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차는 약 5.8% 증가했으며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670만 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판매됐다. 올해 판매 대수는 950만 대로 예상하고 있으며 2~3년 내 2,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전기차 시장 주도권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과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제도적 강화 의지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자동차 시장도 한때 열풍을 일으킨 ‘클린 디젤’의 명성을 버리고 가장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 중이다. 지난해 EU의 신차시장 규모는 약 1,100만 대였으며 이 중 전기차가 92만 대 판매돼 점유율 8.3%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독일의 BMW 등 몇몇 제작사는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기차라는 대세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노르웨이는 2022년 1월 기준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자동차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 종식을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내연기관에 부과하는 세금을 전기차엔 면제하는 등 세제감면 조치를 통해 전기차의 판매 및 보급을 가속화했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낮은 나라로 손꼽힌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4개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이 큰 까닭이다. 특히 BMW는 아직 전기차 올인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그리고 내연기관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공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내연기관차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도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페라리는 2010년대 초만 해도 ‘전기차를 안 만든다’고 공개적으로 단언했지만 최근 전동화 전환을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럽은 전기차 대중화가 활성화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 독일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 폐지하기로 했으며 영국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다. 전기차 천국으로 불리던 노르웨이도 전기차에 주던 여러 혜택을 줄이는 중이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3.3%로 낮은 편이다. 물론 일본과 같이 하이브리드차를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시장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전기차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나 중국(10.4%), EU(8.3%), 한국(5.9%)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막힘없이 달리던 전기차 시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으로 제동이 걸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자재 혹은 부품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4년부터는 중국의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중국 배터리 광물의 사용도 전면 금지된다. 배터리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부담을 가장 크게 떠안은 국가가 됐다. 게다가 최근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리스트에도 국내 기업이 빠지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순수 전기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지만 전기차 수입은 2016년 이후 대폭 감소했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인식됐지만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 브랜드들이 자국 시장을 휩쓸고 있다. 중국여객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전기차·충전식 하이브리드·수소차 등) 부문에서 판매량 10위 안에 든 유일한 수입차는 테슬라(3위)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야디(BYD), 상하이우링, 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다. 중국은 내연기관 차량의 전통적 강국인 유럽, 미국, 일본 등을 단기간에 추월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자동차 발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 중이다. 중국은 배터리 원자재 보유 국가이고 각종 배터리 중간제품도 주도하는 나라다. 향후 높아진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기차 공략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