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방산 선진국들의 방위산업 성장정책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군사학전공 교수·방위사업학 박사사진 한경DB

방위산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10위권의 방위산업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방산 매출액 대비 방산수출 비중은 10% 수준으로 정체돼 있고, 대다수 방산업체는 수익성이 매우 저조해 연구개발(R&D) 투자나 독자적인 해외시장 진출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방산 선진국들의 주요 방위산업 성장추진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산 생태계 체질 개선과 정부의 체계적인 육성 지원정책의 방향 등을 진단 및 점검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22년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양국 정상은 국방산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는데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상호국방조달협정’이다.
해외 선진국의 주요 방산정책 추진중점

지난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신흥안보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 경제안보와 국방산업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상호국방조달협정(RDP-MOU; 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이다.
2020년 기준 4,394억 달러(약 527조 원) 규모인 미국 국방조달 시장은 방위산업을 비롯해 무인이동체,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공동개발 및 생산, 공동마케팅 이외에도 미국 정부가 협정을 체결한 28개 동맹 및 파트너국들과 진행 중인 반도체와 5세대 이동통신(5G), 배터리,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 공급망 재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선결돼야 할 최우선 조건이 바로 RDP- MOU 체결인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국방조달 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RDP-MOU 체결은 필수적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와 밀접한 국방산업 관련 방산수출 문제도 양국이 협의를 개시한 데 대해 국내 방산업계는 기대감이 크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방위산업 성장추진 정책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는 세계 최대 군사대국으로 사실상 모든 국방 무기체계 핵심기술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해 획득, 조달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의 특징적인 방산정책 추진사항으로 짚자면, 자국의 군수산업에 있어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산업체 간 합병을 유도하면서 기술 주도권 확보 및 비확산 차원하에 핵심기술 이전을 통제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동맹국과는 안보동맹을 강화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국제협력 차원에서 R&D를 추진하고 있으며,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단행한 국방획득 개혁을 통해 다양한 과학적 획득사업 관리기법을 고도화한 점도 눈에 띈다.
영국의 방위산업 정책은 공개조달(Open Procurement)과 기술우위(Technology Advantage) 전략이라는 핵심으로 요약된다. 공개조달 방식은 국방 무기체계를 조달할 경우에 국내와 해외업체 간 차별을 철폐함으로써 장기간 소요되는 개발보다는 단기간에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일반구매를 통한 획득 방식을 우선한다는 원칙이다. 기술우위 전략은 국방규격을 민간규격에 맞게 표준화하고, 국제공동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민간기술을 적극 활용해 전력화 초기단계부터 완결성이 높은 무기체계를 도입해 효율적으로 획득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방 무기체계 획득 및 조달을 관할하는 병기본부(DGA)를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해 2006년에 국방부 외청으로 방위사업청이 개청, 신설된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병기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수출 우선시 정책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방산수출 대외전략 등을 추진 중이며, 다양한 국가와 외교 행보를 병행하면서 독자적인 국방 무기체계 판매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연간 국가 전체 예산 중 국방비가 약 5%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를 지원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에 통합군(IDF) 주도로 자국 내 국방정책과 군사전략 기조가 이어지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방산업체 민영화와 국방 무기체계 조달시장 경쟁입찰제도를 도입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시장경쟁 방식이나 강력한 정부 주도하에 경쟁력 있는 자국 내 방산업체들을 육성해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정한 800여 개의 방산업체가 생산·제조한 국방 무기체계는 최대 80%를 해외로 수출 중이다.

글로벌 방위산업 대형화 및 통합화 추세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군사 주도권 확보 및 유지를 위해 공통적으로 국방예산 증액과 군 현대화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국방비 증액으로 주요 방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린 가운데, 미국의 록히드마틴그룹(Lockheed Martin Corporation Group)은 2020년도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에서 566억 달러 매출로 343억 달러를 기록한 2위 보잉(Boeing)을 크게 앞서 2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100대 방산업체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4개사다. 한화그룹이 39억7,600만 달러로 32위를 차지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55위, LIG 넥스원 68위, 현대로템 95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전 세계 100대 방산업체 가운데 41개사가 미국 방산업체로서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52%를 차지한다.
방위산업에 대한 세계 각국의 구조적 변화로서 인력 및 생산량 감축, 인수합병(M&A), 방산 기반 역량강화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병력 감축과 손실 최소화 등을 위해서 고성능화와 무인화 무기 개발과 같은 첨단 무기체계 분야 투자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및 유럽 등 선진 방산업계에서는 중복투자 방지, 첨단 무기체계 개발 위험(risk)과 개발비용 절감,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1990년대부터 대규모 M&A를 실시한다. 미국은 2018년도 매출 기준 상위 1~4위 업체를 보유한 가운데, 레이시온(4위)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17위) 간 합병이 추진돼 세계 2위 글로벌 방위항공 그룹이 탄생했다. L3테크놀로지스는 1992년 설립 이후 10여 건의 M&A를 실시했고, 2018년 10월에는 해리스코퍼레이션(2018년, 19위)과 합병을 발표했다.
영국 유일의 종합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스(BAE Systems)는 지상, 해상, 공중, 우주 및 사이버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유럽 최대 방산업체로서 자국 내 모든 방산업체를 통합한 바 있다. 독일은 분야별 전문업체 한 곳만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추진한 결과 세계 방산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2018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순위에 포함되면서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에 8개 업체가 상위권(6~22위)에 포함될 만큼 대형 방산업체를 보유했다. 그리고 프랑스 탈레스(Thales),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 등 유럽 대형 방산업체들은 밀리테크(miliTECH) 4.0에 맞춰 해당 첨단기술을 가진 중소형 업체 M&A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체 간 M&A 이외에 정부가 방산업체를 운영 또는 민영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 사례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은 자국 국방과학연구소를 세계 30위권의 국영 방산기업(Rafael)으로 재편했다. 영국은 국방과학연구소(DERA5)의 기능 일부분을 분리해 2001년 6월에 키네틱(QinetiQ)을 설립했다.
참고로 국내 방산업체 M&A의 대표 사례로는 2015년 7월 삼성과 한화그룹 간 ‘방산 빅딜’을 들 수 있다. 이듬해 2016년 4월에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두산DST(현 한화디펜스)와 M&A한 경우로서 두산과 한화그룹 간 사례도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은 방산업체 간 M&A를 통해 시장을 재편하고, 영국과 독일은 자국의 방산업체들을 부문별로 통합화하면서 대형화에 성공한다.
향후에도 미국 등 상위 방산업체에 의한 M&A가 더욱 가속되면서 초대형 방산업체의 출현과 상위 소수의 대형 방산업체들의 호황이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국 M&A를 통한 대형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와 기술개발 시너지, 규모 및 범위의 경제 등을 통한 국제 방산시장 지배력뿐만 아니라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래 국방을 대비한 K방산의 과제와 도전

5월 10일 자로 정식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106번째에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 확대의 선순환 구조 마련’을 반영해 국가 방위산업 육성과 방산수출 확대라는 정부 정책기조를 밝혔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방산수출을 통해 고용증대 및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산업 전반에도 지대한 경제적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방위산업 수출산업화 육성 및 추진 정책과 방위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방산업체 대형화와 통합화 추진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이 국내 내수시장의 한계를 탈피해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패러다임(paradigm)이 전환되기 위해서는 국제 방산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전제돼야 하겠으며, 이는 대형화 및 통합화를 통해 방위산업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과 더불어 범위의 경제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다. 기존 방위산업 틀을 와해성(disruptive) 개념하에서 파괴적으로 혁신하고, 융복합적 통합성 기반의 새로운 방위산업 혁신이 방산업계 전반에 요구된다.
또한, 국내 방위산업은 향후 수년 내에 대규모 지상전력 양산사업들이 종료될 뿐만 아니라 공군전력 이외 군 위성 및 지휘정찰 등 조기에 전력화해야 하는 첨단 무기체계 소요에 있어서 해외 대형 방산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군 전력화 소요에 대한 R&D 역량을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국제경쟁력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순기능적인 메커니즘(mechanism)을 통해 국내 방산시장의 방산업계 재편과 통합을 유도하면서 결국 대형화 및 통합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내수의 한계에 따른 방산수출을 모색해야 하는 측면에 있어서도 국내 방산업체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 방산업체 규모가 중·소 규모이면서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역량이 미미해 성능과 가격경쟁력 부족에서 기인하는 한계로 방산수출이 한정되는 악순환의 경제구조가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방위사업의 혁신과 변화, 방산 생태계 체질 개선이 요구되겠으며, 국내 방위산업이 국내 제조업 성장을 견인하면서 선진국형의 수출주도형 및 지식기반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대형화 및 통합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본다.
복잡한 방위사업의 체계에서는 국방 무기체계를 획득 및 조달하는 방위산업 관련 고도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방위산업에서 기본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하다. 즉 국내 방산업체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대형화 및 통합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향후에도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