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점점 높아져가는 대(對)한국 수입규제 장벽, 어떻게 뛰어넘나?

정리 김정윤 기자 사진 박충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장벽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통상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학계∙법조계∙업계의 전문가들과 수입규제 극복방안을 함께 고민해보았다.

좌측부터 김경한 실장 포스코 무역통상실 주현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김태황 교수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최근 신흥국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 주현수 변호사

    선진국보다 오히려 신흥국에서 수입규제 조치를 많이 취해

  • 김태황 교수

    트럼프 정부의 자국보호주의 이후 신흥국가도 자국 산업 보호로 전환

  • 김경한 실장

    무역규제 조치는 주로 중국, 한국, 인도 등 수출 강국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듯하다.
먼저 수입규제 동향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는가?
주현수 변호사

2019년 말 기준으로 보면, 전체 209건 중 미국, EU 등 선진국과 중국을 제외한 개도국 수입규제가 124건이나 된다. 오히려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수입규제 조치를 많이 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 진출을 많이 하려는 상황에서 수입규제 조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황 교수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시작된 미국의 자국보호주의가 확산되어서 미·중 무역 전쟁뿐만 아니라 EU에도 불똥이 튄 상황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우선순위가 떨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공연하게 EU에 무역규제를 선언한 바 있다. 이런 미국의 조치는 미국과 무역이 많은 신흥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로 방향을 바꾸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한 실장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세계가 보호무역의 일반화로 돌아섰다. 이전의 세계 통상 무역체제가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주의였다면 트럼프 이후에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 교역에 의존하는 한국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규제 조치는 주로 중국, 한국, 인도 등 대외 수출이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철강·화학·섬유 이 세 가지 제품에 무역규제가 집중되고 있어 한국 철강기업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자의적인 조사기법으로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
  • 김경한 실장

    한국 정부의 정당한 조치도 특혜 보조금이라는 주장 제기하고 있어

  • 주현수 변호사

    조사기법의 고도화로 한국 기업의 대응이 점점 어려워져

  • 김태황 교수

    미국은 국내 정책적 필요에 의해 취해진 조치인 반면 신흥국은 자국산업 보호 육성 의미 커

철강 분야의 신규 수입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국제무역법원에서 상무부의 한국산 철강제품 고율 관세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3월에는 미 상무부가 한국산 도금강판의 상계관세 조사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도 내렸다. 이런 결과가 대미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김경한 실장

미국은 최근 한국의 도금강판 제조사가 한국에서 공급받는 전기료는 보조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보조금 줘서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미국의 문제 제기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기 이외에도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해 취하는 정당한 조치 조차도 수출을 위한 특혜 보조금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도입한 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의 자의적인 조사에 계속 문제 제기 중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서 미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의 잘못된 조사관행이나 무역구제 조치를 시정하려고 노력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EU자동차 철강재 수출제한 조치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결한 성공적 사례이다.

주현수 변호사

미국의 수입규제 숫자가 갑자기 급증한 것은 아닌데 한국의 기업이 점점 대응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는 조사기법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무역특혜연장법(TPEA)을 개정해서 미국 조사당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규정을 여러 개 도입했다. 이런 규제의 대상은 원래 중국이어야 하는데, 항상 리트머스 테스트처럼 한국에 먼저 적용한다. 최근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연례 재심에서 처음으로 PMS를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예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이의제기를 하고 있으며, 예전에 비해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태황 교수

미국에서 무역규제 조치를 취하는 철강·금속·화학 산업은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있다. 미국 내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적 필요에 의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달리 해석하면 시장의 산업 피해에 근거하기보다는 국내 정책적 필요에 의해서 취해진 조치다. 신흥국은 좀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중국 등은 한국의 철강·화학·플라스틱이 경쟁 산업이기도 하고, 한국이 자국 산업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

김경한 실장

미국의 조사기법이 자의적이고 필요이상의 페널티를 수출업체에 부과하지만 조사절차는 상대적으로 투명한 편이다. 그러나 신흥국은 다르다. 어떤 방법으로 마진율을 산출했는지 설명을 안 해주거나, 설명을 해줘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입산 제품은 아예 못 들어올 정도로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철강의 경우 신흥국 시장이 굉장히 중요한 수출처였는데 최근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

김경한 실장
주현수 변호사
김태황 교수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
  • 김경한 실장

    기존의 사후적 대응방식 지양하고 사전적 수출규제에 대응해야

  • 주현수 변호사

    정부는 기업과 함께 해외 수입규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중

  • 김태황 교수

    상대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부당한 수입규제라는 판례를 만들어내야

수입규제 조치 대응전략도 발전되어왔을 것 같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더욱 효과적인 대응을 하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가?
김경한 실장

기존에는 수출 제품이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를 받으면 사후 대응을 주로 했다. 개별 조사건에 대해 변호사를 고용하고 조사에 임했는데, 이제는 사전적으로 수출규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젠 기업이 덤핑 가격으로 수출시장에 무리하게 제품을 밀어내는 식으로 영업을 하면 안 된다. 포스코는 덤핑 마진율이 나오는 수출은 못하도록 사전적 통제를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통상의 룰을 잘 지키는 국가라는 것을 주요 수출국에 활발하게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와 협력하여 PMS 조사기법이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미국 상무부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미 의회, 언론, 싱크 탱크 등 다양한 창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현수 변호사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법무기획과에서 전 세계 수입규제를 총괄하고 있고, 통상분쟁대응과에서 WTO에 제소하는 업무를 확대하면서 해외 수입규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반덤핑·상계관세 판정이 나기 전까지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정부는 기업과 함께 대응한다.
특히 세이프가드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고 상계관세는 정부의 정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으로 철강에 대한 10여 건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이루어졌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캐나다의 경우 한국만 세이프가드에서 제외되었고 EAEU는 한국산 주력 철강 제품이 제외되었으며 모로코, 과테말라의 경우는 관세부과 없이 조사가 종료된 사례가 있다.

김태황 교수

국가 간 통상 마찰이 발생했을 때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옹호한다.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자국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제소하면 무역위원회에서 조사를 개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번 상대국 법원에서 승소하게 되면 이는 판례로 남기 때문에 유사 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 국내법에 소송을 제기해서 부당한 수입규제라는 판례를 만들어내는 것도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수입규제 조치에 대비할 수 있는 전문인력 강화해야
  • 주현수 변호사

    중소기업은 수입규제에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

  • 김경한 실장

    비전통적 수입규제 늘어나는 추세, 한국도 적극적 도입으로 수입제품 방어해야

  • 김태황 교수

    우리나라의 통상 규모에 비해 관련 전문인력 보강 필요

수입규제 조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각계각층의 차별화된 대응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주현수 변호사

수입규제 조사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우리 기업도 일상적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철강회사의 경우 적극적으로 기업 내에서 통상 업무를 담당해왔다. 철강회사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기업 등도 그룹 내 통상 담당팀을 신설하면 일상적인 조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비용과 노하우가 없어서 사실상 수입규제에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열심히 기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정부나 유관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김경한 실장

이제는 비전통적인 수입규제 조치가 늘고 있다. EU는 저탄소 배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외국 제품에 대해서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EU 간에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수입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새롭게 도입되는 수입규제 조치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도 필요하다면 이런 제도를 국내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수입제품을 방어할 필요도 있다.

김태황 교수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무역대표부가 있고, 상무부가 있고, 이와 별도로 무역위원회가 있고, 재무부까지 거들어서 통상문제를 해결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통상교섭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안에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 들어와서 본부로 회복되었고 1개 실(室)과 50명 인원이 추가되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통상 규모로 봤을 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현수 변호사

외교부는 수입규제대책반을 운영하면서 매달 해외 수입규제 동향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다만 외교부에 이메일링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들에게만 보내주는데, 웹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으로 공유하면 좋겠다.

돌이킬 수 없는 보호무역주의의 흐름
  • 김태황 교수

    당분간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로 통상 문제를 양자 간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 커져

  • 주현수 변호사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신수출 계획을 세워야

  • 김경한 실장

    더 큰 통상 파고, 새로운 룰에 맞춰 살아남으려는 노력 필요

수입규제 측면에서 향후 통상 환경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김태황 교수

미·중 무역전쟁은 자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분간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통상 문제를 양자 간에 풀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수입규제나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일상화되고 변동성이 커질 것 같다. WTO체제가 무기력해짐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메가 FTA 같은 다자주의 정책기조를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 해외직접투자나 전략적 제휴의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적극적인 활로를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현수 변호사

1929년의 경제대공황이 있은 후 1930년부터 1970년까지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무역질서를 지배했다. 그 이후 이에 대한 반발로 1970년부터 2010년까지는 자유무역주의가 활성화됐다. 40년 주기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2010년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학설에 따르면 적어도 10년 동안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는 신흥국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이런 흐름에 대비해서 수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경한 실장

왜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가 교차적으로 나타날까 생각해보면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산업에서 시장이 소화하지 못할 만큼 공급과잉이 생기고 있는 것이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원인이다. 결국 수출과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가 화두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지금 정도의 노력으로는 헤쳐 나가기 어려운 더 큰 통상 파고가 올 가능성이 높다. 영업, 생산, 판매까지 전혀 새로운 룰에 맞춰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정부, 사회가 하나가 되어 위기 극복을 해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포스코는 기업시민정신에 따라 중소기업의 통상애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노력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달의 마주 보기 단어 사전

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 특별시장지위) : 특정 국가의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이므로 해당 국가의 기업이 제출한 제조원가를 신뢰할 수 없고, 따라서 조사 당국(예: 미국 상무부)이 재량껏 가격을 산정한 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조치.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 :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EU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 환경을 명분으로 사실상 관세장벽을 치는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