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의 물을 제습과 동시에 정수하는 정수기부터 바다를 청소하는 해양 정화 로봇, 최적의 물질 배합을 통해 초원에서도 어류 양식이 가능한 ‘호적환경수’에 이르기까지 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각국의 비즈니스를 소개한다.
수도 설비 없이 손 씻기가 가능하다? 초원에서 해수어를 키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가능케 한 일본 연구팀들이 있다. 도쿄대학의 환경 스타트업 워타는 손씻기 스탠드 ‘워시(WOSH)’를 개발했다. 보통 손 세정에 물 12리터가 드는데, 워시는 사용한 물을 반복적으로 정화해 20리터의 물로 500회 이상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다. 손뿐 아니라 샤워가 가능한 ‘워타 박스(WOTA Box)’도 있다. 물 100리터로 100명이 샤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설비다. 사용한 물을 98% 이상 재생해 순환 이용하는 독자적인 물 처리 자율제어기술인 워타 코어(WOTA Core) 덕분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물의 정화 등을 처리하는 구조라 친환경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그리고 최근 어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육상 양식’을 가능케 한 기술이 있는데, 오카야마 이과대학의 야마모토 도시마사 준교수 연구팀은 몽골같이 해수가 없는 곳에서 해수어를 키울 수 있게끔 ‘호적환경수(好適環境水)’를 개발했다. 양식 대상이 필요로 하는 필수 원소와 농도를 조정하고 제공하는 인공 사육수다. 호적환경수를 사용할 경우 물고기가 스트레스도 덜 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장점이 있다. 물 부족이나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물이다.
범람하는 해양쓰레기는 전 세계의 골칫거리다. 홍콩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1.1%에 불과한데도 매년 약 1억5,000만 톤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한다. 청정한 바다가 특징이던 ‘향기로운 항구’ 홍콩은 인구 증가와 쓰레기 더미로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수질 오염 개선을 위한 해양 정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얼마 전 빅토리아항구에 작고 귀여운 해양 정화 로봇이 등장했는데, 홍콩 스타트업에서 해양 폐기물 수거를 목적으로 개발한 ‘클리어봇’이다. 1시간에 250kg 부유 폐기물 수거가 가능한 이 로봇은 물에 뜨는 진공청소기인 셈이다. 전통적인 수거 방식보다 비용 면에서 15배나 저렴하고 효율성은 2배 이상 높다.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최대 4~8시간 작동해서 약 1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기특한 로봇이다. 로봇 내 위치 센서를 통해 원격조정은 물론이고 자동 작동도 가능하다. 스스로 도킹 스테이션에 들어와 충전도 할 수 있다. 수거한 쓰레기들은 재활용업체와 손잡고 소중한 자원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혁신기술을 꾸준히 개발해간다면 환경오염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도 기후변화로 우기에 비가 오지 않고 가뭄으로 심하게 고생을 하는 상황이 됐다. 2021년에는 4~6월, 일주일에 이틀은 수돗물이 끊긴 상태에서 생활하는 불편을 감수할 정도로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플러그만 꽂으면 알아서 생수를 만들어주는 생활가전이 나와서 화제다. 공기 중 수분을 정화해 물로 응결시키는 ‘아크보(ARKVO)’는 공기청정기와 제습기, 정수기가 결합된 스마트 가전이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냉온열수 정수기 기능이 하나의 본체 안에 내장된 만큼 헤파 필터와 정수기 필터, 생수 가열장치, 살균 램프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제습기는 압축기와 냉각기를 통해 공기 중 수분을 물로 응결시킨다. 그렇게 아크보는 습도 60%, 온도 27℃의 실내환경에서 하루 16리터에 달하는 생수를 만들어낸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하루에 생수 10리터 생성은 거뜬한 상황이다. 수질 측정 장치도 내장돼 있어 정수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본 제품은 중국과 두바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아크보 같은 제품은 기후위기 속에서 물 부족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