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실장 사진 한경DB
미래 혁신산업 또는 첨단산업이라고 언급되는 주요 분야에서 산업경쟁력 확보는 전통적 산업정책의 목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 이외에도 산업안보, 사회적 안전,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 안위에 필수적인 전략이 됐다. 최근 경제안보 개념의 부상과 함께 주요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자국 내 핵심제품 생산 역량은 물론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혁신적 범용목적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 주도권 확보를 산업·경제적 관점을 넘어 국가 안보 및 미래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혁신기술의 출현과 함께 이들 기술을 활용한 주요국의 미래 혁신산업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미래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등 전략 산업과 품목을 중심으로 미래산업 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은 자국 내 혁신 분야 산업육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역내 재편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지속해서 제기되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신산업 창출 미진 등 한국 산업경쟁력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정책 경쟁 심화와 산업환경 변화는 한국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례적인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코로나19 충격은 산업환경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및 이를 원활하게 생산, 공급하는 산업의 역할은 개별기업 이익을 넘어 사회 안전과 보건 및 국가적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 충격 속에 발생한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망 붕괴 경험은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핵심산업에 대한 역내 역량 확보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했다. 이러한 산업환경 변화 속에 미래 혁신산업에 대한 주요국의 주도권 경쟁은 향후 한 국가의 지속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넘어, 글로벌 사회에서 국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혁신산업으로 언급되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분야에서 희망 또한 관측된다. 자국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혁신산업의 제조 역량과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주요국의 노력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은 각국의 미래 혁신산업 육성의 핵심적 파트너로 부상했다. 반면, 국내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우리 기업의 미래 혁신산업 분야 역량을 국내 산업생태계와 연계하고 국내 산업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우리 미래산업의 경쟁력과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미래 혁신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경제 분야의 주요 목표인 ‘국정목표 2: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에서 경제 중심을 기업으로 전환하며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을 통한 활력 제고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국민께 드리는 약속 5: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겠습니다’를 통해 미래 혁신산업으로 예상되는 핵심전략산업 육성과 이를 통한 경제의 새로운 동력 확보를 공약했다. 지난 6월에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해당 발표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산업·경제 정책을 담은 첫 번째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통상 유사한 시기에 발표되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차별화된다.
한국 정부도 미래 혁신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글로벌 미래 혁신산업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정부 출범 이후 발표되는 산업정책은 미래 혁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산업정책의 필요성과 주요 핵심 업종·기술 등에서 유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산업연구원에서는 경제·산업 분야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된 주요 산업정책을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산업정책은 시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한국의 미래 혁신산업 육성정책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추진을 통한 성과달성이 미래 혁신산업 경쟁력 확보의 과제다.
글로벌 산업정책 환경이 주요국 산업정책 경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미래 혁신산업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은 더욱 강화되고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글로벌 산업 속 경쟁력 확보를 통해 발전해온 한국에게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은 큰 도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미래 글로벌 산업의 중점국가로 도약할 기회다. 정부 또한 이러한 산업경쟁에 대응해 미래 첨단분야 업종과 기술에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한국이 미래 혁신산업의 중점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향후 산업정책 추진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시사점을 살펴보고 제언을 하고자 한다.
주요국의 미래 혁신산업 경쟁 심화와 산업정책의 새로운 부활 속에 산업정책의 중요성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단, 한국이 과거 성공적으로 경험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 산업은 비교적 후발주자로서 정부가 주도해 업종을 선택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직면한 미래 혁신산업 경쟁에서 한국 산업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닌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도약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의 특정 업종 및 분야에 대한 선별적 선택과 지나친 시장 개입은 도리어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어려운 미래 혁신산업의 잠재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래 혁신산업의 주체는 최근 글로벌 산업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글로벌 선도기업은 다양한 미래 신산업을 위한 먹거리 발굴과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 국가가 미래 혁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지닌 글로벌 선도기업의 혁신분야에 투자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도체·이차전지·미래차 분야 육성을 위해 주요국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화되는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 선도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기업 특혜가 아닌 국내 미래 혁신산업의 육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미래 혁신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주체가 아닌 동반자로서 선도기업의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개별기업의 비즈니스가 아닌 국내 산업생태계로 안착할 수 있게 과감하고 포괄적인 지원과 환경을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주요국이 글로벌 선도기업의 혁신적 투자유치 경쟁을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에 이러한 혁신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혁신인재 양성이 최우선 과제로 고려돼야 한다. 글로벌 선도기업의 기업활동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된 오늘날 각 국가의 투자환경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는 국가 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제도(규제)와 인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통상환경 악화로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에 일부 제약이 발생하고 있지만, 생산에 필요한 투입요소 중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자본, 원자재, 중간재, 기술 등에 비해 제도(규제)와 인력의 이동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다. 그러므로 제도에서 발생하는 규제완화, 혁신인재를 통한 노동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정부 또한 규제완화와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대응과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간의 투자유치 관점에서 규제완화와 인재양성이란 많은 규제 중 기업에 비용으로 작용하는 규제를 중점적으로 완화하고, 기업이 필요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기업에 애로사항으로 언급되는 환경, 안전, 노동 등과 관련한 ‘비경제적 규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산업인력정책 관점에서 기업의 투자와 연계된 인력양성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 제공하는 등 단기적인 미스매치를 줄이는 노력 또한 지속해야 할 것이다.
신기술은 미래 혁신산업을 견인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주요국의 미래 혁신산업 경쟁의 일환으로 강화되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에 따라 기술 자국화 움직임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과 비교해 기업 간 인수합병 및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을 구입하고 보유하는 비용이 증가했으며, 핵심기술의 경우 이마저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미래 혁신산업을 위한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기술개발 또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기술 개발이 미래 혁신산업 육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미래 혁신산업을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은 물론 해당 기술을 활용해 특정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 그러므로 미래 혁신산업을 위한 정책이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정책 중심으로 치우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즉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나, 해당 기술개발의 활용을 촉진하고 가격과 질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투자 등에도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