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태평양에 접해 있는 국가 간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이 빠진 뒤 일본 등 11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2021년 2월 영국이 가입을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9월 중국과 대만이, 12월 에콰도르가 신청했으며 한국은 오는 4월 가입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태지역 주요 메가 FTA로 주목받는 CPTPP의 주요 쟁점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CPTPP는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뉴질랜드·캐나다·칠레·싱가포르·멕시코 등 11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총생산량의 13%, 무역규모는 15%에 이른다. 그야말로 메가톤급 FTA다. 영국이 가입협상 중이고 중국과 대만, 에콰도르가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한국은 가입신청을 추진 중이다. 원래 CPTPP의 모체인 TPP를 주도한 것은 미국이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뒤 2018년 CPTPP로 다시 출범했다. CPTPP는 아·태지역 주요 메가 FTA이고,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하려는 야심이 담긴 기획이다. CPTPP는 강도 높은 무역자유화를 의미한다. 회원국들은 즉시 철폐부터 최장 21년의 유예 기간을 통해 높은 수준(95~100%)의 관세인하를 관철시켰다. 자유화 수준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싱가포르 100%, 호주·멕시코 등 99% 이상, 베트남 97.9%, 일본 95%다.
CPTPP의 모체인 TPP는 미국이 주도했다. TPP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하려는 야심이 담긴 기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TPP 탈퇴를 단행했다. 이유는 TPP 내 미국의 위치에 있다. 하나의 경제공동체는 원자재 공급-생산-소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미국은 소비시장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미국 현지 산업과 일자리 문제가 부담이 됐다. 트럼프의 선택은 자국산업 보호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국내 정치를 감안할 때 자국산업 보호 기조에서 이탈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은 갑자기 CPTPP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빠진 거대한 경제블록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CPTPP가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전제하고 있어서 과연 중국이 CPTPP 규범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통상 전문가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PTPP는 G2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주도권 다툼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국내 총 수출의 23.3%를 CPTPP 11개 회원국이 차지한다. 11개 국가 중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멕시코가 유일하다. CPTPP에 가입할 경우 멕시코와 신규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다. 농산물 개방은 국내 반대 여론을 넘어서야 한다. 협상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한·미 FTA에 비춰볼 때 높은 수준의 농산물 개방이 예상된다. FTA 기체결국가도 시장개방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완성차 부문도 부담스럽다. 직접적으로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시장 자유화 수준이 높은 CPTPP를 통해 FTA를 체결하게 될 경우 고급 차종에서 시장잠식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2018년 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밝힌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2021년 1월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12월부터 가입을 본격 추진하며 사회적 논의에 착수했다. 특히 공급망·디지털·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가입은 필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대만이 손꼽힌다. 대만이 CPTPP에 가입해 공급망 동맹을 구성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것은 그야말로 악몽이다. 중국의 가입신청은 한국에 기회다. 중국의 최종 가입 여부를 떠나 일본 중심 체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커서다. 미국이 추후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만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 중국을 제외한 CPTPP 참여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의 CPTPP 내용이 세계의 통상규범으로 확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말 인도·인도네시아·한국·일본·싱가포르·필리핀· 호주 등을 아우르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뒤 올 들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경제협력에 관한 ‘공동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무역촉진, 디지털 경제 표준, 공급망 탄력성, 인프라, 탈탄소화 및 청정에너지, 수출통제, 세금 및 반부패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IPEF는 CPTPP와도 관련이 깊다. IPEF의 진행 상황에 따라서 CPTPP의 미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IPEF는 CPTPP에 가입하는 게 여의치 않은 미국이 새로운 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어서다. 특히 높은 환경규제와 디지털 정보의 이동 자유화 등을 IPEF에 포함시키는 것은 중국이 용인할 수 없는 국제규범을 확립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