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한경DB
2020년 벽두부터 세계경제를 셧다운(업무정지)으로 몰고 간 코로나19의 충격은 그 끝이 없어 보인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에서 오미크론 변이로 이어지며 위드 코로나 정책과 셧다운 정책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인지, 혹은 장기화되면서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초래한 원인들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생산시설의 셧다운은 소비재 및 최종재의 생산중단은 물론 대부분 제조업 제품의 필수 중간재가 된 반도체의 공급부족을 초래해 모든 산업, 모든 제품의 공급부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더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던 운송서비스 부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추가적인 인력난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 항만노동자와 운수노동자들의 절대부족에 의해 물류시스템까지 붕괴돼 글로벌 공급난은 생필품 부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충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물가 및 생산자물가 상승까지 초래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포까지 겹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 조치까지 고려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 걸쳐 소비재에서부터 생산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원인은 첫째, 코로나19가 초래한 모든 산업생산설비의 물리적인 중단을 초래한 셧다운이 2020년 초부터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20년 4월경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전 세계적인 셧다운은 일시적인 비상조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타나면서 생산설비의 셧다운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이 매우 비대칭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후진국에서 열악한 백신접종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어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최근 일부 서방국가가 중심이 돼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하면서 오랜 기간 반복돼온 록다운(봉쇄)에 의해 억제돼왔던 소비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글로벌 수급 불균형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셋째, 셧다운에 따른 생산설비 가동의 마비에 더해 전 세계 운송시스템과 물류시스템이 마비됐다는 점이다. 사실 글로벌 물류체계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운송회사에서 코로나19 이전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운송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계속 삭감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물류시스템의 주요한 노동력 공급의 원천이던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이 봉쇄되고, 기존에 있던 노동력조차도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인력공급이 감소하면서 노동력의 절대부족에 의한 운송시스템과 물류시스템의 마비가 심화됐다.
게다가 전 세계 소비재 및 의료장비의 가장 큰 공급원이던 중국으로부터 세계 각지로의 해상운송을 위한 컨테이너선들이 대규모 출항했으나, 미국 LA 등 주요 항만시스템의 마비로 상당수 컨테이너선들이 해상에 묶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컨테이너선의 품귀현상까지 보태져서 중국-미국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송료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0배 이상 폭등하는 사태까지 일어나 전 세계적인 인플레 현상을 주도하는 요인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넷째, 앞에서 살펴본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인 록다운의 영향에 더해서,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과 미·중 간 소모적인 기술패권 경쟁이 기술집약적인 반도체 등 첨단제품과 소재산업에서 기존 공급망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등 산업중간재에 대해 미국 안보를 이유로 세이프가드를 시행, 일괄 25%의 추가 수입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중국의 화웨이와 같은 특정 기업을 지목해 미국산 기술이 원용된 모든 부품공급을 중단시키는 등 기술집약적인 부품 및 중간재의 수출금지조치를 취했다. 또 이에 대한 중국의 무역보복조치들이 확산되면서, 결국 기존 안정적인 국제 공급망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결정된 일방적인 보호무역조치와 무역보복조치들이 기존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자유무역체제를 무력화하면서, 그동안의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시켜왔던 제도적 틀도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미·중 간 패권경쟁을 통해 일상이 돼버린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일방주의적 보호무역정책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조건인 예측 가능한 다자간 자유무역체제를 허물어버렸다.
다섯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안정적인 국제무역질서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다국적기업이 지난 세기부터 급속도로 확대해온 세계화 및 오프쇼어링 전략과 일본 토요타자동차 회사에서 출발한 ‘Just-in-time’ 전략(재고최소화전략)에 의존해온 결과,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또 미·중 패권경쟁에 의한 공급망 붕괴 사태의 충격이 더욱 심각했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무역자유화 정책과 다양한 형태의 지역경제통합 노력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의 획기적인 발달로 국경 간 거래에서 국제거래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져왔다. 이처럼 국제거래비용이 빠르게 감소할 경우, 기업 차원의 최적의 이윤극대화 전략은 생산공정별로 가장 효율적인 국가와 지역에 생산라인을 두는 글로벌 생산전략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다국적기업은 적극적인 수직적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기업 내 글로벌 공급망 구축, 혹은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구사해왔었다.
그러나 보호주의 포퓰리즘으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미국 기업은 물론 전 세계 다국적기업에 생산기지의 미국 내 이전을 강요하면서 기존 효율성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급속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초래한 원인변수들이 언제쯤 제거될 것인가의 문제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 대란의 일차적인 원인은 코로나19에 의한 셧다운이었다. 결국 세계경제의 핵심 공급 요충지에서의 코로나19 사태 진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심각한 백신공급 격차가 존재한다. 후진국 및 개도국이 백신공급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한, 선진국만의 백신방역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는 최근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사태에서 한 번 더 확인했다. 따라서 2022년 중에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수습될 수 있을지는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 세계의 개도국에 균형 있는 백신접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진국의 적극적인 협력 및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개도국에 대한 백신지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실행되기 위해서는 서방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를 포함한 다자간 협력체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해 주요 20개국(G20) 등 기존 다자간 협력체제를 통해 적극적인 개도국 백신지원이 실행에 옮겨질 때, 코로나19의 종식 및 진정한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2022년 중 글로벌 공급망 복원에 단기적으로 가장 주요한 관건은 현재의 마비된 글로벌 운송체계와 물류체계가 얼마나 신속하게 복원될 것인가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한 운송체계와 물류체계에서의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 역시 코로나19 극복 여부에 달려 있다. 한편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발생한 화물운송산업 분야의 인력난이다. 그 주된 원인은 운송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여건과 타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대우 조건이었다. 이번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운송노동자의 급여나 노동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유로운 취업비자 발급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인력난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인력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운송시스템 및 물류시스템의 자동화 및 현대화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므로 결국 2022년 중에 운송 및 물류 시스템 마비가 완전히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첨단 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이 정상화될 가능성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주범인 미·중 간 패권경쟁이 2022년 중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는 정략적 측면에서 극우성향 지지자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중국과의 패권경쟁 구도를 활용했다. 바이든 역시 최근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 미국 내 정치적 지지도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의 역점과제인 산업인프라 개선 투자와 사회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국 위기론을 통한 정치적 지지의 확보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2022년 말 예정된 시진핑의 국가주석 연임을 위해 중국 내 정치적 지지 확대가 절실한 입장에서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에 분연히 맞서, 과거 청나라의 굴욕을 설욕할 수 있는 ‘강력한 중국’의 굴기를 보여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서, 최근 중국은 제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의 파산위기를 포함해 부동산 및 금융 부문에서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는 자산거품 및 부실채권 등 금융권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점차 확산되는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소수민족 갈등, 그리고 권위주의 공산당 정부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는 등 다양한 자국 내 경제 및 정치적 위기국면에 처해왔다. 이러한 국내 경제 및 정치적 위기 돌파를 위해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일대일로’1)와 같은 대형 다국간 프로젝트를 통해서 정치적 지지 제고를 기대했으나 국민적 관심이 점차 줄어들자 미·중 무역전쟁과 미·중 패권경쟁과 같은 대외적 갈등구조를 통해 중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내의 경제적 문제와 정치적 요인에 의해 양국 간 패권경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고, 또 2022년 중에 양국의 자국 내 사정에 근본적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기에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 영향은 2022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사태를 경험하면서, 다수의 다국적기업은 기존 비용 최소화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세계화와 글로벌 아웃소싱에서 위험 최소화(Risk Minimization)를 위한 지역화(Regionalization)와 시장집적(Market Agglomeration)으로 전략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리쇼어링 전략을 취하거나 최종 거대시장에 모든 생산공정을 집적하는 형태의 공급망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나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불확실성으로 공급망 교란 가능성은 낮아지겠지만, 전반적인 생산공정의 비용상승은 불가피해져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 압력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개연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 일대일로(一带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진출을 추진하는 육상 벨트인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바닷길을 개발해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원인들과 2022년 중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가능성에 대한 분석결과는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제공한다. 즉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일차적 원인인 생산설비 폐쇄에 의한 공급망 교란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결국 코로나19 위기의 해결이 전제돼야 하고, 또 이 코로나19 위기의 해결은 오로지 전 세계적인 백신접종이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9월, G20보건장간회의에서 매우 상징적인 수준에서 개도국 지원 필요성에 대해 합의만 하였을 뿐 구체적인 선진국들의 지원 방향에 대한 합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개도국 백신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코백스는 개도국 백신공급 목표량의 12%만 확보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복원을 위해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도 글로벌 공급망 복원을 위한 물꼬를 트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수행할 수 있고, 또 수행해야 하는 과제들을 발굴하고, 또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 복원의 일차적인 선결요건인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 후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백신접종 완료 방안을 모색할 다자간 협의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중간국으로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기대된다. 개도국에 대한 백신지원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 서방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최근 파행적인 패권경쟁 및 국제적 갈등구조를 확대 재생산해온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패권갈등 구조를 새로운 국제협력 구도로 전환시키는 계기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또 다른 주요한 요인인 국제 운송 및 물류 시스템의 마비는 인력부족에 의한 결과다.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코로나19 사태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국제 운송 및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와 효율성 개선에 우리 기업 및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제운송시스템 및 물류관리시스템의 자동화·효율화 관련 시스템 개발 및 운용 부문은 향후 국제적인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복원을 위해서는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의 복원이 필수적이다. 중국 정부는 물론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자유무역체제 복원은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우리나라는 강대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중간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WTO 복원 노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한 국제적 여건이 형성되기 전까진 세계화 전략 대신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 최소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핵심 부품과 디자인 기술을 수직계열화해 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겨낸 테슬라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정 해외 국가로부터 소재 및 중간재를 공급받던 조달 구조를 국내 유망 중소기업에서 조달받는 구조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면 정부의 정책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