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재난·위험 대응 비즈니스 ‘안전사회’

강민정 코트라 무역투자기반본부 시장정보팀 차장

세계를 휩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를 비롯해 기후변화, 각종 사고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져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시대다. 안전사회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해외 비즈니스 사례를 살펴보자.

파리지앵의 필수품, 자전거 에어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파리지앵들에게 2020년 상반기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2019년 말 시작된 파리교통공사의 파업이 2020년 1월 말까지 계속됐다. 이후 파업은 종료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이 현실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겨우 대중교통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전염병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결과 자전거는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으로, 또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의 운동으로 인기가 급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증가한 것은 자전거 판매량만이 아니었다. 자전거 이용자가 포함된 교통사고도 함께 증가하기 시작했다.
“자전거의 이점을 취하면서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급증하는 교통사고를 놓고 고민하던 한 기업이 해결책을 내놓았다. 프랑스 중부도시 디종에 위치한 중소기업 ‘엘리트(Helite)’가 2019년 자전거 에어백 ‘비세이프(B’Safe)’를 출시했다. 비세이프는 에어백이 부착된 조끼를 운전자가 착용하는 방식이다. 무선 감지장치 2개가 운전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조끼 내부와 자전거 안장 밑 프레임에 감지장치를 부착하면 된다. 운전자가 자전거에서 떨어지거나 자전거에 충격이 가해지면 무선 감지장치가 이를 사고로 인식, 에어백을 작동시켜 조끼가 부풀어오른다. 충격을 감지하여 조끼가 부풀어오르는 데는 약 80ms(밀리세컨드·1/1000초), 즉 순식간에 부풀고 충격의 90%를 흡수해 운전자를 보호한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자동차나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교통체증, 바이러스 감염 등의 이유로 자전거,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교통안전도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자전거 사고는 특성상 작은 사고도 큰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비세이프와 같은 안전제품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프랑스의 중소기업 엘리트가 2019년 출시한 자전거 에어백 ‘비세이프’.
백신, 혈액, 응급생명구호약품 배달 드론

물류 산업이 발달하면서 로봇 배송, 드론 배송 등 다양한 혁신기술이 반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드론 배송이 빛을 발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혈액 운송용 드론 배송 서비스’다. 이 운송 서비스는 미국의 ‘집라인(Zipline)’에서 개발했다. 집라인 창업자는 아프리카 지역이 열악한 도로 사정과 운송 인프라로 혈액이나 약물을 적시에 제공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이터를 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이에 백신, 항생제, 혈액 등을 가장 빨리 운송할 수 있는 주문형 운송용 드론 ‘집(Zip)’을 설계·개발하고, 이를 위한 이륙과 착륙시스템, 그리고 물류 소프트웨어도 설계·제조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의 생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라는 이념과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공감한 전 세계 저명인사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집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의료진에게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다. 휴대전화와 자동차 3~4대가 주차할 수 있는 크기의 낙하지점이다. 집라인은 현재 드론기지 4곳에서 30대의 드론을 운영하면서 서아프리카 국가의 2,000개 보건시설에 백신, 혈액, 응급 생명구호약품을 보급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드론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해 매일 1만km씩 주행하고 있다.

반경 80km 범위 내 지역으로 1.75kg(혈액팩 기준 3단위)의 무게를 전달하는
미국의 혈액 운송용 드론 ‘집라인’.
주사기도 안전하게, AD주사기

이집트 정부는 C형간염 퇴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재사용이 불가능한 AD주사기(Auto Disable: 자체파괴형 주사기) 사용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C형간염의 주된 감염 경로는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 부족한 감염 통제 능력, 가족 간 전염 등이다. 이집트의 경우 많은 환자가 병원에서 C형·B형 간염에 감염되는 특징을 보였는데 주된 요인은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이었다. 이에 이집트 보건부는 일반 주사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AD주사기로 대체할 것이라고 지난해 발표했다. 일회용 주사기는 물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고 환자가 주사기의 재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의료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으나,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너무나도 크다.
재사용 우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AD주사기의 사용이다. AD주사기는 한 번 사용하면 자동으로 주사기의 밀대가 깨지거나 주삿바늘이 접힌다. 주사기 사용 후 주삿바늘이 실린더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주사기 밀대를 꺾어서 폐기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라 재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의료진도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이집트 보건부가 도입한 재사용 방지 기능이 있는 ‘AD주사기’.