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요한 연세대 지역학대학원 객원교수
대만이 비대면 경제의 최대 수혜자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세계 주요국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와중에도 3% 성장률을 보이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1990년대의 전성기를 다시 맞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는 ‘슈퍼갑’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젠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을 넘어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만의 면적은 3만6,190㎢(남한의 1/3)이며 인구는 2,357만 명(2020년 12월 기준)으로 한족이 전체 인구의 97%를 차지하며, 원주민은 2%에 불과하다. 홍콩, 싱가포르, 우리나라와 함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불리며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연평균 7%에 달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고를 대규모로 확보한 덕분에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성장률이 둔화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평균 3%대를 기록했다. 2020년 현재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98%로 국민총소득(GNI) 6,255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2만6,514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이 2.7%인 것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견실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2021~2024년 경제성장률은 2.6~3.4% 내외로 안정적 성장이 전망된다. 2020년 수출 3,452억 달러, 수입 2,865억 달러로 58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품은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선박 등이며 주요 수입품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재로 구성되어 있다. 총 외채 비중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를 유지하고 있어 국제신인도가 높은 편이다. 2021년 현재 대만의 국가신용등급은 Aa3 (무디스), AA-(피치) 등 상위권이다.
대만 기업의 특징은 원청 업체의 상표를 달아 수출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대만이 주력해 온 ODM 방식은 자국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하는 ‘하청업체’ 이미지로 비판을 받은 적도 있으나 현재 세계 제1의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 전문업체)인 TSMC와 세계 3위의 UMC를 비롯해 애플의 하청업체인 폭스콘(Foxconn)은 대만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대만은 2020년 전체 반도체 생산액이 전년 대비 20.9% 급증해 3조 신대만달러(약 120조 원)를 돌파했으며, 올해 매출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공급 우위 시장 환경에서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세 공정별 생산에서 10나노미터(nm) 이하는 대만이 점유율 92%로 8%인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28~45nm 이하는 47%, 45nm 이상은 31%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10~22nm는 28%로 미국(43%)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 “대만의 반도체가 미국과 중국을 흔든다”라며 반도체 영향력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한국과 대만의 교역은 2018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9년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연속 감소했다. 2020년 한국의 대만 수출액은 116억 달러였으며, 수입액은 127억 달러로 11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만 주요 수출품은 집적회로 반도체, 경유, 석유화학 중간원료 등이며, 주요 수입품은 개별소자 반도체, 인쇄회로기판, 광학기기 부품 등이다. 한국의 대만 투자금액은 1,886만 달러로 전년도 5,400만 달러에 비해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도소매업, 정보통신업 순으로 투자를 많이 했다.
대만의 방한 관광객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6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만은 한국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관광객은 급감했지만 대만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안정 이후 해외여행 희망국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대만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 중 하나였으나 지난 5월 들어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올 5월 13일까지 총 1,256명이던 코로나19 감염자가 6월 17일 현재 1만3,241명으로 약 한 달 사이에 무려 1만 명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국경을 봉쇄한 덕분에 2020년 한 해 동안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많지 않았으나, 이로 인해 대만 국민 사이에 안일한 인식이 확산됐다는 견해다. 특히 항공사 소속 조종사 중 여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들이 묵었던 호텔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대만의 백신 접종은 85만 명(2021년 6월 16일 현재)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집계 방식 또한 대만인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지 한인 교민에 따르면 특정일에는 확진자 수를 300명으로 발표했다가 이후 500~600명으로 수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만 정부는 교통체증, 검사역량 부족 때문이라고 원인을 밝혔지만, 하루 2만 건도 되지 않는 검사 건수와 늑장 대응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남도어족(南島語族·오스트로네시아어족)이 대만으로 이주하면서 초창기 원주민이 되었으며 이후 중국 대륙 연안 지역의 한족들이 이주해 토지를 개간하기 시작하면서 대만 내 한족 사회가 확산됐다. 19세기 말부터 1945년까지 대만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경제 기적과 정치 민주화 과정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대만 문화는 유교적 사상(전통문화)과 서양문화(현대문화)가 혼합된 문화가 병존해왔으나 농업의 급격한 위축과 산업의 발달로 문화 양상도 크게 변화했다. 1960년대~1980년대 이룩한 경제성장으로 대만인의 자긍심이 높아졌으며, 기존의 ‘저가 생산품의 공급지’로서의 역할이나 이미지를 거부한다. 대만인은 대부분 자유를 찾아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서 자유 수호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인권 존중 의식이 높으며 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되어 있다. 대만은 한류(韓流)가 가장 빠르게 시작되었을 정도로 해외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적 문화를 갖고 있다.
A 대만 정부는 원리원칙 준수를 중요시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만 취업도 활발한 편으로 대만 정부는 여러 관련 기관을 통해 유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관리 및 감독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조세협약이 없어서 대만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의 경우 법인 설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 설립이 없으면 여러 세제 혜택 및 지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법인이 있다고 해도 대만 내에서 발생한 이익을 한국으로 환수할 때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대만 정부의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정확하게 이행해야 한다. 대만 문화 특성상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강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다. 이로 인해 충성도가 높은 좋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A 대만은 반도체산업 관련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 한국의 반도체 관련 소재·장비 기업들에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물론, 충분한 검증 및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다른 인기 있는 제품은 한류다. 소셜 미디어 및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한국의 최신 유행이 대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때 그룹 슈퍼주니어가 대만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인기가 여전하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인기가 상당히 높아서 BTS 굿즈, 김과 라면 같은 한국 음식, 과자, 한국 의상도 잘 팔린다. 그리고 대만인들은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한국의 게임업체가 진출하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현재 대만의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는 라인이다.
비공식적·의례적 접촉은 비효율적
협소한 대만 시장의 특성상 판매 바이어 간 경쟁이 심하다. 따라서 비공식적이거나 의례적인 접촉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구매자와의 접촉을 늘려가면서 회사소개서, 제품 카탈로그, 거래제의서, 견적서, 샘플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담당자를, 중소기업은 대표와 접촉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품목별·지역별 담당자가 다른 경우도 많아서 담당자와의 정확한 접촉이 필요하다. 반면, 중소기업과 비즈니스를 할 때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대표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좋다.
1월 말~ 2월 초는 출장을 피하세요
대만 사람들은 음력설인 춘절(春節)에 가족과 보내고 영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춘절 연휴기간인 1월 말~2월 초는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출장 일정을 피해야 한다.
공수례 인사로 고마움을 표시
공수례(拱手禮)는 대만 전통 인사법으로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부드럽게 감싸는 동작이다.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축하할 때, 사과할 때나 호의를 요청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악수를 대신할 비접촉 인사로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