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르게 오른 유가로 인해 소형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적인 단거리 이동이다. 환경친화적 이동수단이라는 점도 관심받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퇴근시간 차량 중 10%를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대체할 경우 도시당 평균 4,800대의 차량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글 유효상 차의과대 경영대학원장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25km/h 미만의 속도를 내고 내연기관을 장착하지 않은 소형 및 경량 이동수단을 통칭한다.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전동 스케이트보드가 대표적이다. 5년 전에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시장에 처음 선을 보였다. 얼리 어답터는 전동 킥보드를 빠르고 재미있고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생각했다. 오포(Ofo), 모바이크(Mobike) 등 중국 공유 자전거 플랫폼으로 시작된 ‘퍼스트-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대한 열풍은 미국 시장에 상륙해 버드, 라임과 같은 공유 전동 스쿠터 기업을 탄생시키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성시대를 열었다. 여기서 퍼스트 마일이란 집을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의미하며, 라스트 마일이란 대중교통에서 하차한 후 다음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의미한다. 아무리 교통인프라가 좋아도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자동차와 최종 목적지 사이에는 별도의 이동수단이 필요할 때가 많다. 벤처캐피털은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5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특히 2017년 설립한 미국 스타트업 버드(Bird)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해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350여 개 도시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스쿠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해 초 싱가포르의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기업인 빔모빌리티(Beam Mobility)가 9,300만 달러(약 1,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동 제한 등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팬데믹 이후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빔모빌리티의 매출은 15배 이상 증가했다. 빔모빌리티는 이번 투자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터키, 필리핀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람들은 매 순간 개인별로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최근 이러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모빌리티 수단들을 하나로 묶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비즈니스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MaaS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라이드 셰어링(sharing)/헤일링(haling), 카셰어링, 렌터카, 택시, 자전거, 전동 스쿠터, 철도, 비행기, 주차장, 숙박에 이르기까지 끊김 없이(seamless)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멀티모달 플랫폼(Multimodal Platform for traffic/mobility)’ 서비스를 뜻한다. MaaS의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 마스 글로벌의 윔(Whim)을 꼽을 수 있다. 윔은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경로와 교통수단, 그리고 요금을 표시해준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결제와 동시에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제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택시, 렌터카, 카셰어링, 렌터 바이크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버드는 지난해 23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했으나 현재 시가 총액은 약 1억3,500만 달러로 거의 20분의 1로 하락하면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최고기업의 체면을 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기업 리서치&마켓의 보고서는 미국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2029년에 154억 달러(약 2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인사이트 파트너스는 글로벌 MaaS 시장이 2025년까지 연간 33.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시장이 어두운 것과 달리 향후 전망을 밝게 본 이유는 유동성 위기 속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지속적인 확장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확실하게 누릴 만한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각국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현재 매우 초기 단계에 있으며 그 진화나 성장은 투자규모, 정부의 규제 수준이나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매우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