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通

체계적인 원산지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일의 효율성을 두 배로

㈜항남 양용권 대리

취재 김선녀 기자 사진 지다영

처음이 어렵지만, 한번 하고 나면 훨씬 쉬워지는 일이 있다. FTA 활용도 그와 비슷하다. 가전제품의 핵심부품인 모터코어를 제작하는 ㈜항남의 양용권 대리는 인증수출자를 통한 원산지관리체계 구축으로 1년 만에 FTA 초보에서 FTA 전문가로 거듭났다.

26개 그룹사로 이루어진 TH(태화그룹)의 자회사 중 하나인 ㈜항남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코어를 생산하는 제조회사다. 모터코어는 제품의 모터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핵심적인 부품이다. ㈜항남은 LG 협력사로 다양한 가전제품은 물론 현대중공업의 중장비를 비롯해 최근에는 전기차 기업에도 모터코어를 수출하고 있다. 연평균 매출액은 약 700억 원으로 이 중 5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한중 FTA로 시작한 인증수출자 발급
양용권 대리는 ㈜항남의 구매·자재팀에서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소모성 자재 등의 구매와 발주를 담당한다. ㈜항남의 수출은 주로 LG에 의한 간접 수출과 중국, 베트남, 일본으로의 직접 수출로 나뉜다. 직수출보다 간접 수출량이 많은 ㈜항남은 수출이나 원산지 관련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각 구매 담당자가 직접 FTA를 담당하고 있다.
“직접 수출로 중국 수출량이 많은데 2016년 한중 FTA를 시작하면서 FTA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출 관련 부서도 없고, FTA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던 터라 창원의 상공회의소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많은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죠.”
이전까지는 간접 수출로 국산 인증을 증명하는 포괄확인서만 거래기업에 보내주면 되었지만, 직접 수출하는 중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원산지증명서를 직접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 양용권 대리는 한중 FTA에서 좀 더 편하게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을 방법이 뭘까에 대해 고민했고, 인증수출자를 받기로 했다.
“모르면 빨리 묻고, 알고 싶은 걸 많이 질문하는 성격 덕분에 상공회의소 관세사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교류가 많아지면서 FTA활용지원센터를 알게 되었고,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주는 무료 컨설팅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양 대리는 다양한 컨설팅 종류 중에도 준비하고 있던 품목별 인증수출자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FTA 활용에 대해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전담자 지정부터 FTA 원산지(포괄)확인서 발급을 위한 제반 서류, 원산지(포괄)확인서 발급 이력 확인과 협력업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도움을 받고 인증수출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양용권 대리가 FTA활용지원센터에 신청한 무료 컨설팅 신청서와
품목별 원산지 인증수출자 인증서
원산지관리체계 구축으로 FTA를 가장 쉽게
FTA 초보였던 양 대리가 FTA를 제대로 ‘활용’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관세사의 컨설팅을 통해 인증을 받는 데는 6개월 정도가 걸렸지만, 체계를 잡기까지는 1년이 걸렸습니다. 인증수출자를 발급받더라도 그것들을 실제로 회사 업무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타 부서나 협력사와의 조정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양 대리는 자재 구매가 주 업무이지만, 이 기간에는 주 업무와 부 업무가 바뀔 정도로 FTA 체계 구축에 매달렸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FTA 전담에 인력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 주 업무를 하면서 FTA를 병행하는 실무자가 많다. 업무가 가중되면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양 대리는 오히려 1년의 구축 과정으로 그 뒤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FTA 활용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와 타 부서와의 협력이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담당자가 FTA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차질이 생기고 시간은 배로 걸립니다. 인증수출자를 통해 체계가 구축되면서 협력업체의 원산지(포괄)확인서를 타 부서에 요청할 제품과 관련한 제조공정도, 원산지(포괄)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한 자재명세서(BOM; Bill of Material) 등을 쉽게 주고받으며 일의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었습니다.”
FTA 활용은 수출 기업이 아닌 바이어들이 관세 혜택을 받는 작업이다. 수출업체에 직접적인 혜택이 가지 않더라도 FTA 활용을 통해 해외 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다른 업체보다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즉각적인 수출액 증가가 아니더라도 차츰차츰 회사의 신뢰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탄탄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업무 외의 일을 하면 불평이 생길 수도 있지만, FTA 공부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업무 능력을 향상해 회사 내에서 인정받을 기회입니다. 자체의 성취감도 무척 크고요. 앞으로 수출 업무는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일을 피하기보다는 즐기며 FTA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