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한국 바깥에서도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음악, 게임, 웹툰 등 대중문화 전반을 포괄하며 세계로 확산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환경과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 K콘텐츠 확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K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이 파생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소위 ‘한류’로 불리던 한국문화 상품의 해외수출과 최근 K콘텐츠의 차이는 다양화에서 나온다. 드라마에서 시작되어 K팝으로 확장된 한류는 K콘텐츠에 이르러 두 가지 면에서 모두 폭발적인 다양화를 이뤘다. 우선 오늘날 K콘텐츠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아미(ARMY)’라는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차례로 오른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영화 역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착실하게 기반을 다진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콘텐츠의 종류 역시 한층 다양화되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을 넘어 게임과 웹툰 등 대중문화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게임 수출은 K콘텐츠 해외 수출의 72.4%를 담당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한국의 웹툰 역시 만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일본을 넘어 프랑스 등 유럽까지 그 세를 넓히고 있다.
K콘텐츠가 오늘날 각광받게 된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환경이 큰 역할을 했다. 이동 제한과 재택근무로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극장과 공연장이 문을 닫은 지난해 K콘텐츠는 오히려 더 큰 각광을 받았다.
또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190개국에 서비스되면서 일본, 태국, 베트남 등 많은 국가에서 드라마와 웹툰이 상당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률 등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성장한 K콘텐츠가 비대면 환경 속에서 더욱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BTS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아이돌 그룹이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을 비대면 콘서트와 팬 미팅으로 전환하는 등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K콘텐츠가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요인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 자리 잡으면서 가성비는 K콘텐츠의 중요한 강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다양한 나라에서 콘텐츠를 수급해 세계 각국에 서비스하는 콘텐츠 플랫폼 입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국가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및 유럽에서 ‘K좀비’ 신드롬을 몰고 온 드라마 <킹덤>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23억 원이었다. 2019년 공개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8>의 회당 제작비인 1500만 달러(약 178억 원)의 8분의 1 정도다. 넷플릭스 등이 K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다.
가성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K콘텐츠 중 하나는 ‘K뷰티’다. 한국산 화장품을 이용한 한국식 화장법은 K드라마, K팝 등의 인기를 타고 해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해외 브랜드에 비해 구입하기에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높은 만족도를 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콘텐츠의 강점은 K콘텐츠의 일상화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문화 소비자들이 K콘텐츠를 다른 나라의 이질적인 문화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일상적인 것으로 느끼고 있다. 일반적인 문화 확산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일부 적극적인 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2단계는 확산은 이뤄지지만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지 못하는 과도기 단계다. 3단계에는 특정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관련 상품 유통도 보편화된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할 때 K콘텐츠는 많은 국가에서 3단계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열성적인 팬은 6,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인구보다 많은 이가 한국 바깥에서 열렬하게 K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로 시작된 흐름이 단순한 지역적 현상을 넘어 초국가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K콘텐츠의 약진은 새로운 시장도 열고 있다.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슈퍼 지식재산권(IP)’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파생상품 시장과 새로운 콘텐츠 제작까지 이끌어내며 전반적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변화를 촉발한 최초의 콘텐츠는 슈퍼 지식재산권으로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면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승리호>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으로도 만들어졌으며 앞으로 각종 속편과 스핀오프가 제작될 전망이다.
캐릭터 하나로 영상 콘텐츠부터 인형까지 다양한 시장을 개척한 ‘뽀로로’, ‘핑크퐁’, ‘아기상어’ 등도 슈퍼 지식재산권의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다.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콘텐츠를 슈퍼 지식재산권으로 만든 경험은 앞으로 K콘텐츠의 확장과 부가가치 상승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K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슈퍼 지식재산권의 확보와 시장화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