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크고 국민경제 기여도가 클뿐더러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변혁기에 있는 국가주력산업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전 세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을 빚었으나 2022년에는 세계 자동차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자동차산업은 당초 글로벌 경기 반등과 코로나19로 위축된 세계수요 회복이 수출 증가로 이어져 국내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갑작스러운 전 세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이 초래되면서 시장 규모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품업계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거래되는 부품 속성상 완성차 생산 차질로 매출액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시장조사기관인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 등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한 8,412만 대가 예상된다. 4년 만에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023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10월 말 기준 글로벌 자동차 수요 회복세와 SUV, 친환경차의 고부가가치 차종 확대로 전년 동기비 10.3% 증가했으며, 수출금액으론 27.9% 증가한 381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46.9%, 유럽 28.2%, 중동 8.2%, 오세아니아 8.0%, 중남미 5.1% 순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 중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수소전기 등 승용차)는 전년 동기비 41.5% 증가한 약 31만8,000대로 90% 이상이 유럽 및 북미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차의 해외시장 점유율도 미국 시장은 2020년 8.6%에서 2021년 10.1%로 두 자릿수로 증가했으며, 유럽 시장은 2020년 7.2%에서 2021년 8.4%로 증가해 국산차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올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205만 대, 수출금액으론 46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자동차 수출 전망은 올해보다 4.9% 증가한 215만 대, 수출금액으로는 단가가 높은 전기동력차 수출 비중 증가로 5.4% 늘어난 485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 또한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EU의 자동차 환경규제 강화로 우리나라 전기동력차 수출 비중이 확대될 것이며, 원유,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따른 중동, 남미 등 신흥 구매력 상승으로 해당국 자동차 수출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도 반도체 글로벌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수출 확대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반도체 수출 실적 또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 불안정 이슈가 확산되면서, 각국은 반도체 자급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방향성이 더욱더 중차대해진 시점이다.
다양한 기술의 결집체인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제품인 반도체는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의 수요 증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반도체 고정거래가격 상승 등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전년 대비 6.8% 성장한 4,40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전년 대비 25.6% 성장한 5,530억 달러로 예상된다. 2022년에도 8.8% 성장해 6,01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미세공정이 요구되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고도의 설계 역량이 필요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반도체 후방산업의 국산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20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 규모는 992억 달러로 전년(939억 달러) 대비 5.6% 증가했으며, 이는 2018년을 잇는 역대 2위 실적이다. 특히 그동안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메모리반도체에 쏠려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가운데 2020년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303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D램이 반도체 수출을 이끌고, 5G 통신칩,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가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까지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1,152억 달러로 올해의 반도체 수출액 또한 호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커지면서 각국은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부족은 경제적 위협이자 국가안보 위협이라 말하기도 했으며,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반도체 지원전략 수립에 주안점을 두는 등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설계하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각국에서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지난 5월 R&D와 제조설비 투자비용 세액공제의 내용을 담은 K반도체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앞장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나라의 무역은 99%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진다. 해상운송을 위한 선박이나 해양에너지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조선산업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주가 부족해 2022년에는 인도 물량이 감소하면서 수출이 줄겠지만 올해의 폭발적인 수주 회복으로 2023년 수출액은 크게 반등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에서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거의 독점적으로 만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선박에 대해서는 일부 원천기술과 기자재를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기자재 대부분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는 세계 1위에서 5위1)까지의 조선소가 있다. 일본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1위와 2위 기업을 합병한 니혼십야드(Nihon Shipyard)를 설립해 반전을 꾀하고, 중국 역시 양대 국영 조선그룹을 합병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우리나라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래에는 탄소중립을 위해 액화수소운반선·액화암모니아운반선과 같은 새로운 선박도 나타날 것으로 보여,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선산업 수출은 초호황기 물량을 인도했던 2011년 566억 달러2)에 비하면 많이 감소했지만, 2020년 197억 달러를 기록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했다. 수주에서 건조 완료까지 선박을 수출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2~3년 전 수주상황이 수출에 영향을 준다. 조선산업은 2016년 수주가 거의 없어 수주절벽(224만CGT3))이던 시기를 겪었는데, 이후 시황 회복으로 수주도 증가했다. 수출은 이러한 수주상황이 반영됐는데, 2016년 수주절벽으로 2017년 422억 달러이던 수출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213억 달러, 202억 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8~2019년의 수주 회복으로 2021년 10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비 13.4% 증가한 180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연말까지 224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2022년 수출 감소로 나타날 전망이다. 2022년 조선산업의 수출액은 194억 달러 내외로 다시 2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편 2021년 수주는 호황기를 보는 듯하다. 10월 누적 수주량은 전년 동기비 282% 증가한 1,579만CGT를 기록했다. 코로나 특수로 HMM과 같은 컨테이너선 선사가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새로운 선박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증가했고, 우리나라 조선사가 강점이 있는 LNG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도 다수 수주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23년 수출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 2021년 8월 말 수주잔량(CGT) 기준 5대 조선소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다.
2) MTI746(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기준으로 화물선, 선박부분품, 군함, 해양구조물 등을 포함한다.
3) CGT(Compensated Gross Tonnage· 표준화물선환산톤수)는 선박의 종류별로 공사 난이도를 고려한 톤수다.
석유화학산업은 석유제품이나 천연가스 등의 원료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원료, 합성고무 등 기초화학제품을 생산해 자동차, 전자, 건설, 섬유 등 전방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간산업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세계 경기와 수급 여건에 따라 호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순환형 산업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했지만, 온라인 쇼핑, 배달음식 주문 증가에 따라 포장재와 일회용 위생용품 같은 언택트 제품군의 수요가 급증했다. 지역별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백신의 높은 접종률 등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나 석유화학설비 증설이 제한된 가운데, 지난 2월 한파와 9월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으로 미국 원유 생산·석유화학 시설들이 잇달아 가동 중단에 들어가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저조, 돌파감염 확산 등으로 수요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집중돼 가격상승이 제한됐다. 특히 2020년 하반기 이후 컨테이너선 부족으로 미국·유럽으로의 아시아 수출이 제한되며 가격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2021년 1~10월 한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에 따른 수요회복, 유가급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4% 급증한 454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수출액이 최초로 400억 달러를 넘은 이후 10년 만에 연간 500억 달러대의 사상 최대치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전 품목의 수출액은 유가급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수출물량 증감은 품목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1~8월까지 기초유분, 중간원료, 합섬원료의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는데 특히 합섬원료 수출량이 27.0% 하락해 의류부문의 수요가 부진함을 보여준다. 총 수출액 중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38.7%로 처음으로 40%대를 벗어났지만 물량 비중은 43.8%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은 경기회복과 함께 석유화학제품의 전통적인 콘택트 제품 중심의 수요 회복세가 예상돼 2021~2022년 예정된 대규모 에틸렌 증설 대부분이 진행되겠지만, 견조한 수요가 공급증가분 상당 부분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유가는 OPEC 플러스의 감산완화 정책 등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단가 상승세가 다소 꺾일 전망이다. 한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공급확대 영향으로 석유화학설비 가동률 하락이 예상되나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로 석탄 기반의 제품 생산이 제약을 받게 됨에 따라 관련 제품군은 수혜가 기대된다. 수출시장 다변화, 차별화된 제품경쟁력 확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제품의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