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MC12 #WTO_정상화

WTO MC12 식량위기와 농업
세계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WTO의 방향

지난 6월 5년 만에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가 개최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는 3개의 각료선언과 6개의 각료결정이 채택됐다. 특히 식량안보 대응 관련 내용이 주요 의제로 채택돼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했다. 이번 MC12에서 채택된 식량과 농업 관련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WTO의 방향, 그리고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진행 김선녀 기자 사진박충렬

대담자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토론 제시어

#1 WTO MC12 식량안보 각료선언

#2 WTO MC12의 성과와 영향

#3 WTO 정상화와 개혁 논의

#WTO MC12 식량안보 각료선언
김상현 연구의원

이번 MC12에서 3개의 각료선언과 6개의 각료결정이 채택됐다. 이 중 농업과 식량 분야는 식량위기 대응 관련 각료선언과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제안서 관련 각료결정이 채택됐다. 식량안보 선언문을 살펴보면 현재 코로나19 확산, 공급망 교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주요 농산물 수출제한조치 등 세계경제가 직면한 상황 속에서 농산물뿐 아니라 비료 등 투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 식량위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농산물 교역에 있어 불필요한 수출 제한·금지 조치를 자제하고 식량안보를 위한 각국의 긴급조치가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시행되도록 했다. 특히 빈곤, 기아퇴치, 식량안보 달성 등을 위한 WFP의 인도적 식량지원은 수출제한조치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MC12는 식량안보와 관련한 방향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그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식량안보 달성을 위해서는 국내 생산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사실 국내 생산 못지않게 무역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식량안보에 중요하다. 식량이 모자라 수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식량수출을 제한한다면, 식량수입이 원활하지 못해 곧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수출제한을 자제하자는 것이고, 다만 그럼에도 굳이 식량수출을 제한하겠다면 WTO 규범에 맞게 하라는 것이 이번 채택된 식량안보 관련 각료선언의 핵심 내용이다. 또한 WFP의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수출제한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동시에 국내 식량위기 발생 시 WTO 규범에 일치하는 방식으로는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상호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이는 국내에서 식량위기가 발생해 식량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내 가격안정을 위해 국내 식량의 해외수출을 일시 제한하는 것까지 WTO가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자기가 급한데, 남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량안보 각료선언세계 경제 위기와 그에 따른 식량안보에 대한
공통의 인식에서 결정됐지만, 유효성에 대해서는 의심여지가 있다.
각료선언문
각료들이 모여서 합의한 선언문으로 각료들이 합의한 사안이기에 내용을 존중해준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통상 현안에 대해 회원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각료결정문
WTO의 규범은 아니지만 무역분쟁이 발생했을 때 재판관이 각료결정문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어 선언에 비해 나름의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볼 수 있다.
#WTO MC12의 성과와 영향
김상현 연구위원

이번 각료선언 결정문은 164개 회원국이 식량안보에 대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시행 내용 등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제10차 케냐 나이로비 각료회의 이후 7년 만에 농업 분야에서 세계가 직면한 식량안보에 대응하는 데 WTO 다자체제를 통한 국제공조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향후 빈곤과 기아퇴치, 식량안보 달성을 위한 WFP의 인도적 식량 지원을 원활히 지속하는 데 WTO가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MC12의 성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번 MC12의 결과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크진 않다. 다만 이런 계기를 통해 식량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곡물자급률은 2000년 29.7%에서 2020년 20.2%, 식량자급률은 2000년55.6%에서 2020년 45.8%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의존도가 최대라는 의미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확산, 러·우 사태 같은 지정학적 문제 상황이 장기화되면 식량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수출제한조치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인접 국가로 확산되는 전염효과가 있을 수 있어서 식량위기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과 러·우 사태로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간 세계무역을 관장해온 WTO가 이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WTO 차원에서 164개국이 모여 전 세계에 닥친 위기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실효성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회원국 간 큰 이견 없이 각료선언과 각료결정을 도출해서 세상에 알렸다는 것은 이번 회의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가 농업협상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몇 가지 제안 중 하나가 바로 수출제한 자제였다. 앞서 김상현 연구위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원활한 수입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각료선언문의 수출 제한·금지 조치 자제는 우리나라의 그간 입장이 적절히 반영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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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개국WTO 회원국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식량위기대응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의 곡물자급률
2000년 29.7% 2020년 20.2%
한국의 식량자급률
2000년 55.6% 2020년 45.8%
#WTO 정상화와 개혁 논의
김상현 연구위원

WTO체제 개혁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2018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이 모여서 WTO체제 개혁에 대한 논의를 제시했고.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WTO의 투명성, 모니터링 강화, 통상 규범의 현대화 등을 제시해 향후 WTO 개혁에 대한 논의의 프레임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 이번 MC12에서도 2024년까지 상소기구를 포함한 분쟁해결기구 전반의 기능 정상화를 위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약속했고, 개도국에 관한 관심과 이들의 개발 이슈까지 포함해 논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진국-개도국 간, 농산물 수출국-수입국 간 첨예한 의견대립 양상을 살펴보면 WTO 개혁의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개방국가이지만 농업 분야는 상당히 취약하다. 앞서 계속해서 얘기한 팬데믹의 확산과 지정학적 위기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 미래 식량안보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으며, 식량 생산 능력의 제고, 수입선 다변화, 식량과 관련한 공공비축의 효과적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식량안보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진교 선임연구위원

MC12 각료선언문을 살펴보면 앞으로 WTO 개혁 논의에 대한 몇 가지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WTO 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문구다. 특히 여기에는 WTO의 모든 기능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나와 있는데, 그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조가 매우 강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WTO 개혁 논의에 WTO 회원국의 그루핑(grouping)이 가능하다”는 추가 내용이다. 앞으로 WTO 개혁 논의가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끼리 모여 이뤄질 수 있으며 이들의 의견이 모아져 일반이사회에 전달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도국 우대 논의에서도 개도국 특혜가 “정확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까지 개도국 특혜를 활용해온 일부 선발 개도국들은 앞으로 개도국의 지위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에 대한 지원과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이번 MC12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WTO 차원의 식량위기 대응책을 마련했듯이 우리 역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식량안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식량안보란 결국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식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안정되게 공급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곡물자급률에만 신경 쓰면 자칫 채소, 과일 등 다른 농산물에 대한 안보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곡물자급률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농업 생산을 안정화시키고, 안정적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식량안보에 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WTO정상화개혁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만 원활한 논의 과정을 위해서는 회원국 간 이해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세계식량계획 WFP; 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관. 2020년 84개국에서 1억 1,550만 명을 도왔다. 특히 현존하는 유엔 기구 중한국에 가장 많은 원조를 제공한 기관으로서 1964년부터 20년간 한국이 식량안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