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 기술패권 경쟁, 기후위기,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등장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환경변화로 우리나라 미래산업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임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센터 선임연구위원 사진 사진 한경DB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산업 인공지능은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산업 인공지능은 산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생성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제조산업, 헬스케어, 에너지, 유통, 농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혁신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산업 인공지능은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경험이나 암묵적인 지식 형태로만 존재하던 도메인 지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며, 시스템 자동화, 공정 최적화, 운영 모니터링, 품질관리 등에 적용돼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전환은 또한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빅블러 현상 중 가상과 현실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주고 실시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기술 트렌드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메타버스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킨지에 따르면 2030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약 5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설계, 시험, 실증 등에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면서 자사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제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차세대 산업기술 패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등 초강대국은 첨단기술 확보를 통해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가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 시대에서 기술패권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중으로부터 자국 편 선택을 요구받고 있지만,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소재·부품·장비의 핵심기술 보유 여부가 산업경쟁력의 핵심요인이 될 것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은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가 될 것이다. 산업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각국이 핵심기술을 탈취하거나 적대국을 교란하기 위해 국가지원 해커그룹이 급증하고 있다. 각국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기술과 산업 안보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물리적 보안, OT1)사이버 보안 등 보안산업의 발전과 확대가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위기, 신종 전염병 등과 같은 복합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며, 수소에너지, 핵융합에너지 등 탈탄소 사회를 위한 미래에너지 개발과 활용도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백신 주권과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 사건이다. 향후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첨단 바이오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특히 기존 생명체를 공학적으로 활용하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시스템을 설계, 제작 및 합성하는 기술로 정의되는 합성생물학은 유전자치료제,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 공정, 바이오매스의 공급·가공 등 산업적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며 첨단 바이오 분야의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기술력이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되는 세상일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기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