. 한순간의 소비재로 전락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이 수립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일궈낸 좋은 성과가 기업과 창작자 모두에게 이롭도록 상생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정부 차원의 좀 더 강도 높은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밑바탕이 되어 웹툰 종주국과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확실하고 견고하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