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작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위축됐던 한국 수출이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는 올해도 국내 수출 호조세를 이끌었다. 내년에도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서는 친환경 분야의 기대된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한국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배자다. 2018년 반도체 세계시장 규모 4,851억 달러 중에 한국은 23.6%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 중 메모리반도체는 세계시장의 61.7%를 점유했고, 주력제품인 D램은 세계시장 점유율 72.4%를 차지했다. 올해도 한국 수출을 이끈 것은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반도체로 비중이 20%에 달한다.
반도체는 D램 단가 하락세에도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른 대규모 서버 교체 수요, DDR5로의 D램 세대 전환, 견조한 시스템 반도체 초과수요 등으로 호조세가 이어졌다. 수출금액도 2년 연속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내년 수출 전망도 밝다.
글로벌 공급난이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에 대한 수요증가도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반도체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한국 산업 구조의 취약성으로 지적된다. 반도체 수출이 흔들릴 경우 수출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등 분야에선 친환경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 조선소는 총 260척을 신규 계약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고부가가치 선박은 전 세계 비중의 84%를 차지했다. 2018년 국제해사기구는 전 세계 해운업의 온실가스 감축전략 규정을 발표하면서 2008년 국제 해운업의 탄소배출량보다 2030년까지 최소 40% 감축, 2050년까지 최소 50%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맞춰서 한국의 친환경 선박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친환경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10월 친환경차 수출은 전년보다 32.9% 많은 3만8,538대, 수출액은 41.8% 증가한 1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대수와 수출금액은 모두 역대 최고치다. 전체 자동차 수출과 수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1%, 29.7%까지 올라왔다.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TBT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 규정과 표준 등으로 무역에 발생하는 장애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중 하나다. TBT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연평균 11%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작년까지 TBT가 매년 3,000건 이상 생겨나며 계속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케냐에 연 200만 달러 규모로 에어컨을 수출하던 A사는 2017년 케냐 정부가 갑자기 수입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 실험온도를 열대지역 조건으로 개정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관세는 계속 낮아지는 추세지만, TBT 등 비관세장벽은 늘어나고 있다.
TBT의 해소는 한국의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선결 과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의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매년 3,185억 원의 추가비용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대제철이 지난 한 해 벌어들인 금액(730억 원)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이나 탄소포집기술의 상용화는 2050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들은 생산물량을 줄이거나 수천억 원의 탄소배출 비용을 지불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고려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U와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의 조기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내국민 대우(외국인을 자국민처럼 동등하게 대우) 원칙에 따를 경우 자국 기업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탄소국경조정세는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큰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한국 정부는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있다. FTA가 한국의 수출 증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 FTA인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국회 비준 절차를 밟고 있다.
RCEP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참여하는 첫 FTA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CEP과 더불어 더 높은 수준의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3%, 무역 규모는 15%에 이른다. 특히 CPTPP는 중국과 대만이 가입 신청을 하면서 한국도 가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만약 대만이 CPTPP에 가입하고, 한국만 홀로 남을 경우 한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방들과 새로운 ‘경제적 틀(Economic Framework)’을 만드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점도 한국의 수출 환경 변화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경제공동체는 글로벌 통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반(反)중 노선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