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극심한 변동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글로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국제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산학관 협력을 통해 공급망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국제 원자재 상시경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존 글로벌 공급망 다수가 마비된 상태이며 붕괴 조짐을 보이거나 붕괴한 공급망도 계속 발생,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 전략과 공급망에 대한 취약점이 노출됐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여겨지던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에 의존해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의 많은 기업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기존에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은 공정 간 분업이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경제성장에 크게 공헌했으나 코로나19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경제적 측면에서의 피해가 순식간에 많은 국가로 확산된 것이다.
코로나19로 급락하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비가 증가하고, 이는 수출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수출량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요소수 수급난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2020년까지 연평균 66% 정도의 중국 의존도가 유지됐던 요소수가 2021년 1~9월 누적 97.66%의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의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및 각 경제주체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며 원자재 한 품목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요소수 수급난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세계 경기의 회복 및 원자재 수입 여건 등을 고려할 때 2022년에도 당분간은 품목별로 수요의 변동에 따라 보합 또는 하락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는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국제 정세와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상황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사전 대응전략이 중요하다.
향후 산학관 연계를 보다 활성화해 새로운 조달선, 새로운 대체상품 등을 지속해서 탐색하며, 업종별 대체공급망 편람을 작성,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를 바탕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꾀해야 하고, 언제라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국제 원자재 상시경계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반도체가 점점 더 미세화·고집적화됨에 따라 생산의 복잡성과 비용이 증가해 지속적인 기술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극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았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과점화가 진행됐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설계와 제조의 분업화가 가속화됐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수요자가 세계로 확산되는 한편 공급자는 특정 국가·지역에 집중됐다.
세계 주요국은 첨단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경제안보의 일환으로 자국 내 반도체 기술·제조 기반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미국은 향후 5년간 52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통해 12%까지 떨어진 자국 내 생산 역량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으며, 중국은 전폭적인 세제지원과 반도체 기금을 통한 반도체 국산화 전략을 실행 중이다. 유럽도 현재 9%에 불과한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내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TSMC를 유치하는 등 자국 내 제조 역량 강화에 나섰고, 대만은 굳히기 전략으로 ‘차세대 초미세(옹스트롬 수준) 반도체 전략’을 세웠다.
우리나라 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2위, 메모리 생산 1위로 수출·생산·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핵심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 역량은 국내 80%, 해외 20%로 국내에서 대부분의 생산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전체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2021년에는 4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일으키며 전체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50%를 담당했다. 2021년은 정부 차원에서 K반도체 전략을 구축하는 등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반도체 성장기반을 강화했다.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5G·6G 이동통신과 같은 새로운 첨단기술 분야의 성장은 반도체를 필수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부족은 메모리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나 가전, 산업 기기 등 폭넓은 제품에 탑재되는 마이크로제어장치(MCU), 로직 반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탈탄소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파워반도체, 센서 등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체들에 따르면 수주 잔여가 2022년에도 쌓여 있어 반도체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도 문제다. 지난 12월 23일 SK하이닉스는 중국 정부의 승인으로 인텔 메모리사업부 인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로 중국공장에 EUV 장비 도입은 할 수 없었다. 첨단기술 우위를 놓고 싸우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은 공급망을 더욱 분열시켜 기술 분열과 국제 교역의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며, 2021년 매그나칩 사건, 2020년 미국의 대(對)화웨이 반도체 제재에서 경험했듯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갈등의 직접적인 영향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21년 초부터 석유, 석탄, 가스 등 주요 에너지자원 국제가격 급등과 구조적 취약성이 증대돼왔으며 언제든 폭발적 상황 전개가 가능하다. 특히 원유시장 불안정은 미국과 산유국 간 국제질서 주도권 다툼으로 진행돼왔다. 최근 미국이 아시아 지역 원자재 공급망을 동맹국 위주로 재편하면서 지정학적 공급망 위기가 우려된다.
2019년 말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4월 선물유가 ‘마이너스 38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2021년 초반부터는 코로나19 이전 60달러를 넘어 한때 80달러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유가 급변의 주된 원인은 2020년 중반까지의 과도한 수요 위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초부터 석유, 석탄, 가스 등 주요 에너지자원 국제가격 급등과 구조적 취약성이 증대돼왔다. 게다가 2021년 11월 개최된 영국 ‘글라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도 구체적인 흐름 설정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단기해결이 불가능하며 잠정보류 상태로서 언제든 폭발적 상황 전개가 가능하다.
이에 반해 단기 과제인 원유시장 불안정은 미국과 산유국(OPEC+) 간 국제질서 주도권 다툼으로 진행돼왔다. 한때 하루 10% 이상 가격이 폭락하며 시장이 급변을 보였지만 갈수록 자원보유국인 OPEC+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같다. 이에 미국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핵심공급체계와 금융규제 등을 통한 공급조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필수 투입재인 희귀금속의 공급 장애가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분석에 의하면 2050년 흑연·코발트·니켈 수요의 3분의 1 정도만 겨우 충족될 것이며, 구리·리튬·백금 등의 공급도 수요의 3분의 2에 불과할 것이다. 공급망이 거의 회복됐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장애는 2023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전략물자 취약성 검토를 완료한 미국은 최근 아시아 지역 원자재 공급망을 동맹국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의 대외의존적 수급구조로 인해 원자재 생산국들에 비해 가격변동 위험과 공급망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따른 국내산업과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국가차원에서 산업별 취약요인에 대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미국, 호주 등과 핵심품목에 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실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맞닿은 전략이 필수적이다. 원자재 특성을 감안한 재정-금융지원, 필수 해외자원 투자를 위한 자본과 기술지원 등 실제 현장의 니즈가 정책에 담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원자재 수급체인 안정화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한다.
물류는 수출자의 공장에서부터 수입자의 공장에까지 도달하는 전 과정을 담당한다. 포장, 통관, 창고 보관, 하역 작업, 해상운송, 육상운송(혹은 항공운송), 다시 통관, 창고 보관, 인도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전체 물류의 흐름 중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해상운송이다. 수출상품이 동북아시아에서 미주나 유럽으로 이동이 많다 보니 해상구간의 비중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에서는 정부 지원금 확대, 온라인 구매 수요 증가, 감염을 우려한 내륙 트럭운전사 급감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가수요가 일어나 더 많은 상품이 미국으로 향하게 됐으나 미국에 도착한 상품을 담은 컨테이너 박스들이 내륙으로 쉽게 이동되지 않게 됐다. 2020년 10월경부터는 미국 서부의 LA 롱비치항구 등의 부두에 컨테이너 박스가 적체돼 쌓이기 시작했고 새로 도착한 컨테이너 선박은 10일 이상씩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운송인은 컨테이너 박스를 준비해서 수출자에게 건네주는데 미국에서 머무는 컨테이너 박스가 되돌아오지 않자 박스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선박이 항구에서 오래 기다리자 회전율이 떨어지니 선박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컨테이너 선박들이 미국으로 더 많이 투입되자 유럽으로도 선박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도미노처럼 일어나게 됐다. 결국 수출상품 수송수요는 증대되고,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공급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 운임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됐다.
이로 인해 국내 수출업자들은 높아진 물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해상운송인들은 높아진 운임 덕분에 2007년 이후 최대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출업자는 납기를 맞추기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납기나 운송기간이 중요한 수출업자는 항공기와 같은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한다.
세계 컨테이너 정기선사는 전체적으로 수요보다 15%가 더 많도록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의 병목현상으로 15%가 모두 소진된 상태다. 컨테이너 선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공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내륙에서 발생한 병목현상 때문에 물류대란이 발생한 것이므로 미국에서 각종 수단을 동원해 병목현상을 풀어주면 해소될 문제다.
장기운송계약(Service Contract)을 체결한 경우 운송인은 낮은 운임에 선박 제공을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수출입업자는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일정한 수출입물량이 있어야 하므로 대형 화주들에게만 허용되는 실정이다. 소형 화주들은 연합해 운송인과 연초에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 어려움을 피해가야 한다. 물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국제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에는 선박, 컨테이너 박스, 항만, 트럭 등 물적 수단과 선원, 트럭운전사 등 인적 수단을 준비할 책무를 부과하고 종합물류업자들에게는 약정한 물류 흐름 완성에 대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