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 사진한경DB
2021년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경기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해외 수요는 전체적으로 확대되면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발현됐다. 2021년 국내 수출입 실적은 상당히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최근 중국의 요소수 수출 규제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자국우선주의 및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 재편, 미국·중국 간 패권 다툼의 진영화 등 글로벌 통상환경에 리스크 요인이 커지는 모습 또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국내 교역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10월 국내 수출액은 약 5,233억 달러로 2020년 같은 기간 약 4,154억 달러에서 26.0%가량 증가했다. 또한 수입액도 같은 기간 약 4,963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0년 3,930억 달러에서 29.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친 교역액은 10월까지 1조197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10월 중에 연간 교역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무역수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국내 수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보다는 수입액이 더 빠르게 증가, 1~10월 무역수지는 270억4,000만 달러 흑자에 그쳤다. 이는 2012년(1~10월 기준 220억5,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인데 원자재 급등이 지속되면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도 존재한다.
2021년 1~10월 품목별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15대 주요 품목에서 모두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이 반영된 석유화학(56.4%)과 석유제품(49.6%), 철강(34.7%) 등의 수출액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그 밖에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27.2%), 자동차(27.9%) 등에서도 수출이 호황을 보였다. 품목별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1차 산품의 수입이 1,017억3,000만 달러로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42.5% 증가했다. 특히 철광(86.8%), 동광(46.1%), 원유(41.1%), 석탄(33.1%)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수입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또한 중간재 수입이 2,517억4,000만 달러로 30.9% 증가했으며, 자본재(743억6,000만 달러, 22.8%)와 소비재(665억3,000만 달러, 17.6%)는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가별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31.0%), 유럽연합(EU)(36.6%), 중남미(37.5%) 등으로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한 반면, 아세안(21.0%), 일본(18.8%), 독립국가연합(CIS)(16.8%)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세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국가별 코로나19 방역 상황과 정부의 경기부양책 규모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1~10월 1,322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22.7% 증가했으나, 전체 수출액 증가율을 하회했다. 이에 비해 원자재 수입이 많은 중동(33.7%), 호주(69.4%), 러시아(45.8%), 인도(58.5%) 등에서의 수입은 급증했다.
2021년 국내 수출이 호황을 보인 배경에는 먼저, 글로벌 주요국의 확장적 통화 및 재정 정책으로 인한 수요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5.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3.1% 역성장에 대한 기저효과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2010~2018년 경제성장률 평균인 3.7%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주요국에서는 코로나19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비전통적 방식으로 시중의 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중앙은행)는 연방 정책금리(상한 기준)를 1.25%에서 0.5%로 하향조정했으며, 매월 1,200억 달러의 시중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또한 각국 정부들도 코로나19로 실업에 빠진 국민을 지원하거나 실적이 악화된 기업 및 자영업자의 도산을 막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했다. IMF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전 세계 국가는 약 10조7,360억 달러의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2%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또한 유동성 지원도 6조1,170억 달러(GDP 대비 6.2%)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지출 확대는 글로벌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본격화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수요 회복의 원인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두 번째로는 원자재 가격 폭등, 공급망 불안 속 철강·석유제품 시장 호황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의 영향이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직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전후에서 20달러로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2021년 10월에는 80달러 내외를 기록하면서 상승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철광석, 구리, 니켈, 알루미늄, 천연가스, 석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원자재의 수입단가 상승과 함께 수출품의 수출단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수출증가율을 물량기여분과 단가기여분으로 분해해보면 2021년 1~9월 전체 수출액 증가율 26.2% 가운데 수출물량이 기여한 부분은 약 9.4%p이며, 나머지 16.8%p는 수출단가가 기여한 것이다.
세 번째로는 국내 수출경쟁력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수출 고도화지수 산출을 통해 주요국의 수출경쟁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수출 고도화지수는 93.4p로 일본(111.7p), 독일(108.1p), 미국(106.8p)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아서 수출경쟁력은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2019년 기준 한국의 수출 고도화지수는 142.3p로 이들 국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반도체 등 ICT 산업의 경우에는 비ICT 산업에 비해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로는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호황이다. 국내 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업황이 2021년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슈퍼 사이클’이 다시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개선세를 지속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0년 11월 전망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2020년 5.1%에서 2021년 8.4%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021년 들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8월에는 시장 전망치를 25.1%까지 상향 조정했다.
마지막으로 2018~2020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 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악화일로를 겪었던 미국·중국 간 통상 마찰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과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극심하게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2021년 상반기 국내 수출환경에 긍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국내 수출 증가율은 2021년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1년 수출이 코로나19 이후 반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단가 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출 규모 측면에서 보면, 2022년에도 세계 경기 확장세 지속에 따른 수요 확대 등으로 국내 수출은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수출액은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증가율 또한 국내 경기 개선세 및 소비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나, 원자재 가격 등이 2021년에 비해 다소 진정되는 추세가 예상되면서 수입단가 상승효과 감소 및 수입액 증가율 축소로 나타날 전망이다.
2022년 국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에 상방 요인보다는 다수의 하방 리스크 요인이 산재해 이에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따른 세계 경기 하방 가능성이다. 최근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중국과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반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도해온 유럽 국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네덜란드 등에서 봉쇄 정책을 재개하는 등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다시 경제봉쇄 정책 등이 시행될 경우 세계경제 회복세를 둔화시키고 투자 및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국내 수출확대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테이퍼링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신흥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올해 11월부터 자산매입 정책의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또한 최근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020년 –3.4%에서 2021년에는 6.0%(IMF 전망)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동시에 지난 10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치인 6.2%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더욱 높아지면서 테이퍼링 속도 및 금리인상 또한 예상보다 더 빨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급격한 대외신용 증가와 과도한 글로벌 자금 유입이 발생한 일부 신흥국에서 유동성 축소에 따른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일부 신흥시장에서 자본 유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이어 주변국 경제로 파급되는 양상을 보이면,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적 충격과 동시에 대(對)신흥국 수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중국이 국내 경제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변동성 확대가 국내 경제로 파급될 가능성을 항상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내수 경기 위축 및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에 따른 생산 감소는 국내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최근 중국의 요소수 수출 중단에 따른 국내 파급 영향을 고려할 때 대(對)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될 수도 있다. 더욱이 미·중 무역분쟁 발생 이후 미국과 중국 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책임론과 함께 지식재산권, 환율 등 여러 이슈를 바탕으로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헝다(恒大·Evergrande) 그룹 유동성 위기와 같이 중국 내에 산재한 불안 요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과도한 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등 중국 경제 리스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친환경 발전 전환으로 발생한 대규모 전력난 및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 중국 내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구분 | 반도체 | 일반기계 | 석유화학 | 자동차 | 석유제품 | 선박 | 철강 | 디스플레이 |
---|---|---|---|---|---|---|---|---|
수출액 | 1,031.6 | 433.2 | 454.6 | 381.2 | 303.1 | 180.5 | 294.4 | 171.1 |
증감률 | 27.2 | 11.3 | 56.4 | 27.9 | 49.6 | 13.4 | 34.7 | 22.7 |
구분 | 차부품 | 섬유 | 무선통신 | 컴퓨터 | 가전 | 바이오헬스 | 이차전지 | 전체 |
---|---|---|---|---|---|---|---|---|
수출액 | 188.1 | 103.7 | 129.9 | 134.8 | 71.2 | 129.3 | 72.0 | 5,233.5 |
증감률 | 28.7 | 13.9 | 26.4 | 19.1 | 25.9 | 20.1 | 17.8 | 26.0 |
구분 | 중국 | 미국 | EU | 아세안 | 일본 |
---|---|---|---|---|---|
수출액 | 1,322.9 | 789.9 | 523.4 | 870.3 | 245.2 |
증감률 | 22.7 | 31.0 | 36.6 | 21.0 | 18.8 |
구분 | 중남미 | 인도 | 중동 | CIS | 전체 |
---|---|---|---|---|---|
수출액 | 213.4 | 128.2 | 125.0 | 110.6 | 5,233.5 |
증감률 | 37.5 | 34.3 | 2.0 | 16.8 | 26.0 |
국내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수출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향후 국내 교역액 규모가 1조 달러대에 안착하고 수출확대가 투자 및 소비 개선으로 이어져 내수 경기에도 훈풍을 불어넣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한층 더 개선됐으면 한다. 2022년 국내 수출 경기의 하방 압력 요인을 피하기 위한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경기 재침체 및 수출시장 급변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다 선제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에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뿐만 아니라 백신 보급 및 부양정책에 따른 국가별 경기 차별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영향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정부와 기업은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악화 등 거시경제 변화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별 맞춤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다자무역 협상,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등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가입돼 있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를 추진 중에 있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확대 가능성, 미국 바이든 정부와 중국 시진핑 정부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다자무역, 지역주의의 진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출시장의 확장을 위해선 이러한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대응해 수출시장 다변화 및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셋째, 중장기적인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성장 산업 육성과 동시에 수출경쟁력 악화 산업에 대한 생산효율성 증대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산업의 부상, 문화콘텐츠 등 비제조업 산업의 확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등이 국내 수출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산·학·연의 협력 시스템 활용 제고, 국외 연구개발(R&D) 협업 확대 등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고 인력 측면에서도 산업 혁신에 필요한 창의적인 인재 육성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수출산업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를 완화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수출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구분 | 2021년 연간 예상 | 2022년 전망 |
---|---|---|
수출(증가율) | 6,242(21.8) | 6,305(1.0) |
수입(증가율) | 5,855(25.2) | 5,902(0.8) |
무역수지 | 387 | 403 |
무역 규모 | 12,097 | 12,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